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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세금이 넘칠 때가 재정의 진짜 시험대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기업의 장부를 넘어 나라 곳간까지 바꾸고 있다. 정부가 예상한 내년 국세수입은 584조4000억원. 올해 본예산보다 크게 늘어난다. 법인세와 소득세가 동시에 증가하는 배경에는 AI 반도체 호황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이 가운데 최근 10년의 내국세 추세를 웃도는 추가 세수 162조3000억원을 떼어 ‘미래대응기금’을 만들겠다고 했다. 숫자가 워낙 크다 보니 먼저 하나는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162조3000억원 전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이 직접 낸 세금이라는 뜻은 아니다. 정부가 추세선을 웃도는 전체 내국세 증가분을 계산한 금액이고, 반도체 호황은 그 세수 급증을 만들어낸 가장 중요한 배경 가운데 하나다. 그럼에도 ‘반도체가 번 세금’이라는 표현이 던지는 질문은 유효하다. 호황기에 갑자기 늘어난 세수는 누구의 돈인가. 지금 살아 있는 국민이 당장 써도 되는 돈인가. 아니면 경기가 꺾인 뒤를 위해 남겨둬야 할 돈인가. 더 멀리 보면 아직 세금을 낼 나이조차 되지 않은 미래세대에게도 일정한 몫이 있는 돈인가.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3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에서 짚은 것도 같은 문제다. 그는 대외 불확실성과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려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동시에 국가채무와 의무지출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재정 여력을 떨어뜨리고 잠재성장률과 미래세대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 말은 모순되지 않는다. 경기가 무너질 때 재정은 과감하게 써야 한다. 민간이 움츠러들고 기업이 투자를 미룰 때 정부까지 지갑을 닫으면 불황을 더 깊게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세수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호황기에는 일부를 남겨야 한다. 불황에 쓸 수 있는 정부가 되려면 호황기에 다 쓰지 않는 정부여야 한다. 이것이 재정의 기본이다. 그런 점에서 미래대응기금이라는 발상 자체는 평가할 대목이 있다. 정부는 162조3000억원 가운데 45조4000억원을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분야에 쓰고, 12조5000억원으로 신규 국채 발행을 줄일 계획이다. 가장 큰 몫인 104조4000억원은 당장 쓰지 않고 여유자금으로 적립한다. 전체 기금의 64%가량이다. 세수가 더 들어왔다고 한 해에 모두 지출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더구나 반도체는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이다. AI 붐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메모리 가격이 떨어지고 투자 사이클이 꺾이면 기업이익과 법인세는 빠르게 줄어든다. 세수는 내려가는데 한 번 시작한 복지와 보조금, 기관과 사업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재정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일시적인 돈으로 영구적인 지출을 만드는 일이다. 올해만 들어오는 10조원을 근거로 매년 10조원이 필요한 사업을 시작하면 호황이 끝나는 순간 그 차이는 빚이 된다. 세금을 올리거나 다른 지출을 줄이지 않는 한 결국 국채가 빈자리를 메운다. 때문에 미래대응기금의 성패도 ‘얼마를 담았느냐’보다 어떤 돈을 어디까지 쓸 수 있게 하느냐에서 갈릴 것이다. 45조4000억원의 사업지출 가운데 AI와 전략기술, 인재 양성처럼 미래의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 오늘의 반도체 호황에서 나온 세금으로 다음 산업을 만드는 것은 세대 간 이전이라기보다 세대 간 투자에 가깝다. 반면 한번 시작하면 끊기 어려운 경상적 복지와 반복성 지원사업을 초과세수에 기대어 늘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반도체 가격은 내려가도 법으로 정해진 의무지출은 내려가지 않는다. 반도체 사이클은 꺾여도 정부 사업에는 사이클이 없다. 바로 이 점에서 104조4000억원의 여유자금이 중요하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이 돈은 향후 세수 결손이나 예상하지 못한 재정 수요가 발생할 때 재정을 보강하는 일종의 ‘저수지’ 역할을 하게 된다. 방향은 합리적이지만 정부는 일정한 범위에서 추가경정예산을 거치지 않고 기금운용계획 변경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들고 있다. 신속성은 커지지만, 100조원이 넘는 자금에 행정부의 재량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돈을 쌓아두는 것만으로 미래세대의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언제 꺼낼 수 있는지, 무엇에 쓸 수 있는지, 누가 결정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세수 결손이 어느 정도일 때 사용할 것인지, 경기침체의 기준은 무엇인지, 미래투자라는 이름으로 어떤 사업까지 허용할 것인지 법과 제도로 선을 그어야 한다. 특히 기금의 여유자금이 그때그때 정부가 원하는 사업을 담는 별도 예산처럼 운용돼서는 안 된다. 노르웨이의 경험은 참고할 만하다. 노르웨이는 석유와 가스에서 들어오는 정부 순수입을 정부연기금 글로벌(GPFG)에 넣고 해외에 투자한다. 재정에는 기금의 원금을 마음대로 가져다 쓰는 대신 장기적으로 예상 실질수익률에 해당하는 수준을 기준으로 활용한다. 현재 그 기준은 약 3%다. 핵심은 석유로 갑자기 부자가 된 한 세대가 자원을 모두 소비하지 않고 금융자산으로 바꿔 후대와 나누겠다는 데 있다. 물론 한국의 반도체 세수와 노르웨이의 석유 수입을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석유는 땅에서 한 번 꺼내 쓰면 사라지는 국민 자산이고, 반도체 기업의 이익과 세금은 혁신과 생산 활동에서 생긴다. 정부가 기업이 낸 세금을 영구적으로 묶어둘 이유도 없다. 하지만 배울 원칙은 있다. 일시적으로 크게 들어온 돈을 평상시의 소득처럼 생각하지 않는 것. 노르웨이는 석유가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에서 출발했다. 한국 재정도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예기’ 왕제편에는 ‘국무구년지축왈부족(國無九年之蓄曰不足)’이라는 구절이 있다. ‘나라에 아홉 해를 버틸 비축이 없으면 부족한 것’이라는 의미다. 이어 3년을 농사지으면 1년치 식량을 남기고, 9년이면 3년치를 비축해야 한다고 했다. 풍년에 남겨 흉년을 견딘다는 오래된 국가운영의 원칙이다. 2500년 전 곡식창고가 오늘의 재정기금으로 바뀌었을 뿐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의 2027년 예산안은 총지출이 820조9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2.8% 늘어난다. 동시에 정부는 미래대응기금과 국채 발행 축소를 통해 내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8.3%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적극적인 지출과 재정안정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구상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원칙이 필요하다. 우선 경기순환으로 생긴 초과세수와 경제의 기초체력에서 생긴 구조적 세수를 구분해야 한다. 일시적 초과세수는 상시 지출의 재원으로 잡아서는 안 된다. 또한 초과세수의 사용 순서를 정해야 한다. 미래 성장투자, 재정안정 적립, 국가채무 축소 사이의 기준을 사전에 만들어 정권과 경기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기금에서 돈을 꺼내는 조건도 엄격해야 한다. 불황이나 세수 급감 때는 과감하게 쓰되 단순히 예산을 더 쓰기 위한 우회 통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오늘의 호황을 내일의 고정비로 바꾸지 않는 것이다. 반도체 기업이 잘 벌어 세금이 많이 들어온 것은 축하할 일이다. 그 돈으로 AI와 첨단산업을 키우고 청년에게 기회를 만들며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나라 살림은 기업의 분기 실적과 달라야 한다. 기업은 좋은 해에 성과급을 더 줄 수 있다. 국가는 좋은 해의 세수를 보고 수십 년 동안 지급해야 할 약속을 쉽게 늘려서는 안 된다. 앞으로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연금과 의료, 돌봄 지출은 계속 커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 늘어난 돈을 모두 현재의 소비에 써버리면 다음 세대는 호황의 혜택은 누리지 못한 채 그때 만들어진 지출 의무만 넘겨받을 수 있다. 반도체가 벌어준 추가 세수는 현 정부의 돈도, 현 세대만의 돈도 아니다. 호황을 만든 기업과 노동자의 성과에서 나왔지만 국가의 세금이 된 순간 현재와 미래의 국민 모두를 위해 써야 할 자원이 된다. 재정이 돈이 들어올 때보다 그 돈이 사라진 뒤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언젠가 끝난다. 그때도 남아 있어야 할 것은 새로 만든 지출의 청구서가 아니라, 다음 위기를 견딜 재정 여력과 다음 산업을 만들어낼 자산이다. 돈이 많이 들어왔을 때 많이 쓰는 정부보다, 돈이 사라질 때를 준비하는 정부가 더 유능하다. 162조3000억원 미래대응기금의 진짜 이름값도 거기서 판가름 날 것이다.
2026-09-14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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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임팩트, "AI가 기후 살리지만 전력은 더 먹는다"…'한국기후위크' 띄운다
기후위기 해결 수단으로 인공지능(AI)의 활용이 확대되는 동시에 AI를 구동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새로운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후 대응과 AI 인프라의 양면을 논의해 온 국내 민간 생태계가 내년부터 ‘한국기후위크’라는 공동 협력 무대로 확대된다. 카카오 임팩트재단은 소풍벤처스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제주에서 ‘2026 기후테크 스타트업 서밋(CTSS)’을 개최하고 민·관·학 11개 기관과 한국기후위크 출범을 선언했다고 14일 밝혔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행사에는 기후테크 스타트업과 투자·금융회사, 정부·공공기관, 대기업, 연구·학계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아산나눔재단, 그리드위즈가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고 제주특별자치도와 창업진흥원, 카카오는 협력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 행사 주제는 ‘기후를 움직이는 AI, AI를 움직이는 에너지’였다. AI를 활용한 기후정책 분석과 재생에너지 예측·전력망 효율화 등 기술의 가능성을 살펴보는 동시에 데이터센터와 AI 연산 증가가 전력 수요와 탄소배출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다뤘다. 전해원 KAIST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부교수는 AI가 기후 대응 정책과 의사결정을 바꾸는 방식을 발표했다.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상근부위원장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와 AI 연산 자원 확보 경쟁을 짚었다. 이어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의 진행으로 기술 개발과 에너지 공급을 함께 설계할 방안을 논의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과 위성곤 제주도지사, 박지혜·이학영 국회의원 등도 참석했다. 행사는 카카오 제주 오피스 스페이스닷원과 엠버퓨어힐 호텔 앤 리조트에서 열렸다. 한국기후위크는 이번 서밋의 5년간 네트워크를 상설 협력 구조로 확장하는 구상이다. 카카오 임팩트재단과 소풍벤처스, 아산나눔재단, 디캠프, 기후솔루션을 비롯한 기업·투자·연구기관과 관련 협회가 참여한다. 이들은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정책과 자본, 대기업 수요, 연구성과를 연결하고 국내 기술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첫 행사는 2027년 9월 개최를 목표로 한다. CTSS는 2022년 제주에서 시작된 초청형 행사다. 주최 측 자료에 따르면 2022~2025년 서밋과 연계 프로그램에는 누적 3281명이 참여했고 435개 스타트업과 1113개 기관이 접점을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중소기업 장관회의와 연계해 국제 협력 범위를 넓혔다. 한국기후위크는 올해 4월 여수에서 개최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기후주간과는 별개의 국내 민간 주도 행사다. 명칭의 인지도를 실제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면 선언에 참여한 기관들이 스타트업 실증과 투자, 규제 개선, 해외 진출에서 어떤 공동사업을 추진할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류석영 카카오 임팩트재단 이사장은 “5년째 창업가와 연구자, 투자자와 정책 담당자가 제주에서 만들어 온 협력이 한국을 넘어 글로벌 기후테크 생태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기후위크의 성과는 참석자 규모보다 행사에서 만난 기술이 투자와 구매계약, 공공 실증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에 달려 있다. 첫 개최 전까지 운영 주체와 재원, 참여 기준, 연중 후속 프로그램을 마련하면 일회성 포럼을 넘어 국내 기후테크의 해외 진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6-09-14 11: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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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60%·공공 30%"…KT가 짚은 AX 속도차, 해법도 달랐다
금융회사와 공공기관의 인공지능 전환(AX) 속도가 두 배 가까이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은 투자 효과와 AI 신뢰성 입증을, 공공부문은 예산 확보와 기관 간 데이터 연계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KT는 금융·공공 분야의 AX 추진 현황과 실행 방안을 담은 ‘KT AX 인사이트 리포트’ 금융편·공공편을 발간했다고 14일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 7월 은행·증권·보험·카드사 임직원 200명과 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임직원 200명 등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작성됐다. 조사 결과 개념검증(PoC)이나 일부 업무 적용, 전사 확산 등 AX 실행 단계에 진입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금융기관 59.5%, 공공기관 30%였다. 금융권에서 생성형 AI 적용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PoC도 실행 단계에 포함한 수치인 만큼 전사 도입률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분야별 고민도 달랐다. 금융권은 AI 투자 대비 효과(ROI)를 수치로 입증하고 오류와 환각, 정보 유출 위험을 통제하는 문제가 우선순위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은 제한된 예산 안에서 성과를 측정하고 서로 다른 기관의 데이터와 시스템을 연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KT는 기관의 AX 수준을 ‘검토 전·관심’, ‘PoC·부분 운영’, ‘기관 전반 확산’ 등 세 단계로 나눠 해법을 제시했다. 금융권에는 문서 처리와 고객 상담처럼 효과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업무부터 시작해 ROI 측정, 데이터 표준화, AI 거버넌스 구축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공공부문에는 문서 작성과 민원 처리 등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업무에 AI를 먼저 적용하고 성과를 다음 연도 예산과 연결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기관 간 데이터 표준화와 설명가능한 AI를 활용한 책임체계 마련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실제 적용 사례도 담았다. 금융권에서는 내부통제와 보안 수준을 유지하면서 금융 특화 거대언어모델(LLM)과 AI 에이전트 플랫폼을 활용해 문서 작성과 여신심사를 지원한 사례를 소개했다. 공공부문에서는 AI 챗봇과 음성인식을 결합한 구독형 인공지능 고객센터(AICC)를 통해 민원 대기시간과 상담 공백을 줄인 사례를 제시했다. 금융권 망분리 규제 완화와 공공부문의 생성형 AI 활용 확대가 맞물리면서 보안·규제 대응 역량을 갖춘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의 수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KT는 보고서를 잠재 고객의 도입 단계를 진단하고 자사 AI 모델·클라우드·네트워크·AICC를 묶어 제안하는 기업간거래(B2B)·기업정부간거래(B2G) 영업 기반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장대성 KT 엔터프라이즈전략본부 상무는 “산업 현장에서 확인한 고민과 요구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제작했다”며 “B2B·B2G 고객이 성공적으로 AX를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보고서의 활용도를 높이려면 설문 응답자의 직급과 AI 의사결정 참여 여부, 업종·기관별 세부 결과도 함께 공개할 필요가 있다. 향후 KT 구축 사례에서 업무시간과 비용이 얼마나 줄었는지 정량 성과까지 제시되면 실행 지침으로서 설득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026-09-14 11:4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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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보다 '본질' 꺼냈다…장수 브랜드, 오래된 가치 전면에
식품·패션업계 장수 브랜드들이 수십 년간 축적한 고유 가치와 철학을 현재의 브랜드 경쟁력으로 다시 꺼내 들고 있다. 대상 청정원은 론칭 30주년을 맞아 '정성'과 함께하는 식탁을 브랜드 메시지로 풀어냈고 삼성물산 패션부문 빈폴은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과 '에센셜리즘'을 이번 가을·겨울(FW) 시즌의 핵심으로 삼았다. 오뚜기도 함태호 명예회장 서거 10주기를 계기로 품질제일주의와 식품보국, 나눔의 정신을 되짚었다. 정성·클래식·창업 철학처럼 브랜드마다 꺼내 든 자산은 다르지만 이를 현재의 제품, 캠페인, 경영 방식에 녹여내고 있다는 점은 같다. 오래된 역사 자체보다 현재도 통하는 핵심 가치를 앞세워 브랜드 지속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상 청정원은 론칭 30주년을 맞아 진행한 브랜드 캠페인의 마지막 본편 영상 '우리가 원하던 가득찬 오늘'을 공개했다. 1996년 출범한 청정원은 올해 배우 임윤아를 모델로 발탁하고 소비자 일상과 연결한 세 편의 캠페인을 순차적으로 선보였다. 지난 4월 '우리가 원하던 건강한 오늘'에서는 알룰로스와 저당 홍초, 콩담백면 등을 활용한 건강한 식탁을, 7월 '우리가 원하던 느긋한 오늘'에서는 초간편 국물요리와 오트밀 등 편의형 제품을 통해 여유로운 일상을 보여줬다. 마지막 영상은 직접 만든 음식을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는 장면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청정원 '본된장'과 '국물내기 한알 멸치디포리'로 된장찌개를 만들고 물만 넣어 조리할 수 있는 '호밍스 초간편 볶음요리'를 활용해 오징어볶음을 준비하는 등 다양한 제품으로 한 상을 차리는 과정을 담았다. 세 캠페인은 건강·편의·함께하는 식탁처럼 서로 다른 생활 장면을 보여주지만 청정원이 30년 동안 식생활에서 쌓아온 역할을 현재 소비자의 일상에 맞춰 다시 설명한다는 점에서 연결된다. 특히 마지막 편은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하고 함께 나누는 행위를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은 마음'으로 풀어내며 브랜드가 강조해온 '정성'의 의미를 전면에 배치했다. 제품에서도 기존 자산과 현재의 식생활을 함께 반영하고 있다. 장류 전문 브랜드 '청정원 순창'은 전통 제조 방식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발효 노하우와 식품 과학 기술을 적용한 '본된장'을 선보였다. 간편식에서는 물만 넣고 끓이면 완성되는 호밍스 '초간편 국물요리'가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봉을 돌파한 데 이어 볶음요리까지 제품군을 넓혔다. 대상 관계자는 "청정원 30주년 캠페인의 세 번째 영상에는 맛과 풍미로 삶을 정성스럽게 채워주는 청정원 제품과 브랜드의 진정성을 담았다"며 "앞으로도 소비자의 일상에 '알게 모르게 맛있게' 함께하는 라이프푸드 전문 브랜드의 가치를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도 이번 FW 시즌 브랜드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철학을 다시금 꺼냈다. 새 캠페인 이름부터 '인투 유어 에센셜(INTO YOUR ESSENTIALS)'로 정하고 '나를 완성하는 본질'을 핵심 메시지로 내세웠다. 빈폴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에센셜리즘(ESSENTIALISM)'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다시 강조했다. 유행을 좇기보다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고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유지되는 클래식을 서울의 감성과 현재의 생활 방식에 맞게 재해석하는 방향이다. 캠페인 영상에는 배우 김선호와 전소영이 등장해 각각 연기라는 자신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연극 무대를 준비하고 공연을 마친 뒤 성장한 자신을 마주하는 서사를 통해 '나의 에센셜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빈폴의 브랜드 철학을 연결했다. 상품 구성에서도 같은 방향이 드러난다. 이번 시즌에는 △해링턴 재킷 △울 재킷 △트렌치코트 △옥스퍼드 셔츠 △아가일·페어아일 니트 △데님과 치노 팬츠 등 유행 변화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클래식 아이템을 중심으로 '서울 클래식'을 제안한다. 기존에 꾸준히 사랑받아온 아이템을 현재 감각에 맞게 다시 다듬은 '에센셜' 상품군도 강화했다. '베러 데이즈 카디건'과 '베러 핏 쿼터집', '소프트터치 셔츠' 등 기본적인 활용도가 높은 품목에 핏과 소재, 세부 디자인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빠른 트렌드 변화가 특징인 패션 시장에서 빈폴은 새로운 유행을 끊임없이 추가하기보다 반복해서 입을 수 있는 기본 아이템과 브랜드가 오랫동안 지켜온 클래식의 가치를 차별화 요소로 삼은 셈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유행을 넘어 오랜 시간 이어온 브랜드의 본질을 고객들에게 진정성 있게 전달하고자 이번 캠페인을 기획했다"며 "앞으로도 사람들의 일상과 일생에 함께할 수 있는 빈폴만의 클래식 웨어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뚜기는 창업자 경영철학을 현재의 기업정신과 연결하며 브랜드 뿌리를 재조명하고 있다. 함태호 명예회장 서거 10주기를 맞아 지난 11일 경기도 안양시 함태호홀에서 추모식을 열고 창업자가 평생 강조했던 품질제일주의와 식품보국, 나눔의 정신을 되새겼다. 함 명예회장은 1969년 오뚜기의 전신인 풍림상사를 설립하고 같은 해 '오뚜기 카레'를 선보였다. 이후 스프와 케챂, 마요네스, 식초 등에 이어 '오뚜기 3분 카레'로 대표되는 즉석식품까지 제품군을 넓히며 국내 식문화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제품을 만드는 기준에는 '우리 가족이 먹는 음식'이라는 원칙을 뒀다. 함 명예회장은 "우리는 우리 가족이 먹는 음식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품질을 경영 우선 가치로 삼았다. 식품 질을 높여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는 '식품보국' 역시 창업 초기부터 이어온 철학이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생각은 나눔으로도 이어졌다. 1992년 한국심장재단을 통한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후원을 시작했고, 이후 오뚜기함태호재단을 기반으로 장학사업과 학술 지원을 이어갔다. 심장병 어린이 후원은 올해 8월 기준 누적 6783명에 이른다. 오뚜기는 이러한 창업자의 철학을 과거 기록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현재의 기업정신과 연결하고 있다. '인류의 식생활 향상과 건강에 이바지한다'는 기업이념 아래 제품의 맛과 품질을 개선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올해 안양공장에는 창업자의 삶과 경영철학, 오뚜기와 국내 식문화의 역사를 담은 '함태호홀'도 개관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함태호 창업자의 창립 정신과 경영철학을 계승·발전시켜 누가 이끌더라도 오뚜기가 지속 가능한 회사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며 "지난 시간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2026-09-14 10: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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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끝난 롯데월드에 3000명 몰렸다…SKT가 장기고객에 선물한 '6시간'
평소라면 영업을 마칠 시간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 곳곳에 SK텔레콤의 로고와 함께 놀이기구의 불이 밝혀져 있었다. 12일 SK텔레콤이 자사의 서비스를 10년 이상 이용한 장기고객과 동반인을 대상으로 'T 장기고객 프로그램 어드벤처 데이'를 진행했다.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열린 이번 행사는 롯데월드 어드벤처 실내 전체를 대관해 진행됐다. 평소 수많은 방문객으로 붐비는 롯데월드를 이날 밤만큼은 SK텔레콤 장기고객들이 채웠다. 고객들은 후렌치레볼루션, 스페인해적선, 신밧드의 모험, 회전목마, 범퍼카 등 11개 어트랙션을 이용하고 곳곳에 마련된 체험 프로그램을 돌며 새벽까지 시간을 보냈다. SK텔레콤이 굳이 영업이 끝난 놀이공원을 빌려 장기고객을 초대한 것은 '할인'보다 '경험'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다. 강욱 SK텔레콤 세그먼트 팀장은 이날 행사장에서 "올해는 어떤 장소를 통으로 대관해서 평소에 느끼지 못하는 경험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놀이공원은 밤에 문을 닫기 때문에 우리 고객만 들어가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앞서 SK텔레콤은 장기고객을 위한 초청 행사에서 스포츠 경기나 사옥 내 회원 공간 등을 활용해왔다. 다만 규모가 작다 보니 고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어려웠다는 것이 SK텔레콤의 판단으로 풀이된다. 올해부터는 장기고객만을 위한 장소와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기억에 남는 경험을 제공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번 행사의 규모도 이런 방향을 반영했다. SK텔레콤은 롯데월드 측과 협의해 야간에 운영할 수 있는 실내 어트랙션을 선정하고 최대 수용 가능 인원보다 적은 3000명을 초청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롯데월드 측이 제시한 최대 규모는 더 많았지만 고객들이 보다 여유롭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인원을 조정했다. 고객들은 놀이기구만 타고 돌아가는 대신 행사장 곳곳을 돌며 미션도 수행했다. 'T 빙고'에는 어트랙션 이용과 현장 이벤트 참여 등이 미션으로 들어갔다. 미션을 완성한 고객에게는 캡슐 비타민과 콜라겐 드링크 등이 제공됐다. 이날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타임캡슐 상점'이었다. 10년 이상 SK텔레콤을 이용한 고객이라는 행사 성격에 맞춰 '10년 전의 나에게 편지를 보낸다'는 콘셉트를 담았다. 고객이 QR코드를 찍고 과거의 자신에게 메시지를 남기면 타임캡슐을 받는 방식이다. 일부 캡슐에는 인기 어트랙션을 대기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매직패스도 들어갔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고객들은 가입 기간을 보여주는 LED 머리띠도 받을 수 있었다. 참가자 가운데 10년 이상 20년 미만 머리띠가 약 75%로 가장 많았고, 20년 이상 30년 미만이 약 18%, 30년 이상이 약 7%였다. 새벽 1시가 되자 분위기는 다시 한번 바뀌었다. 롯데월드 가든스테이지에서는 장기고객들이 직접 무대에 오르는 ‘전국장기고객자랑’이 진행됐다. SKT가 지난 5월 공개한 같은 이름의 유튜브 콘텐츠를 오프라인 행사로 옮겨온 것으로, 장기고객들은 노래를 부르고, 가족과 친구들은 객석에서 응원을 보냈다. 우승자에게는 통신요금 1년 무료 혜택이 주어졌다. 2등에게는 오는 12월 예정된 ‘뮤지컬 데이’ 초청권 2매가 제공됐다. SK텔레콤이 장기고객에게 경험을 주려는 이유는 단순히 행사의 재미 때문만은 아니다. 장기간 한 통신사를 이용하는 고객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이들의 이용 가치를 별도로 인정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강 팀장은 장기고객 조사를 진행하면서 고객들이 가장 아쉬워했던 것은 쿠폰이나 할인 혜택보다 '알아봐 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오래 쓰고 있는데 회사에서 한 달 전에 가입한 고객과 똑같이 대응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며 "SK텔레콤을 오래 썼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신비 할인처럼 고객이 바로 체감할 수 있는 금전적 혜택 대신 경험형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데는 사업적인 이유도 있다. 통신요금 할인은 고객에게 직접적인 혜택이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비용이다. SK텔레콤은 장기고객에게 매번 요금을 깎아주는 대신 다른 곳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SK텔레콤은 장기고객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객뿐 아니라 행사에 응모했다가 초청받지 못한 고객의 반응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고객을 위한 혜택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통신사에 대한 이용 지속 의향과 추천 의향 등이 높아지는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이다. 경험형 장기고객 프로그램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SK텔레콤은 올해 봄 ‘숲캉스 데이’, 여름 ‘테이블 데이’와 ‘콘서트 데이’, 가을 ‘어드벤처 데이’를 진행했다. 겨울에는 뮤지컬 ‘시카고’ 일부 회차를 장기고객을 위해 단독 대관하는 ‘뮤지컬 데이’를 준비하고 있다. 통신사에서 10년을 넘게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사실은 숫자로는 가입 기간에 불과하다. 다만 이날 밤 롯데월드에서는 그 숫자가 머리띠가 되고, 놀이공원 입장권이 되고, 무대에 올라 노래할 기회가 된 것이다. 강욱 팀장은 "이번 행사는 압도적으로 많은 전체 응모 수를 기록했다"며 "(이번 행사에서)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더 신경을 써서 많이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6-09-14 09:5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