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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정년 65세 연장, 세대 상생의 노동개혁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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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정년 65세 연장, 세대 상생의 노동개혁이어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송정훈 기자
2026-11-02 12:43:16

소득 공백 해소는 불가피…임금체계 개편과 청년 고용 대책 함께 마련해야

사진AI 생성 이미지
[사진=AI 생성 이미지]

[경제일보] 정년을 65세로 늘리자는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한국에서 일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 고령자의 경제활동 기간을 늘리는 것은 피하기 어려운 과제다. 그렇다고 법정 정년을 5년 늘리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과 청년 채용, 임금체계까지 함께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이 특정 세대의 고용 안정에 그치지 않고 노동시장 전체에 도움이 되도록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현행 고령자고용법은 사업주가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출생연도에 따라 높아져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부터 연금을 받는다. 60세에 퇴직하면 연금 수급 전까지 5년의 공백이 생길 수 있다. 물론 퇴직 이후 다른 일자리를 구하거나 별도의 소득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안정적인 소득 없이 노후를 버텨야 하는 이들에게 이 기간은 결코 짧지 않다.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문제는 노동계와 경영계의 견해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동계는 소득 공백을 줄이고 고령자의 고용 안정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영계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그대로 둔 채 정년만 늘리면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신규 채용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양측 모두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어느 한쪽의 주장만 받아들여서는 지속 가능한 제도를 만들기 어렵다.
 
특히 청년 고용에 미칠 영향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처럼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높아지는 조직에서는 정년 연장이 인건비와 인력 운영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채용 규모나 승진 기회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고령자의 고용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단정하는 것도 무리다. 기업의 성장 여부와 업종별 인력 수요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에 미칠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임금체계 개편은 정년 연장 논의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근속연수가 늘어날수록 임금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구조에서는 기업이 고령 인력의 계속고용을 부담스럽게 여길 수 있다. 직무의 가치와 책임, 숙련도 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다만 직무급 도입만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산업과 직종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 임금 조정이 고령 근로자에 대한 일방적인 삭감이나 차별로 이어져서도 안 된다.
 
현행 고령자고용법에도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과 정부 지원에 관한 규정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이 규정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정부는 합리적인 직무평가 기준과 노사 협의 절차를 지원하고, 기업은 임금 조정의 근거를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근로조건 변경에 필요한 법적 절차도 지켜야 한다. 정년 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을 별개의 문제로 미뤄둔다면 갈등만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정년 연장의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도 따져야 한다. 법정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근무하는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과 달리 상당수 근로자는 그보다 이른 시기에 주된 일자리를 떠난다. 중소기업 근로자와 비정규직, 자영업자에게는 정년 연장보다 재취업 기회와 노후소득 보장이 더 절박할 수 있다. 법정 정년을 높였다는 이유만으로 고령층의 고용 문제가 해결됐다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노동시장 안에서 보호받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도 함께 줄여야 한다.
 
계속고용 방식에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기존 직무와 근로조건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 외에도 재고용, 직무전환, 근로시간 단축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숙련 근로자가 청년에게 현장 기술과 경험을 전수하는 일자리도 늘릴 만하다. 고령자의 경험이 청년의 취업과 성장을 돕는 구조라면 세대 간 갈등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다만 재고용이라는 이름으로 고용 불안을 키우거나 낮은 임금을 강요하는 일이 없도록 보호 장치를 갖춰야 한다.
 
청년 채용을 위한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 정년을 연장하는 기업의 신규 채용과 고용 유지 실적을 점검하고, 청년 채용을 확대하는 기업에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에는 임금체계 개편과 고령자 계속고용에 필요한 재정 지원과 상담이 뒤따라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여건이 다른 만큼 시행 시기와 지원 방식에도 차이를 둘 필요가 있다.
 
정부와 국회는 정년 연장 논의를 찬반 대립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단계별 시행 시기와 적용 범위, 임금체계 개편 방안, 계속고용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국민연금 수급 시점과의 연계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노동계는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경영계 역시 비용 문제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숙련 인력을 활용하고 고용을 유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맹자>에는 ‘항산이 없으면 항심도 없다(無恒産而有恒心者 惟士爲能)’는 가르침이 나온다. 안정적인 생계 기반이 사람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우는 말이다. 고령자의 노후소득이 중요하듯 청년에게도 일할 기회와 안정적인 생활 기반이 필요하다. 한 세대의 고용 안정을 위해 다른 세대의 기회를 좁히는 방식이라면 사회적 합의를 얻기 어렵다.
 
정년 연장은 고령자의 경험을 더 오래 활용하면서 청년의 진입 기회도 지키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해 임금체계 개편과 기업 지원, 노후소득 보장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65세라는 숫자를 정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제도가 현장에서 무리 없이 작동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고령자는 더 오래 일할 수 있고 청년은 새롭게 일할 기회를 얻는 것, 정년 연장은 그 두 가지 목표를 함께 이루는 노동개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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