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빛AI부
cbryu@kyungjeilbo.com
기사 제보하기
최신기사
-
달러값 오르는데 원화는 강세…수출 호조에 원·달러 환율 하락
반도체 수출 호조로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면서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2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고, 원/엔 재정환율도 약 1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미국 금리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수출 호조와 무역수지 흑자, 한국은행의 긴축 기조가 원화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 12거래일간 원/달러 환율 평균은 1342.6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4년 9월 평균인 1332.8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16일에는 오후 7시20분께 환율이 1328.9원까지 하락해 지난 2024년 10월 2일 기록한 1317.1원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올해 환율은 중동 전쟁과 국제유가 상승,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 등이 겹치면서 상반기 큰 폭으로 상승했다. 월평균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 1492.5원에서 6월 1528.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달러 공급 여건이 개선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7월 1488.9원, 8월 1404.4원, 9월 1358.8원으로 낮아졌고 이번달에도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 환율 하락의 주요 배경으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와 이에 따른 달러 공급 확대가 꼽힌다. 수출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기 위해 시장에 내놓는 네고 물량이 늘면서 달러 매도 압력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 대금이 국내 외환시장으로 유입되는 가운데 무역수지 흑자도 이어지면서 달러 수급이 원화 강세에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실제 수출 실적도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1209억 달러(약 161조3700억원)로 전년 동월보다 83.5% 증가해 월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603억 달러(80조4800억원)로 262.8% 늘어나며 전체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요가 수출 실적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8월 국제수지에서도 경상수지는 461억1000만 달러(약 61조54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 등으로 벌어들인 외화가 수입과 해외 지급액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경제성장 전망과 통화정책도 원화 강세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반도체 수출 호조 등을 반영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상향 조정했다. 수출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가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원화 가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연속 인상해 현재 기준금리를 3.00%로 유지하고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원화가 추가 강세를 보일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동안 달러 가치가 주요 통화 대비 상승했다는 점이다. 최근 한 달간 미국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달러인덱스가 99선에서 102선까지 올랐지만, 원/달러 환율은 반대로 하락했다. 글로벌 달러 흐름보다 국내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와 무역수지 등 원화 고유의 수급 요인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원/엔 재정환율도 약 1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원/엔 환율 평균은 100엔당 849.0원으로, 지난 2007년 12월 평균인 829.2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2일에는 장중 839.91원까지 내려가 지난 2008년 1월 2일의 833.4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원화 강세는 국내 경제에 긍정적 효과와 부담을 동시에 가져온다. 달러로 결제하는 원유와 원자재, 수입 소비재 등의 원화 환산 비용이 낮아져 수입물가와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 반면 수출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산할 때 받는 금액이 줄어들고, 원화 표시 수출가격을 낮추지 않는다면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환율 변동이 빠르게 진행되면 수출기업의 실적과 환헤지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발표한 지난달 수출입물가지수에서는 원화 기준 수출물가지수가 전월보다 0.8%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이 수출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한 반면,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입물가지수는 전월보다 1.7% 올랐다. 환율 하락만으로 수입물가가 안정된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로 보인다.
2026-10-18 17:45:59
-
-
제조업 4분기도 먹구름…매출 전망 하락·원자재 부담은 확대
국내 제조업체들의 3분기 경기가 전 분기보다 소폭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경기실사지수(BSI)가 하락 전환한 가운데 내수와 수출 모두 기준치를 밑돌았다. 18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6년 3분기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의 3분기 매출 현황 BSI는 87로 전 분기(93)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 시황 현황 BSI도 89로 전 분기(90)보다 1포인트 낮아졌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 7일부터 18일까지 국내 제조업체 1500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BSI는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과 전망을 수치화한 지표다. 100을 기준으로 이를 웃돌면 전 분기보다 경기가 개선됐다고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이며, 100을 밑돌면 악화했다고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3분기 매출과 시황 BSI가 모두 기준치를 밑돌면서 제조업체들의 체감 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와 수출도 모두 기준치를 하회했다. 3분기 내수 현황 BSI는 88로 전 분기보다 2포인트 하락했고, 수출 현황 BSI는 92로 4포인트 낮아졌다. 국내외 판매 여건이 모두 개선되지 못한 가운데 매출 지표도 하락한 것이다. 재고 BSI는 101로 기준치를 소폭 웃돌았고, 설비 투자와 고용은 각각 99로 기준치를 밑돌았다. 자금 사정 BSI는 전 분기보다 소폭 상승했다. 4분기 경기 전망도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지 못했다. 시황 전망 BSI는 97로 전 분기와 같았지만, 매출 전망 BSI는 99에서 97로 2포인트 하락했다. 내수 전망은 96으로 기준치를 밑돌았고 수출 전망은 100으로 전 분기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 전망 BSI는 99에 머물렀으며 고용 전망은 100으로 보합이 예상됐다. 기업 규모와 업종별로는 경기 흐름에 차이가 나타났다. 3분기 매출 현황 BSI는 산업 유형과 기업 규모를 막론하고 모두 100을 밑돌았다. 산업 유형별로는 ICT 부문이 90, 기계 부문이 83, 소재 부문이 86, 신산업이 91을 기록했다. 기계 부문과 소재 부문의 매출 부진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으며, 중소업체의 체감경기도 대형업체보다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규모별로는 대형업체의 3분기 매출 현황 BSI가 93으로 전 분기 103에서 기준치 아래로 내려왔다. 중소업체도 84를 기록해 전 분기보다 하락했다. 반면 4분기 매출 전망 BSI는 대형업체가 104로 2분기 연속 기준치를 웃돌았다. ICT 부문은 99로 기준치에 근접했고, 신산업은 97을 기록했다. 소재 부문은 95로 2분기 연속 상승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기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업종별로는 3분기 디스플레이·이차전지·정유 업종의 매출 현황 BSI가 전 분기보다 상승했다. 무선통신기기·조선·화학·바이오·헬스 업종도 전반적인 하락 흐름 속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반면 자동차·철강·섬유 업종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4분기 매출 전망에서는 무선통신기기와 디스플레이 업종이 기준치 100을 웃돌았다. 반도체·화학·자동차·조선·바이오·헬스 업종도 상대적으로 높은 전망치를 나타냈다. 철강과 섬유 업종은 전 분기 대비 보합 수준에 머물렀지만 다른 업종에 비해 낮은 수준을 보여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제조업체들이 체감하는 경영 부담으로는 원자재 비용 상승이 가장 많이 꼽혔다. 현재 경영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응답 기업의 53%가 '원자재 비용 부담 가중'을 선택했다. 이어 '내수 약세·재고 누증'이 38%, '대외 불확실성 지속'이 34%로 집계됐다. 원자재 비용 부담은 전 분기에도 52%로 가장 높은 응답 비중을 차지했다.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을 꼽은 비중은 전 분기 42%보다 낮아졌다. AI 도입·활용과 관련해서는 향후 도입 계획을 포함해 관련 기술을 도입하거나 활용할 예정이라고 답한 기업이 약 41%로 조사됐다. AI 기술 도입·활용에 따른 기대효과로는 '업무 효율성·생산성 제고'를 꼽은 응답이 78.0%로 가장 많았다. 반면 AI를 도입하거나 활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아직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70.3%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제조업의 경기 회복이 업종과 기업 규모에 따라 차별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4분기에도 시황과 매출 전망 BSI가 모두 기준치를 밑돌면서 전반적인 경기 개선 기대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비용과 내수 부진이 주요 부담으로 남은 가운데, 기업들이 AI 활용을 통해 생산성과 업무 효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도 향후 경영 여건을 가늠할 변수로 꼽힌다.
2026-10-18 16:16:25
-
세제개편 여파에 강남권 아파트값 꺾였다…4개월 만에 하락 전환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4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정부의 세제개편 추진으로 고가주택 보유에 따른 세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가격을 낮춘 매물이 거래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노원·도봉·강북구 등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 전체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오름세를 유지했지만, 지역별로는 가격 흐름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18일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발표한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동남권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29% 하락했다. 동남권은 강남·서초·송파·강동구를 포함하는 지역으로, 서울 5개 권역 가운데 실거래가격지수가 하락한 곳은 동남권이 유일했다. 동남권 실거래가격지수가 하락한 것은 4개월 만이다. 앞서 이 지역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를 앞두고 매도 물량이 늘면서 지난 3월과 4월 각각 2.62%, 1.32% 하락했다. 이후 지난 5월부터 상승 흐름을 보였지만, 지난 8월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세제 변화에 따른 매도 움직임과 고가주택 시장의 가격 조정이 실거래 통계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전체 시장과 비교하면 강남권의 약세가 더 뚜렷하다. 8월 서울 전체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72% 상승했다. 전월 상승률인 1.83%와 비교하면 오름폭은 축소됐지만 상승 흐름 자체는 유지했다. 서울 전체 가격이 오른 가운데 동남권만 하락하면서 지역별 시장 온도 차가 나타났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가 지난 8월 3일 공개한 세제개편안이 고가주택 매매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부담 확대와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축소 등이 예고되면서 고가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세금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매도에 나서는 집주인이 늘고, 매수자를 확보하기 위해 가격을 낮춘 거래가 이어지면서 강남권 실거래가격을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강남권 주요 단지에서는 이전 거래보다 낮은 가격에 매매계약이 체결된 사례가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79㎡는 지난 8월 32억5000만원에서 34억5000만원 사이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같은 면적이 37억~38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 신고된 거래 가격도 31억원대로 내려왔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도 강남권의 하락세가 확인됐다.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8월 10일 조사부터 이번달 둘째 주까지 10주 연속 하락했다. 송파구 역시 6주 연속 하락 흐름을 보였다. 월간 실거래가격지수뿐 아니라 주간 가격 동향에서도 약세가 이어진 것이다. 반면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노원·도봉·강북구 등을 포함하는 동북권의 8월 실거래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1.54% 상승해 서울 5개 권역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종로·중구·용산구 등을 포함하는 도심권도 1.06% 올랐다. 고가주택이 집중된 동남권과 달리 중저가 주택이 많은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해당 차이는 서울 아파트 시장이 일률적으로 움직이기보다 가격대와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가주택 시장에서는 세금 부담 전망과 매도 움직임이 가격 조정 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중저가 주택 시장에서는 실수요가 유입되며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거래량 감소도 향후 가격 흐름을 가늠할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시가 공개한 거래 통계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달 15일 집계 기준 3143건으로, 지난 7월 5838건보다 46.2% 감소했다. 거래 신고가 계속 접수되는 만큼 최종 거래량은 달라질 수 있지만, 당시 집계에서는 매매 거래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출금리 부담까지 커지면 매수자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해 가격 상승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중간 집계한 지난달 서울 아파트 잠정 실거래가격지수 상승률은 0.16%로, 지난 8월 확정치인 0.72%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권역별로는 동남권이 1.71% 하락해 낙폭이 확대되고, 도심권도 0.97% 하락하며 하락 전환할 것으로 전망됐다. 잠정치는 이후 신고되는 거래를 반영해 바뀔 수 있지만, 현재까지의 집계만 보면 서울 전체의 상승폭은 축소되고 일부 권역에서는 하락세가 확산할 가능성이 나타난다. 결국 강남권 아파트의 실거래가격 하락 전환은 세제개편에 따른 고가주택 보유 부담과 매물 가격 조정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여기에 거래량 감소와 대출 부담까지 겹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의 상승 동력이 약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동북권 등 다른 지역에서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서울 전체가 본격적인 하락 국면에 들어섰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향후 세제개편의 실제 시행 내용과 거래량 변화, 지난달 잠정 지수의 확정 결과가 시장 흐름을 가늠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2026-10-18 15:55:16
-
-
접근금지 위반 전에도 격리 검토…가정폭력법 개정안 32건 계류
잇따른 가정폭력 살인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가해자 격리와 감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관련 법률 개정안은 국회에서 좀처럼 처리되지 않고 있다. 기존 접근금지 조치 위반 여부와 관계없이 재범 위험성이 높은 가해자를 격리하거나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방안 등이 이미 법안으로 발의됐지만, 상당수가 소관 상임위원회에 묶여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은 총 32건으로, 모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가운데 16건은 법사위 심사 단계에 있으며, 나머지 16건은 접수 단계에 머물러 있다. 계류 법안에는 최근 잇따른 가정폭력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검토하는 가해자 격리·감시 강화 방안과 맞닿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기존 퇴거·접근금지 조치를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재범 위험성을 고려해 가해자의 유치장 유치를 신청하거나, 긴급임시조치 위반에 대한 제재를 과태료에서 형사처벌로 강화하는 방안 등이다.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 이른바 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 접근금지 위반해야 격리 가능…현행 제도의 한계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폭력 재발 우려가 있는 경우 가해자에게 퇴거·격리와 접근금지 등의 임시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수사 단계에서 가해자를 유치장 등에 유치하도록 신청하려면 기존 임시조치를 위반하고 가정폭력이 재발할 우려가 있다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에 경찰은 해당 요건의 한계에 주목하고 있다. 가해자가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반복적인 폭력이나 협박 정황 등으로 피해자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가해자를 신속하게 격리하는 데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스토킹 범죄와 유사하게 기존 조치 위반 여부만이 아니라 재범 위험성도 고려해 유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긴급임시조치 위반에 대한 처벌 수준도 개선 과제로 꼽힌다. 긴급임시조치는 가정폭력이 다시 발생할 우려가 있고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기 어려운 긴급한 상황에서 경찰이 가해자에게 퇴거나 접근금지 등을 명령하는 제도다. 현행법상 이를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반면 스토킹 범죄의 긴급응급조치를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비슷하게 피해자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라도 범죄 유형에 따라 위반에 따른 제재 수준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경찰이 가정폭력 긴급임시조치 위반도 형사처벌 대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배경이다. 가해자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역시 피해자와 가해자의 접촉을 제한하고 재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으로 거론된다. 스토킹 범죄에는 법원 결정에 따라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가정폭력 사건에 이를 적용하려면 관련 법률의 정비가 필요하다. 해당 개선안은 이번 국회에서 처음 제기된 것이 아니다. 20대와 21대 국회에서도 가해자 격리와 긴급임시조치 위반 처벌 강화를 위한 법 개정이 추진됐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가정폭력방지법상 경찰의 현장조사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행위에 대한 제재를 과태료에서 형사처벌로 강화하는 개정안이 지난 3월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 올해 들어 관련 분야의 주요 입법 성과로 꼽힌다. ◆ 국감에선 보호 공백 질타…입법 논의는 제자리 가정폭력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경찰의 초기 대응과 피해자 보호 체계에 대한 비판은 이어져 왔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접근금지 등 보호조치가 만료되기 전에 피해자의 위험성을 다시 평가하고, 반복 신고와 접근금지 위반 이력 등을 구속영장 신청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는 개별 신고에 대한 대응을 넘어 과거 폭력과 위협이 반복된 맥락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신고 당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거나 가해자가 접근금지 조치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위험성을 낮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과도 이어진다. 입법 논의의 필요성이 커지자 관련 법안을 종합적으로 다루기 위한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남인순 국회부의장은 지난 15일 친밀관계폭력 관련 법안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을 발의했다. ◆ '가정 회복'보다 피해자 안전…법 목적도 손질해야 전문가들은 가해자 격리 수단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가정폭력처벌법의 목적과 사건 처리 원칙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 제1조는 법의 목적을 '가정폭력범죄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며 피해자와 가족 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함'으로 규정하고 있다. 가정의 회복과 피해자 보호를 함께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사건 처리 과정에서 가정 유지가 강조될 경우 피해자의 안전과 가해자에 대한 책임 추궁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3월 발간한 '친밀한 관계 기반 폭력 대응 및 피해자 보호 강화를 위한 법제화 연구' 보고서도 사건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의 위험 상태나 보호 필요성보다 관계 유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피해자의 처벌 의사에 따라 형사처벌 대신 보호관찰이나 상담위탁 등 보호처분을 하는 가정보호사건 절차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짚었다. 해당 보고서는 중대하거나 상습적인 가해자에게 실효성 있는 형사책임을 묻고, 피해자에게는 주거·생계·치료·자립 등을 지원하는 원칙을 법령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가정폭력은 한 차례 신고만으로 위험성을 판단하기 어렵고, 피해자가 가해자와 생활공간이나 경제적 기반을 공유하는 경우도 있어 피해자 보호에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가해자 격리와 처벌을 강화하는 동시에 피해자가 안전하게 거처를 옮기고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 체계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가정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후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그쳐서는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국회가 계류 법안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신속히 처리하는 한편, 피해자의 안전을 우선하는 법적 원칙과 현장 대응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6-10-18 15:23:16
-
흉기 소지 입건에도 위험평가 제외…경찰 위험성 평가, 현장 작동은 미흡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이상동기 범죄가 다중밀집장소에서 반복되고 있지만,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한 경찰의 위험성 평가 체계는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흉기 소지 혐의로 입건된 전력이 있는 피의자조차 위험성 평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존 대응책의 실효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2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이상동기 범죄는 총 146건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지난 2023년 46건, 2024년 42건, 2025년 39건으로 감소세를 보였지만, 매년 살인과 살인미수, 상해·폭행 등 중대한 피해로 이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전체 사건 중 127건(87.0%)은 노상과 상점, 쇼핑몰, 지하철 역사 등 일반 시민이 이용하는 공개된 장소에서 발생해 파급력이 크게 작용했다. 범행 도구를 사용한 사건은 85건(58.2%)이었으며, 도구 사용 사건 가운데 칼 등 날카로운 도구를 이용한 경우가 59건(69.4%)으로 집계됐다. 이상동기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관련성이 없거나 범행 동기가 불분명하고, 범행 양상이 과도하거나 비전형적인 범죄를 말한다.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만큼 일상 공간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피해도 치명적으로 번질 수 있는 것으로 꼽힌다. 지난 13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대형 상업시설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도 이런 위험을 드러냈다. 피의자 최충락(59)은 양손에 흉기를 테이프로 묶은 채 시민들에게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 대책 마련했지만…현장에선 위험 신호 놓쳐 앞서 경찰은 이상동기 범죄가 잇따르자 순찰을 강화하고 위험 징후를 분석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해 온 바 있다. 지난 2023년 신림동과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를 중심으로 특별치안 활동을 벌였고, 공공장소 흉기 소지와 공중협박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도 도입했다. 지난 1월에는 '이상동기 범죄 전조 증후 분석 및 대응 강화 전국 확대 계획'을 세워 위험 대상 선별, 범죄분석·평가, 분석 결과 활용의 3단계 대응 체계를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평가에는 폭력 위험성 평가 도구 HCR-20, 정신병질자 선별도구 PCL-R, 재범 위험성 평가 도구 KORAS-G, 성격 평가 도구 PAI 등이 활용된다. 평가 결과에 따라 구속·입원 등을 검토하고, 즉각적인 격리가 어렵다면 치료·재활시설 연계 등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번 인천 사건에서는 기존에 드러난 위험 징후가 범죄분석·평가로 이어지지 않았다. 제공된 자료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달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중 흉기를 꺼냈다가 공공장소 흉기 소지 혐의로 지난 4일 입건됐다. 지난 2015년에도 전처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며, 당시 성인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 높은 수준의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병질자 선별도구 검사에서도 재범 위험성이 중간 수준으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경찰은 당시 흉기를 시위 팻말에 사용하는 데 그쳤고 시민을 직접 위협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범죄분석·평가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흉기 소지와 과거 범죄 전력 등 여러 신호가 있었지만, 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절차로 연결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평가 도구를 마련하는 것만으로는 범죄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것으로 지적된다. 이에 위험성 평가 대상 선정 기준과 후속 조치 절차가 명확해야 하고, 개별 사건에서 확인한 정보가 추가적인 위험 분석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국 관건은 위험성 평가 체계가 실제 사건 처리 과정에서 일관되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흉기 소지와 반복적인 위협 행위 등 위험 징후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된 경우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할지 구체화해야 한다. 치료나 재활이 필요한 대상은 관련 기관과 연계하고, 위험 징후가 추가로 확인될 경우 평가 결과를 갱신할 수 있는 체계도 필요하다. 동시에 전과나 정신건강 관련 정보만으로 위험군을 분류하지 않도록 객관적인 판단 기준과 절차적 통제도 갖춰야 할 전망이다.
2026-10-18 14:57:35
-
노동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연내 로드맵…직무급제 손본다
고용노동부가 고용 형태와 성별 등에 따른 불합리한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현 로드맵을 연내 마련한다. 같은 가치의 일을 수행했다면 고용 형태나 근속연수에 따른 차별을 최소화하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18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노동부는 오는 12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현 로드맵 발표를 목표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로드맵에는 관련 원칙의 법제화와 임금정보 제공 확대, 초기업 교섭 활성화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은 업무의 내용과 책임, 필요한 기술과 노력 등 직무의 가치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본질적으로 동등한 가치의 노동에는 동등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단순히 직함이나 근무 장소가 같다는 이유로 임금을 일률적으로 맞추는 개념과는 다르다. 수행하는 업무의 가치가 동등한지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임금 차이가 있다면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해당 원칙은 이재명 정부의 주요 노동정책 과제 가운데 하나로, 노동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고용 형태에 따른 불합리한 처우 격차를 줄여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같은 사업장에서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고용 형태에 따라 임금과 처우가 크게 달라지는 문제를 개선하고, 직무의 가치에 기반한 보상 체계를 확산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 근로기준법에 원칙 명시 검토…임금정보 확대해 판단 기준 마련 현재 국내 법체계에도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명시돼 있다. 다만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관련 규정이 있어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을 금지하는 것을 중점으로 두고 있다. 노동부는 이를 근로기준법에도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용 형태를 비롯한 노동시장 전반의 임금 격차 문제로 논의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법제화가 추진되더라도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하는 것으로 꼽힌다. 직무의 가치가 같다는 것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지, 업무의 난도와 책임, 숙련도 등의 차이를 임금에 어떻게 반영할지에 따라 제도의 실효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직무명이라도 실제 담당 업무와 책임 범위가 다를 수 있고, 직무가 다르더라도 요구되는 기술과 책임 수준이 비슷할 수 있다. 임금정보 제공 확대가 로드맵의 주요 과제로 거론되는 이유로 분석된다. 노동부는 임금직업정보 시스템 등을 활용해 직무와 직위, 근속연수 등에 따른 임금분포 정보를 보다 상세하게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가통계 자료를 활용해 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논의 대상이다. 임금정보가 충분히 공개되면 노동자와 기업이 유사한 직무의 보상 수준을 비교하고 임금 격차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기업 입장에서도 직무별 임금 수준을 점검하고 보상 체계를 설계할 때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임금 통계만으로 특정 사업장 내 임금 차별 여부를 곧바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직무 내용과 책임, 숙련도 등 실제 업무 조건을 함께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 연공급 중심 임금체계가 걸림돌… 직무급제 전환은 노사 합의가 관건 제도 정착의 핵심 과제로는 임금체계 개편이 꼽힌다. 국내 기업 상당수는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임금이 높아지는 연공급적 요소를 임금체계에 반영하고 있다. 이 방식은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숙련 축적에 보상을 제공할 수 있지만, 실제 수행하는 업무의 가치와 임금 사이의 연계가 약해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같은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이 다르거나, 직무와 책임의 차이보다 근속연수에 따라 보상 격차가 커지는 경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같은 현장에서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임금 결정 방식과 복리후생 기준이 다르면 임금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방식은 직무급제다. 직무급제는 근속연수보다 업무의 내용과 난도, 책임, 필요한 전문성 등을 기준으로 임금을 결정하는 체계다. 직무의 가치를 평가하고 이에 맞춰 보상 수준을 정하면 고용 형태나 근속연수만으로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문제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직무급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 자동으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직무를 어떻게 분류하고 평가할지, 같은 직무 안에서 숙련도와 성과를 임금에 어느 정도 반영할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직무 평가 결과를 둘러싸고 노사 간 이견이 발생할 수도 있다. 기존 임금체계에서 직무급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부 노동자의 임금이 정체되거나 불리해질 가능성도 있어 세부 설계가 중요하다. 노동계는 직무급제가 임금 삭감이나 성과 중심의 임금 차등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경영계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개인별 숙련도와 성과, 업무 기여도에 차이가 있는 만큼 일률적인 임금 지급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직무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마련하고, 기존 임금체계와 새로운 보상 기준을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관건이다. 이에 직무급제 도입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 임금 격차의 원인을 확인하고 합리적인 임금 차등과 불합리한 차별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기업별 교섭 한계 넘을까… 초기업 교섭 활성화도 추진 기업별 노조 중심의 노사관계도 제도 확산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다. 기업별로 임금과 단체협약을 정하는 구조에서는 같은 업종에서 유사한 직무를 수행하더라도 기업의 규모와 수익성, 노사관계에 따라 보상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개별 기업 단위에서 임금체계를 바꾸더라도 산업 전반으로 유사한 기준을 확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노동부가 검토하는 초기업 교섭 활성화는 기업의 경계를 넘어 업종이나 산업 단위에서 노동조건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유사한 산업에서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면 기업별로 분절된 임금 결정 구조를 보완하고, 노동조건의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현장에 안착시키려면 법 조항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직무 평가와 임금정보 제공, 임금체계 개편, 노사 교섭이 서로 맞물려 작동해야 한다. 노동부가 연내 마련할 로드맵에 구체적인 이행 일정과 현장 적용 방안이 얼마나 담길지도 주목된다. 일본의 제도 변화도 참고 사례다. 일본은 지난 1일부터 정년 후 재고용된 고령 근로자에 대해 기간제라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낮추는 것을 제한하는 등 '동일노동 동일임금' 관련 지침을 강화했다. 고용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처우 차이를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원칙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려는 취지다. 다만 일본의 제도와 한국의 법체계, 임금 결정 구조에는 차이가 있는 만큼 세부 내용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고용 형태에 따른 처우 차이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로드맵 역시 법제화와 임금정보 공개에 그치지 않고, 직무 가치 평가의 객관성과 노사 합의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실효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2026-10-18 14:34:52
-
반도체·AI가 끌어올렸다…IMF, 한국 잠재성장률 2년 연속 상승 전망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 능력을 나타내는 잠재성장률이 올해와 내년 2년 연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2년 연속 높아지는 것은 지난 1986~1987년 이후 약 40년 만으로,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투자 확대와 반도체 수출 호조가 성장 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IMF의 10월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지난해 1.94%에서 올해 2.14%, 내년 2.20%로 높아질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 0.20%포인트(p) 상승한 뒤 내년에도 0.06%p 추가로 오르는 경로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지난 2023년 2.06%에서 지난 2024년 1.96%로 낮아졌다가 올해 다시 2%대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추산치인 2.14%는 지난 2021년 2.23%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IMF의 과거 시계열을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잠재성장률이 2년 연속 상승하는 것은 이른바 '3저 호황'이 이어졌던 1986~1987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잠재성장률은 지난 1986년 9.77%에서 다음해 9.91%로 높아졌다. 잠재성장률은 물가를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 경제가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잠재 국내총생산(GDP)의 증가율이다. 경기 회복이나 수출 호조에 따라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 있는 실제 GDP 성장률과 달리 노동·자본 투입과 기술 발전 등 경제의 기초적인 생산 능력을 가늠하는 데 활용된다. 잠재성장률이 반등한다는 것은 경제가 보유한 생산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거나 투자와 생산성이 개선되면서 중장기 성장 여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저출생과 고령화로 노동 공급이 줄어드는 구조적 제약에 직면해 있다. 노동 투입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잠재성장률 상승세가 이어지려면 자본 축적과 생산성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번 수치는 IMF가 제시한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과 GDP갭률을 토대로 역산한 결과다. IMF는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을 올해 3.33%, 내년 2.83%로 전망했다. GDP갭률은 올해 0.548%, 내년 1.168%로 추산했다. GDP갭률은 실제 GDP와 잠재 GDP의 차이를 잠재 GDP 대비 비율로 나타낸 지표로, 실제 경제활동이 잠재적인 생산 수준을 얼마나 웃돌거나 밑도는지를 보여준다. 다만 이번 전망만으로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성장 둔화가 끝났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잠재성장률은 노동과 자본, 생산성 등을 바탕으로 추정하는 지표인 만큼 산출 기관과 모형에 따라 차이가 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내년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투자 확대가 다른 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고령화에 따른 노동 공급 감소를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지가 중장기 성장 경로를 좌우할 전망이다. 잠재성장률은 직접 관측할 수 있는 값이 아니라 경제 상황과 추정 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OECD는 지난 6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지난해 1.85%, 올해 1.66%, 내년 1.52%로 전망했다. IMF의 이번 추산과는 방향부터 차이가 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말 발표한 '2027년 NABO 경제전망'에서 잠재성장률이 지난해 2.14%에서 올해 2.22%, 내년 2.28%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 주요 선진국 웃도는 잠재성장률…정부 목표 달성은 과제 IMF 자료를 같은 방식으로 계산할 수 있는 27개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올해와 내년 모두 7위 수준이다. 지난해 12위에서 순위가 상승할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는 몰타 4.10%, 키프로스 3.39%, 덴마크 2.68%, 슬로베니아 2.53%, 스페인 2.50%, 미국 2.33%에 이어 한국이 뒤를 이었다. 내년에도 몰타 4.04%, 아일랜드 3.88%, 키프로스 3.29%, 슬로베니아 2.53%, 덴마크 2.34%, 미국 2.29%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한국보다 잠재성장률이 높은 국가는 미국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올해와 내년 모두 영국(1.29%, 1.26%), 프랑스(0.85%, 0.85%), 일본(0.82%, 0.84%), 독일(0.64%, 0.70%)을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경제활동이 잠재 생산 수준을 얼마나 웃도는지를 나타내는 GDP갭률도 빠르게 개선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의 GDP갭률 순위는 지난해 20위(-0.610%)에서 올해 6위(0.548%)로 올라서고, 내년에는 1위(1.16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 2위인 그리스(0.750%), 3위 덴마크(0.737%)와 비교해도 격차가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잠재성장률 3%를 목표로 제시했다. 수출 세계 4강,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약 6700만원)와 함께 '3·4·5 경제 대도약'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IMF는 한국의 1인당 GDP가 올해 4만3512 달러(약 5800만원)로 내년 4만9277 달러(약 6600만원), 오는 2028년 5만2100 달러(약 7000만원)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2031년에는 5만9919 달러(약 8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 AI·반도체 투자, 성장 여력 끌어올릴까…산업 간 온도 차는 변수 전문가들이 잠재성장률 반등 가능성에서 주목하는 요인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자본 투자와 AI 확산에 따른 생산성 개선이다. 잠재성장률은 노동과 자본, 총요소생산성(TFP) 등의 영향을 받는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과 자본의 투입량 증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생산 효율의 개선을 의미하며, 기술 발전과 업무 방식 변화,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다. AI 산업이 성장하면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관련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면 생산 설비와 자본 축적이 늘어날 것으로 꼽힌다. 기업들이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해 같은 인력과 자원으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면 생산성 개선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노동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한국 경제에서 자동화와 업무 효율화가 노동 투입 감소의 영향을 일부 상쇄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AI 관련 투자가 늘어난다는 사실만으로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설비와 인프라를 구축하는 단계에서 발생한 투자가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기업 현장의 활용도가 높아져야 한다. AI 도입 비용과 인력 재교육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까지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특정 기업과 산업에 투자가 집중되면 경제 전체의 생산 능력이 개선되는 속도는 기대보다 더딜 수 있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성장 지표를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성장의 과실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지도 과제로 꼽힌다. 반도체 산업의 실적 개선이 투자와 고용, 협력업체의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된다면 경제 전반의 성장 기반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성과가 일부 대기업이나 특정 업종에 집중되면 거시지표와 가계·중소기업이 체감하는 경기 사이의 간극이 커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고령화와 노동 공급 감소라는 구조적 제약도 남아 있다. AI와 자동화가 노동력 부족을 보완할 수 있지만 모든 산업과 직무에서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기술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업무 재설계와 인력 전환, 산업 간 자원 배분 개선으로 연결해야 생산성 상승 효과가 경제 전반에 축적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번 IMF 전망은 장기간 하락해 온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반등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AI·반도체 호황이 단기적인 수출 증가를 넘어 산업 전반의 생산성 개선과 노동력 감소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한국 경제의 중장기 성장 경로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026-10-18 14:06:34
-
놀 유니버스, 킨텍스서 10만명 규모 페스티벌…여행·공연 경험 한자리에
여행과 공연, 레저를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대규모 여가 축제가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막을 올렸다. 음악 공연을 중심으로 여행지와 공항을 연상시키는 공간 연출, 포토존, 식음료(F&B) 공간을 결합해 관람객이 공연 관람 전후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온라인 예매와 예약 서비스를 중심으로 고객을 만나온 플랫폼이 오프라인에서 브랜드 경험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17일 놀 유니버스는 이날부터 18일까지 이틀간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놀 페스티벌 2026'을 개최한다. 여행과 공연, 레저 등 다양한 여가 경험을 연결하는 놀 유니버스의 정체성을 오프라인에서 구현하기 위해 기획한 행사로, 공연을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행사장 곳곳을 둘러보며 여러 여가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공간과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놀 유니버스가 추산한 양일간 예상 방문객은 약 10만명이다. 티켓 응모 건수는 누적 약 180만건으로 집계됐다. 양일간 60팀의 아티스트가 출연해 공연을 선보인다. 행사장에는 총 3개의 무대가 마련됐다.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가 라이브 공연을 선보이는 '수퍼 라이브 스테이지', K팝 아티스트의 퍼포먼스와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케이팝 스테이지', 전자음악을 중심으로 강렬한 비트와 무대 연출을 앞세운 'EDM 스테이지'다. 수퍼 라이브 스테이지는 장르를 폭넓게 아우르며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됐다. 특정 장르에 집중하기보다 여러 아티스트의 라이브 공연을 통해 관람객의 음악적 취향을 폭넓게 반영하는 무대다. 케이팝 스테이지는 아티스트의 퍼포먼스와 음악을 집중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국내외 팬들이 공연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는 경험에 초점을 맞춰 설계됐다. EDM 스테이지는 전자음악 특유의 강렬한 비트와 화려한 연출을 중심으로 축제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았다. 서로 다른 음악적 특성을 지닌 세 무대를 배치해 관람객이 취향에 따라 공연을 선택하고,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공연 외에 행사장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에도 여행이라는 주제를 반영했다. 행사장 입구에는 오디오 플레이어 모양의 웰컴 스테이션을 설치했다. 관람객을 맞이하는 공간에 음악과 관련된 시각적 요소를 활용해 페스티벌의 성격을 드러냈다. 웰컴 스테이션 뒷면에는 공항의 항공 일정표를 모티브로 한 공연 타임테이블을 배치해 여행을 떠나기 전 항공편을 확인하듯 공연 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공간의 기능과 콘셉트를 연결했다. 각 스테이지에는 무대별 개성과 음악적 분위기를 재해석한 포토존도 마련됐다. 무대마다 차별화된 공간을 구성해 공연을 기다리는 시간이나 관람 전후에도 사진 촬영 등 부가적인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공연 자체뿐 아니라 행사장에 머무는 시간 전반을 축제의 일부로 구성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식음료 공간도 행사장 안팎에 배치했다. 공연장 내부에만 관람객의 동선이 집중되지 않도록 외부에서도 접근할 수 있는 F&B 공간을 마련해 방문객의 편의성을 고려했다. 음악 공연과 먹거리, 공간 체험을 함께 구성함으로써 단순한 공연 관람을 넘어 여러 여가 활동을 한 공간에서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이번 페스티벌은 온라인 중심의 여가 플랫폼이 오프라인에서 고객과 만나는 접점을 확대한다는 목표로 진행된다. 여행 상품과 공연 티켓 등을 온라인에서 탐색하고 구매하는 과정과 달리, 오프라인 행사에서는 무대와 공간, 식음료 등 여러 요소가 결합한 경험을 직접 제공할 수 있다. 놀 유니버스는 여행과 엔터테인먼트를 연결하는 브랜드의 특성을 현장에서 구현해 고객과의 접점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놀 유니버스 관계자는 "행사장 곳곳의 공간 브랜딩에도 여행과 여가를 연상시키는 요소를 자연스럽게 녹여 관람객이 마치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으로 공연과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놀은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여행과 엔터테인먼트를 아우르는 브랜드의 특성을 현장에서 보여주고, 고객과 직접 만나는 접점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6-10-17 15:25:36
-
"AI가 상상력의 한계 없앤다"…엔씨, 엔비디아 'RTX 스파크'서 시연
"AI는 무언가를 만들려는 사람의 상상력에 한계를 없애준다" 16일 배재현 엔씨 부사장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RTX 스파크 출시 행사에서 게임 개발 과정의 인공지능(AI) 활용 가능성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AI가 게임 제작 방식 자체를 바꾸는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게임 속 광활한 세계를 구현하고 캐릭터의 행동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는 동시에 그래픽 처리 기술과 고성능 하드웨어를 결합해 개발자가 구현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엔비디아와 엔씨는 이날 대담과 시연을 통해 AI와 그래픽 기술이 바꿔갈 게임 개발의 미래를 제시했다. 배 부사장은 이날 엔비디아 개발자 협력 부문 부사장 케이타 이다와 대담을 진행하며 엔씨의 차기작 '신더시티' 개발 과정과 AI 활용 계획을 소개했다. 신더시티는 재난 이후의 서울을 배경으로 자동차와 헬기 등을 이용해 이동하고 건물 내부까지 탐험할 수 있는 오픈월드 3인칭 슈팅 게임이다. 배 부사장은 신더시티를 구상한 배경에 대해 평소 슈팅 게임을 즐겨 왔으며, 단순히 정해진 공간에서 전투를 벌이는 형태를 넘어 넓은 도시를 자유롭게 누비는 경험을 구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용자가 도보와 차량, 헬기 등을 활용해 이동하고 다양한 공간에서 활동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구조의 게임을 구현하려면 개발사의 기획과 제작 역량뿐 아니라 하드웨어와 그래픽 기술의 뒷받침도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배 부사장은 과거 '리니지2'를 개발할 때도 비슷한 과제를 마주했다고 돌아봤다. 당시에는 3D MMORPG를 원활하게 구동할 수 있는 PC 환경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지만, 고품질 3D 게임을 구현하면 이용자들이 이를 즐기기 위해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엔씨는 지난 25년간 엔비디아와 협력해 지포스 그래픽카드와 연계한 경험을 쌓아온 바 있다. 배 부사장은 게임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을 구현하려면 하드웨어뿐 아니라 개발 지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게임 경험을 만들려는 시도가 그래픽 기술의 발전과 맞물리면서 이용자들이 접하는 게임의 수준도 달라져왔다는 설명이다. 신더시티 개발에서도 엔비디아와의 협력이 이어지고 있다. 배 부사장은 게임에 레이 트레이싱과 프레임 생성 기술인 DLSS 등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 품질을 높이는 동시에 복잡한 오픈월드 환경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관련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AI 역시 게임 개발의 주요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배 부사장은 엔씨가 자체 AI 조직인 엔씨AI를 통해 한국형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게임 제작 과정에서도 월드 생성과 비플레이어 캐릭터(NPC)의 행동 구현 등 다양한 방식으로 AI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가 창작자의 능력을 대체하는 기술이라기보다 창작 과정에서 구현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게임 속 세계를 더 빠르게 구성하거나 사람처럼 행동하는 캐릭터를 구현하는 등 활용 방식에 따라 제작 과정의 변화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케이타 이다 부사장도 AI가 게임 제작 방식을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게임 속 세계를 생성하고 캐릭터의 행동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AI가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판단으로 분석된다. 이날 현장에서는 신더시티를 엔비디아 RTX 스파크 노트북에서 구동하는 시연도 진행됐다. 배 부사장은 DLSS 5를 적용한 상태에서 약 4K 해상도로 게임을 실행했으며, 초당 100프레임 이상의 성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얇은 노트북에서 별도의 전원 연결 없이 배터리로 게임을 구동하는 모습을 선보이며 하드웨어와 그래픽 기술의 결합 가능성을 보여줬다. RTX 스파크는 엔비디아의 RTX 그래픽과 AI 플랫폼을 윈도우 PC에 결합한 제품이다. 최대 128GB의 통합 메모리를 바탕으로 대규모 AI 모델과 AI 에이전트를 로컬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엔비디아는 AI 연산과 그래픽 작업을 하나의 기기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개발자와 크리에이터, 게이머를 겨냥하고 있다. 배 부사장은 향후 게임의 발전 방향을 묻는 질문에 먼 미래에는 뇌의 정보를 스캔해 가상 환경에서 활동하는 형태까지 가능할 수 있다는 상상을 내놨다. 다만 가까운 미래에 대해서는 신더시티처럼 고도화된 그래픽 기술을 활용해 현실감 있는 세계를 구현하는 게임이 변화의 단서를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이번 행사를 서울을 비롯해 베를린, 타이베이, 샌프란시스코, 이스탄불, 베이징 등에서 진행했다. 국내에서는 에이수스, HP, 레노버, MSI의 웹사이트와 주요 판매처를 통해 RTX 스파크 노트북을 구매할 수 있다. 케이타 이다 부사장은 "미래는 모두를 설레게 만든다"며 "'신더 시티'에 구현한 'RTX 스파크'를 오늘 밤 모두가 즐겁게 감상하시길 바라며, 집에서도 즐거운 시간이 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6-10-17 12:59:51
-
엔비디아, RTX 스파크 출시…로컬 AI부터 콘텐츠 제작까지 한 기기에
엔비디아가 최대 128GB 메모리를 탑재한 고성능 노트북을 앞세워 로컬 인공지능(AI) 시장 공략에 나선다.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보내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대규모 AI 모델과 에이전트를 실행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제품으로 AI가 질문에 답하는 단계를 넘어 직접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 AI로 발전하면서, 고성능 연산과 메모리를 갖춘 개인용 컴퓨터(PC) 역할의 확대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16일 엔비디아는 프리미엄 윈도우 PC 제품군 '엔비디아 RTX 스파크' 노트북을 공개했다. 에이수스(ASUS), 델, HP, 레노버, 마이크로소프트, MSI 등 주요 PC 제조사를 통해 출시되며, 가격은 2599 달러(약 346만원)부터 시작한다. 최상위 모델의 경우 국내 가격 기준 900만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제품의 핵심은 AI 연산에 활용할 수 있는 메모리 용량이다. 엔비디아는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 RTX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그레이스 CPU를 결합한 슈퍼칩을 통해 최대 128GB의 통합 메모리와 최대 1페타플롭(FP4 기준)의 AI 연산 성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CPU와 GPU가 메모리를 공유하는 구조로,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AI 에이전트를 기기 내부에서 실행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됐다. 엔비디아는 대규모 AI 모델을 활용할 때 메모리 용량이 중요한 만큼, 이번 제품은 최대 128GB 메모리를 AI 작업에 할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로컬 AI 환경은 클라우드에서 실행하는 AI에 비해 모델 규모나 성능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지만, 하드웨어 성능이 개선되면서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환경에 맞춘 것이다. 로컬 AI는 AI 모델을 외부 서버가 아닌 사용자 기기에서 직접 구동하는 방식이다.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과정을 줄일 수 있고, 네트워크 연결 상태에 대한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 특히 기업 내부 자료나 개인 작업물처럼 외부 전송에 제약이 있는 데이터를 다루거나, AI 에이전트가 반복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환경에서 활용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실제 성능은 모델의 크기와 최적화 수준, 작업 종류 등에 따라 달라진다. 엔비디아는 이번 제품을 단순한 고성능 그래픽 노트북이 아니라 AI 에이전트 시대에 맞춘 PC로 내세웠다. 에이전트 AI는 사용자의 지시에 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외부 도구와 데이터를 활용해 코드를 작성하거나 파일을 처리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작업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엔비디아는 깃허브 코파일럿, 헤르메스, 오픈클로 등 다양한 에이전트를 로컬 환경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AI 에이전트가 40년 동안 변하지 않은 유저 인터페이스(UI)를 바꾸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퍼스널(개인) 컴퓨터에서 기본적인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어 저희가 (이번 행사의 이름에)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을 붙였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올해를 에이전트 AI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는 시기로 보고, 제품 역시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작업 환경에 맞춰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AI 모델의 추론 성능뿐 아니라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메모리와 전력 효율, 장시간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성능을 함께 고려한 것이다. 전력과 발열도 주요 설계 요소다. 엔비디아 스파크를 적용한 이번 제품의 전력 소모는 80W 수준이며, 발열을 줄이는 설계를 적용해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 최대 18시간 사용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AI 외에도 그래픽과 콘텐츠 제작 기능을 제품의 주요 용도로 제시했다. 특히 영상 편집과 3차원(3D) 작업 등 높은 연산 성능이 필요한 크리에이터 시장을 겨냥했다. 엔비디아는 그래픽 성능이 기존 엔비디아 지포스 RTX 5070급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으며, 게임보다는 창작 작업과 AI 활용에 무게를 둔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어도비와의 협업도 크리에이터 시장 공략의 한 축이다. 엔비디아는 포토샵과 프리미어 등 어도비의 창작 애플리케이션에 AI 편집 기능을 위한 텐서RT 가속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프리미어에서는 영상 재생과 렌더링, 효과 적용, 색 보정 등 후반 작업의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포토샵과 프리미어는 출시 시점에 제공되는 베타 버전을 통해 RTX 스파크를 기본 지원하며, 서브스턴스 3D 지원도 추가될 예정이다. 현장에서는 OLED 디스플레이와 그래픽 작업 성능 역시 콘텐츠 제작자에게 유용한 요소로 제시됐다. 고해상도 영상과 이미지, 3D 콘텐츠를 다루는 작업에서는 연산 성능뿐 아니라 화면 품질과 작업 환경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AI와 창작 작업 외에도 게이밍 성능을 갖췄다. 최근 공개된 DLSS 5 기술의 사용이 가능해 몰입감 있는 경험과 조명-재질의 디테일을 개선해 더욱 사실적인 그래픽을 구현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CEO는 이번 신제품에 대해 "RTX 스파크는 엔비디아 AI, RTX 그래픽, 쿠다의 성능을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와 하나의 PC에 결합해 창작과 게이밍, 개인용 AI 에이전트 실행을 지원한다"며 "오늘날의 업무는 물론 앞으로 함께 일하게 될 개인용 AI 에이전트까지 고려해 설계된 제품"이라고 말했다.
2026-10-17 09: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