[경제일보] 쩐 타인 먼 베트남 국회의장이 한국 국회의장의 초청으로 부인과 정부 관계자들을 이끌고 오는 6일부터 9일까지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 이번 방문은 한국과 베트남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가 역대 가장 활발하고 실질적인 단계로 발전하는 가운데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의회 외교와 제도 정비가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양국 경제 협력도 전통적인 투자·무역 영역을 넘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녹색전환 등 신산업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경제일보는 쩐 타인 먼 의장의 방한을 앞두고 부 호 주한 베트남대사를 지난 4일 만나 양국 관계의 향후 전략과 교역 1000억달러 달성 방안, 경제·기술 협력 확대 방향 등을 들었다.
◆“재한 베트남인 30만명…보호 넘어 통합·역량 활용해야”
재한 베트남 공동체는 양국 관계의 핵심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 대사는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인은 약 30만명 이상이며 노동자, 유학생, 전문가, 기업인, 다문화가정, 한국에서 태어나 성장한 젊은 세대까지 매우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사관의 역할도 단순한 사건·사고 대응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외국민 정책의 세 축으로 △국민 보호 △사회통합 지원 △공동체 역량 강화 등을 제시했다. 노동·체류·학업·결혼·개인 안전과 관련한 법률정보와 위험 경고를 제공하고, 한국 기관 및 지역사회와 협력해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또 한국어 능력과 직업 역량, 법질서 의식을 높이고 베트남인들이 한국 사회에 보다 깊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인·전문가·지식인·학생·청년 단체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재한 베트남 공동체가 단순한 노동·유학 공동체를 넘어 사회적 책임과 영향력을 가진 집단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10만 한·베 다문화가정…두 나라 잇는 특별한 자산”
한·베 다문화가정의 역할도 강조했다.
부 대사는 “현재 한·베 다문화가정은 10만 가구가 넘는다”며 “한국 초·중·고 학생 가운데 이주배경 학생 중 베트남인 부모를 둔 학생이 약 30.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는 새로운 한·베 세대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을 단순히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집단’으로 볼 것이 아니라 양국의 특별한 인적 자산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어 주말학교와 디지털 교육 콘텐츠,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맞는 교재를 확대하고 학교·지방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베트남어 교육을 베트남 출신 어머니 개인의 책임으로만 둘 것이 아니라 가족과 지역사회, 양국 기관이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부 대사는 “아이들이 자신이 베트남 사람인지 한국 사람인지 하나를 선택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두 정체성을 모두 지닌 것이 오히려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 배우자들에 대해서도 초기 한국어 교육을 넘어 직업훈련과 일자리, 법률·복지 서비스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유학생 9만6834명…‘두뇌 유출’보다 ‘두뇌 순환’”
한국에 있는 베트남 유학생의 급증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부 대사는 “올해 8월 한국 교육당국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 유학생은 9만6834명으로 전체 외국인 유학생의 31.5%를 차지해 처음으로 한국 내 최대 외국인 유학생 집단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얼마나 많은 베트남인이 한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는지가 아니라 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어떤 역량을 확보하며, 이후 그 지식과 네트워크가 베트남과 어떻게 연결되느냐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한국에 오기 전 산업과 기술 수요에 맞는 진로·직업교육을 강화하고, 체류 중에는 인턴십과 연구, 기술기업 참여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귀국하거나 한국에 남더라도 양국 기업·연구기관·공동 프로젝트와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 구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 대사는 특히 “나는 ‘두뇌 유출 방지’보다는 ‘두뇌 순환’이라는 접근을 선호한다”며 “오늘날 사람은 한 나라에서 공부하고 다른 나라에서 일하면서도 조국을 위해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는 사람의 흐름이 단순한 노동·유학의 흐름을 넘어 지식과 기술, 혁신의 흐름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향후 30년은 공동 창조·공동 성장의 시대”
부 대사는 향후 한·베 관계에서 기업과 국민, 특히 젊은 세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베트남 관계는 정부와 기업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함께 만들어지고 있다”며 “수만 개 기업이 거래하고 수십만 베트남인이 한국에 살며, 많은 한국인이 베트남에 거주하고, 10만개가 넘는 다문화가정이 두 나라를 직접 연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간 관계도 단순한 구매·판매나 투자자와 투자유치국의 관계를 넘어 공동 연구와 인력 양성, 공급망 육성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와 AI, 에너지, 바이오 등 신산업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경제적 이익을 보다 균형 있게 공유할수록 관계가 더 지속가능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부 대사는 특히 젊은 세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젊은 세대는 이전 세대가 갖지 못했던 언어와 기술, 이동성, 사실상 무한한 협력 공간을 갖고 있다”며 “좋은 한·베 관계의 수혜자에 머물지 말고 다음 단계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주역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0년의 한·베 관계가 개방과 투자, 연결의 이야기였다면 앞으로 30년은 함께 창조하고 함께 성장하며 미래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는 이야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 한 가닥은 매우 가늘지만 여러 가닥이 함께 꼬이면 단단한 끈이 된다”며 “한·베 관계도 지금 바로 그런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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