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카드대란 당시 발생한 부실채권 가운데 일부는 국민행복기금 등을 통해 정리됐지만, 같은 시기에 발생한 채권이 민간 배드뱅크에 남아 20년 넘게 추심된 사례가 드러나면서 장기연체채권 관리 체계의 형평성과 금융당국의 감독 공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대표적인 사례가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 이른바 ‘상록수’다.
상록수는 카드대란 당시 은행·카드사 등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민간 부실채권전담은행으로, 애초 부실채권을 한데 모아 정리하고 채무자의 신용 회복과 재기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상록수는 채권을 정책 채무조정 기구에 넘기지 않고 장기간 보유하면서 추심을 이어왔다. 그 과정에서 주주 금융회사들은 최근 5년간 420억 원의 배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동일한 시기에 발생한 장기 연체채권이라도 어느 기관이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채무자의 운명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국민행복기금이나 새도약기금으로 넘어간 채권은 일정 요건에 따라 소각이나 채무조정의 대상이 되지만, 민간 SPC에 남은 채권은 장기간 추심이 가능했다.
결국 장기 연체채권을 둘러싼 정책이 ‘채무자의 상환능력’이 아니라 ‘채권을 누가 들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국정감사 새도약기금이 출범한 상황에서도 상록수가 23년간 장기 연체채권을 보유하며 받아내온 사실과 채권 규모를 당국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면, 유사한 민간 SPC가 얼마나 존재하는지, 이들이 보유한 장기 연체채권 규모가 얼마인지 전수조사 결과를 요구해야 한다.
또한 상록수가 신용 회복과 재기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됐음에도 장기 추심을 통해 주주 금융회사에 5년간 420억 원을 배당한 것이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지 따져야 한다.
금융당국이 이를 단순한 민간 SPC의 정상적인 투자수익으로 보는지, 아니면 부실채권 정리 과정에서 발생한 이해 상충 문제로 보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질의는 동일한 뿌리의 장기 연체채권이 왜 서로 다른 처우를 받았는가다.
국민행복기금과 새도약기금의 대상이 된 채권은 소각·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는데 민간 SPC가 보유한 채권은 장기간 추심이 가능했던 이유를 정부가 어떻게 설명할지 따져야 한다.
특히 2013년과 2025년 두 차례에 걸쳐 장기 연체채권 정리 정책을 시행하면서도 민간 SPC 보유 채권을 반복적으로 제외한 정책적 판단의 근거와 책임 주체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민간 SPC의 존립기간과 청산 요건이 사실상 장기 추심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인지 검토하고, 금융당국이 자산유동화법 개정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물어야 한다.
정책 제언으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민간 SPC가 보유한 장기 연체채권의 전수 파악과 관리 체계 구축이다.
금융회사에서 SPC로 이전됐다는 이유만으로 금융당국의 관리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되는 일이 없도록 장기 연체채권의 보유 주체와 규모, 연체 기간, 채무자 특성 등을 통합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일정 기간 이상 장기화한 개인 장기 연체채권에 대해서는 채권 보유 주체와 관계없이 최소한의 채무조정 원칙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민간 배드뱅크의 존립기간과 청산절차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금융회사들이 출자한 민간 배드뱅크가 장기간 추심을 통해 주주에게 배당하는 경우 설립 목적과 이해 상충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감독 체계가 필요하다.
부실채권을 사회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가 오히려 장기 추심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구조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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