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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2000조, 금리 올리면서 빚 늘리는 정책 끝내야
[경제일보] 가계부채가 결국 20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지난 19일 발표한 ‘2026년 2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6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5조9000억원 늘었다. 증가 폭은 2021년 3분기 이후 가장 컸다. 가계대출은 1891조3000억원으로 24조9000억원 증가했고, 판매신용도 128조5000억원으로 9000억원 늘었다. 2000조원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증가 속도다. 가계부채가 줄기는커녕 다시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은 금리와 부동산, 금융정책 사이에 엇박자가 생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쪽에서는 물가를 잡겠다며 기준금리를 올리고 다른 쪽에서는 주택시장과 실수요자를 지원한다며 금융을 풀 경우 정책 효과는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인상했다.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강화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판단해서다. 여기에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금융안정 위험도 여전히 크다고 봤다. 그러나 금리가 올라가는데도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면 통화정책만으로 부채를 관리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계부채의 위험은 단순히 금융기관의 건전성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대출이 늘면 금리 상승의 충격도 커진다. 특히 변동금리 대출을 많이 가진 가계와 소득이 불안정한 자영업자, 다중채무자에게 기준금리 인상은 곧바로 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한국은행도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취약차주 비중 상승과 일부 취약계층의 채무상환능력 저하를 위험요인으로 지적했다.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 가운데 상당 부분을 원리금 상환에 쓰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소비 감소는 자영업자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다시 내수 부진을 키운다. 가계부채는 부동산 문제가 아니라 성장과 소비, 자영업과 금융안정을 동시에 압박하는 구조적 문제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최근 주택·금융지원 정책은 더욱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지원을 강화하고, 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금융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공급 프로젝트에 필요한 금융지원을 기존 26조3000억원에서 47조8000억원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내놓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에서 주택공급 금융지원 확대와 함께 올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관리 목표를 당초 1.5%에서 3% 수준으로 높였다. 확대된 대출 여력을 주택공급과 청년·실수요자 지원에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려 대출 수요를 억제하는 시점에 가계부채 총량 증가 허용폭을 두 배로 넓힌 것은 시장에 엇갈린 신호를 줄 소지가 있다. 정책 목적이 다르더라도 통화·금융정책의 방향이 충돌하지 않도록 세밀한 조율이 필요하다.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향은 맞다. 서울과 수도권의 공급 부족이 장기간 이어지면 집값 불안과 대출 증가가 다시 반복될 수 있다. 정상적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이 일시적인 자금경색 때문에 멈추지 않도록 금융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공급 금융과 주택 구입 금융은 구분해야 한다. 실제 주택 공급을 늘리는 PF와 건설자금은 필요한 곳에 투입하되, 가계의 주택 매수 여력을 무차별적으로 키우는 지원은 신중해야 한다. 저금리·고한도 대출이 실수요자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과도하게 확대되면 공급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매수 수요부터 자극할 수 있다. 실수요자 보호라는 명분도 정교하게 적용해야 한다. 생애 최초 구입자나 신혼부부, 청년의 주거 사다리를 만들어주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소득과 상환능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대출 한도를 확대하는 방식이라면 결국 젊은 세대에게 더 많은 빚을 지게 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집을 살 기회를 주는 것과 빚을 낼 기회를 늘리는 것은 같은 정책이 아니다. 가계부채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의 방향을 맞추는 일이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며 수요를 억제하는데 정부가 재정과 금융으로 주택 수요를 크게 늘린다면 한쪽은 브레이크를 밟고 다른 쪽은 가속페달을 밟는 셈이다. 결국 더 높은 금리와 더 많은 부채라는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 아래 공급 확대, 대출 규제, 세제 정책이 같은 방향을 가야 한다. 공급은 장기적으로 충분히 늘리되 단기적인 투기 수요와 과도한 레버리지는 누르는 것이 먼저다. 실수요자는 보호하되 주택가격 상승을 전제로 과도하게 빚을 내는 구조는 줄여 나가야 한다. 취약차주 지원도 전면적인 채무 탕감이나 이자 보전 방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 상환 의지가 있고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차주에게는 만기 조정과 장기·고정금리 전환, 재기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반면 상환능력을 넘어선 신규 대출까지 정책적으로 늘려주는 것은 문제를 미래로 미루는 데 불과하다. 가계부채 문제의 근본에는 부동산에 지나치게 집중된 한국 가계의 자산구조도 있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강할수록 가계는 미래 소득을 앞당겨 대출을 받고 주택을 산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다시 대출이 늘고 그 유동성이 집값을 밀어 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고리를 끊으려면 주택 공급만으로는 부족하다. 금융자산을 통한 장기적인 자산 형성 기회를 넓히고,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며, 주거 이동이 자산투자와 동일시되는 구조도 함께 손봐야 한다. 가계부채 2000조원 돌파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문제가 아니다. 저금리와 부동산 상승 기대, 대출 확대와 정책의 반복적인 완화·규제가 오랜 기간 쌓인 결과다. 어느 한 정부나 한국은행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도 없다. 하지만 지금부터의 선택은 다를 수 있다. 통화정책과 금융정책, 주택정책이 서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는 구조부터 끝내야 한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린다면 정부도 불필요한 수요 자극부터 걷어내야 한다. 주택 공급 금융은 확대하되 가계부채를 다시 끌어올릴 정책대출은 선별해야 한다. 가계부채는 한번 커지면 금리를 내릴 때도, 올릴 때도 경제정책의 발목을 잡는다. 금리를 올리면 이자 부담이 커지고 금리를 낮추면 다시 부동산과 대출을 자극할 수 있다. 2000조원의 부채는 한국경제가 움직일 수 있는 정책 공간을 그만큼 좁히고 있다는 의미다. 이제 필요한 것은 ‘대출을 조이느냐 푸느냐’의 단순한 선택이 아니다. 공급에 필요한 돈은 풀되 투기와 과도한 레버리지는 막아야 한다. 취약차주는 정밀하게 가려 보호하는 금융정책이 요구된다. 가계부채 2000조원은 숫자가 아니라 경고다. 금리는 올리면서 빚은 더 늘어나는 정책 조합이 계속된다면 그 비용은 결국 국민이 떠안는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정책 방향부터 맞춰야 한다. 가계부채를 관리하면서 주택 공급과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정교한 균형이 지금 한국경제에 가장 필요한 과제다.
2026-08-20 10: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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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보다 AI가 더 큰다…이통3사, 데이터센터에 미래 건다
[경제일보] 이동통신 3사의 실적을 읽는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가입자 수와 5G 보급률,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핵심 지표였다면 이제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AIDC)와 AI 전환(AX) 사업이 새로운 성장 지표로 등장했다. 통신 본업의 성장성이 둔화하는 가운데 AI 연산 인프라를 새로운 먹거리로 키우는 모습이다. 1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2분기 AI 데이터센터 매출은 13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5% 증가했다. KT와 KT클라우드의 AX 매출은 3678억원으로 22.3% 늘었고, KT클라우드 매출도 2654억원으로 19.8% 성장했다. LG유플러스의 AIDC 매출은 1241억원으로 28.9% 증가했다. 반면 기존 통신사업의 성장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뎠다. 같은 기간 KT 무선서비스 매출은 1.8% 감소했고 LG유플러스 모바일 수익은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AI 사업이 아직 통신 본업을 대체할 수준은 아니지만, 성장률만 보면 통신사가 어디에 다음 승부를 걸고 있는지는 분명해진다. ◆ 데이터 저장소에서 AI 연산 인프라로 AIDC 시장이 커지는 배경에는 생성형 AI 확산이 있다. AI는 모델을 학습할 때뿐 아니라 이용자가 질문하고 답변을 받는 추론 과정에서도 막대한 연산 자원을 필요로 한다. AI 서비스가 일상화될수록 GPU 연산과 전력 수요도 함께 증가할 수밖에 없다.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AIDC의 설비 부담이 큰 이유다. 고성능 GPU를 밀집해 운용하려면 더 많은 전력과 고도화된 냉각설비가 필요하다. 대신 통신사 입장에서는 기존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에 통신망, 클라우드, 보안, 기업 고객을 결합해 단순 상면 임대 이상의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 통신 3사의 투자 방식은 서로 다르다. SK텔레콤은 대규모 용량 선점에 나섰다. 2029년부터 5GW 규모의 AIDC를 단계적으로 확보하고 2035년까지 15GW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AIDC 사업개발을 전담할 SK하이퍼도 출범시켜 2030년까지 최대 750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다만 대규모 프로젝트마다 고객을 먼저 확보하고 전략적·재무적 투자자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활용해 자본 부담을 낮춘다는 전략이다. KT는 AIDC를 플랫폼으로 확장한다. 향후 5년간 5조원을 투입해 1GW 규모의 AIDC 용량을 확보하고 기존 데이터센터와 지역 거점, 전국 국사를 AI 인프라로 연결한다. 특히 ‘토큰 팩토리’를 통해 AI 연산량을 측정하고 과금하는 구조를 구축해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연산을 직접 매출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LG유플러스는 파주를 중심으로 자체 투자와 자산경량화를 병행한다. 200MW급 하이퍼스케일 AIDC를 구축하는 가운데 최근 1조3489억원을 추가 투자해 2·3단계 시설 확대에 나섰다. 동시에 임차와 DBO 방식을 활용해 자본 부담을 관리한다. ◆ 결국 승부는 ‘전력’과 ‘고객’ AIDC 경쟁의 핵심은 단순한 규모가 아니다. 부지와 전력, GPU, 냉각설비를 확보하는 동시에 데이터센터를 채울 장기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전력 소모가 큰 만큼 전력망 확보가 사업의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신 3사가 최근 정부에 AIDC 투자세액공제 확대와 전력·인허가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한 것도 같은 이유다. 한편 앞으로의 경쟁은 ‘누가 가장 큰 데이터센터를 짓느냐’보다 ‘누가 AI 연산을 안정적인 수익으로 바꾸느냐’에 달렸다. 막대한 투자비를 투입한 AIDC가 실제 고객과 매출,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통신 3사의 AI 베팅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아주경제 2026년 08월 18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8-18 09: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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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금리 인상, 물가 잡다 내수를 더 얼려선 안 된다
[경제일보] 한국은행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11일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2.75%로 올린 데 이어 국내 수요 회복에 따른 물가 압력을 경계하고 있다. 물가 안정이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점에서 필요한 대응이다. 그러나 금리를 올리는 데는 언제나 대가가 따른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도 높아진다. 특히 대출 의존도가 높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취약차주에게 금리 인상은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지금 한국경제는 금리를 올리기에도, 그대로 두기에도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반도체 수출과 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성장률 전망은 개선되고 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내수경기는 여전히 차갑다. 소비 회복은 더디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도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건설업의 부실 우려도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만 바라보고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 거시경제 지표는 안정될지 몰라도 내수와 취약 부문의 부담은 그만큼 무거워진다. 반대로 가계와 기업 부담만 걱정해 물가 상승 압력을 방치하면 실질소득이 줄고 서민경제가 더 큰 피해를 입는다. 한국은행이 어려운 선택에 직면한 이유다. 최근의 물가 흐름도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국제유가와 환율 같은 외부 요인뿐 아니라 내수 회복과 임금, 서비스 가격 등 국내 요인이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면 통화당국으로서는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물가 상승세가 굳어지면 나중에는 더 큰 폭의 금리 인상이 필요해진다. 그렇다고 기준금리를 물가만 잡는 단일 처방전처럼 사용할 수는 없다. 통화정책은 경제 전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순간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자영업자 대출과 기업 대출에 동시에 충격이 전달된다. 통화정책의 효과가 강력한 만큼 부작용도 폭넓게 살펴야 한다. 가장 우려되는 곳은 가계부채다. 한국의 가계는 이미 상당한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차주에게 추가 금리 인상은 월 원리금 부담 증가로 바로 이어진다. 주거비와 생활물가 부담까지 커진 상황에서 이자 비용이 다시 늘어나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소비 감소는 자영업자의 매출 감소로 연결되고 다시 내수 침체를 키우는 악순환으로 번진다. 취약차주에 대한 정교한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금리 인상 자체를 막기보다 그 과정에서 충격이 특정 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상적으로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지만 일시적인 금리 부담을 겪는 차주에 대해서는 채무조정과 장기·고정금리 전환 등 현실적인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 자영업자 대책도 단순한 만기 연장에 그쳐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부채에 경기 부진과 고금리가 겹치면서 경쟁력이 있는 사업자와 사실상 상환 능력을 잃은 사업자를 구분할 필요성이 커졌다. 정상 사업자에게는 금융 지원을 제공하되 회생 가능성이 낮은 경우에는 폐업과 재취업, 채무조정을 연결하는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 부동산 PF도 경계해야 한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사업성이 낮은 개발사업의 금융비용은 커지고 부실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부실을 무조건 금융권이 떠안게 하는 것도, 정부가 세금으로 막아주는 것도 답이 아니다. 사업성이 없는 사업장은 신속하게 정리하고 정상 사업장은 자금이 막혀 쓰러지지 않도록 선별 지원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은행과 정부 정책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가지 않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겠다며 금리를 올리는데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와 각종 지원책으로 수요를 크게 자극한다면 정책 효과는 상쇄된다. 한쪽은 브레이크를 밟고 다른 쪽은 가속페달을 밟는 식이어서는 경제의 불확실성만 커진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집값 불안을 막겠다며 대출을 규제하면서 동시에 특정 계층에 과도한 금융 지원을 제공하면 시장에는 엇갈린 신호가 간다. 실수요자는 보호하되 투기성 레버리지를 억제한다는 명확한 원칙 아래 금융·세제·공급 정책이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역할은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금리 결정은 물가와 금융안정을 기준으로 중앙은행이 독립적으로 해야 한다. 정부가 경기나 정치적 이유로 금리 결정에 압력을 가해서는 안 된다. 다만 정책 효과와 위험 요인에 대한 정보 공유와 거시정책 조율은 훨씬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 금리 결정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다. 추가 인상이 필요하더라도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가야 한다. 물가 기대가 급격하게 높아지지 않는다면 한 차례 금리를 올린 뒤 소비와 고용, 부동산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금리는 한번 올린 뒤 되돌리기도 쉽지 않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졌다는 이유만으로 긴축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황과 자영업자·중소기업이 느끼는 경기는 크게 다르다. 평균적인 성장률만 보고 금리를 결정하면 경제 내부의 양극화를 놓친다. 한국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이른바 '성장의 역설'이다. 수출과 반도체 투자로 성장률이 높아지면 수요와 물가가 상승해 금리를 올려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그 금리 인상의 비용은 반도체 대기업보다 대출이 많은 가계와 자영업자에게 더 크게 돌아간다. 성장의 과실과 긴축의 비용이 서로 다른 곳에 집중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통화정책으로 경제 전체의 물가를 관리하되 재정과 금융정책은 취약계층에 정밀하게 집중해야 한다. 모든 국민의 이자를 대신 내주는 식의 보편적 지원은 물가를 다시 자극한다. 상환 능력과 소득, 부채 수준에 따라 지원 대상을 정교하게 선별해야 한다. 물가 안정과 내수 회복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물가가 불안하면 실질소득이 줄고 소비도 위축된다. 반대로 내수가 무너지면 성장과 고용이 흔들린다. 두 목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경제정책의 실력이다. 한국은행 역시 시장과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 추가 금리 인상의 조건이 무엇인지, 어떤 물가와 금융 지표를 중점적으로 보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시장이 금리 경로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어야 가계와 기업도 대출과 투자를 계획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는 금리 수준 자체보다 더 큰 불안을 부른다. <논어>에는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있다. 통화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다. 물가를 방치해서도 안 되지만 물가를 잡겠다는 이유로 경제의 약한 고리까지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이라는 원칙을 지키되 금리 인상이 가계와 자영업자, 부동산 PF와 내수에 미칠 충격까지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정부도 중앙은행의 긴축 효과를 상쇄하는 정책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면 국민에게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취약 부문의 충격을 줄일 안전장치를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 물가를 잡는 것도 결국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다. 물가는 안정됐지만 가계와 자영업자가 먼저 무너지는 정책이라면 성공한 통화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2026-08-12 10:4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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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네이버 주주로 올라선다…14조원 AI 팩토리 승부수
[경제일보] 네이버가 엔비디아를 전략적 주주로 맞아들이고 글로벌 투자사 브룩필드와 손잡으며 초대형 인공지능(AI) 팩토리 사업을 실행 단계로 옮긴다. 검색·광고·커머스 중심의 사업 구조를 GPU와 데이터센터, AI 플랫폼을 공급하는 글로벌 AI 인프라 영역으로 확장하는 승부수다. 네이버는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10억달러, 약 1조4809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27일 밝혔다. 엔비디아는 신주 724만1564주를 받아 네이버 지분 약 4.5%를 확보한다. 납입 예정일은 10월30일이며 신주는 1년간 보호예수된다. 네이버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나서는 것은 22년 만이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자금 조달보다 엔비디아를 AI 팩토리 사업의 공동 이해관계자로 끌어들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엔비디아는 GPU 공급사를 넘어 네이버의 전략적 주주가 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기술과 수요, 자본을 결합한 ‘AI 컴퓨트 파트너십’ 체결도 엔비디아와 논의하고 있다. 브룩필드와는 최대 90억달러 규모의 GPU·데이터센터 인프라 확보를 위한 협상을 진행한다. 다만 90억달러가 네이버에 직접 투입되는 현금은 아니다. 브룩필드를 독점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의 방식으로 인프라를 조달하는 구조가 유력하다. 앞서 공개된 합의도 최대 90억달러를 대상으로 한 비구속적 조건합의다. 엔비디아의 투자금 납입 역시 네이버가 AI 팩토리 확장에 필요한 90억달러 이상의 자금조달 약정을 증명한 뒤 진행되는 조건부 구조로 알려졌다. 이번 사업의 전체 규모는 100억달러에 달하지만, 엔비디아의 10억달러 지분 투자와 브룩필드가 주선할 최대 90억달러의 인프라 금융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네이버는 2027년 상반기 55MW 규모의 글로벌 AI 팩토리 가동을 시작하고 2028년까지 200MW로 확대할 계획이다. 200MW 시설에는 엔비디아 블랙웰과 차세대 베라 루빈 플랫폼을 포함해 약 10만개의 GPU가 투입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이를 1GW급 소버린 AI 인프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경쟁력의 바탕은 데이터센터 ‘각 세종’과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클로바X, 기업용 AI 서비스를 연결한 풀스택 운영 경험이다. GPU 임대에 그치지 않고 모델 개발과 학습, 추론, AI 에이전트 구축까지 통합 제공해 아시아·태평양과 유럽, 중동의 소버린 AI 수요를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주주가치 제고책도 병행한다. 네이버는 약 1조원 규모의 자사주 490만1094주를 8월3일 소각한다. 전체 발행주식 수를 줄여 엔비디아 대상 신주 발행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려는 조치다. 다만 자사주는 기존에도 의결권과 배당권이 없었던 만큼 신규 주식 발행에 따른 경제적 희석을 완전히 상쇄하는 것은 아니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과 냉각, 변전소, GPU 교체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네이버가 제시한 2027년 매출 창출 목표도 장기 고객계약과 전력망 확보, 인허가, 브룩필드와의 최종 계약이 예정대로 진행돼야 현실화할 수 있다. 엔비디아 의존도와 빠른 GPU 세대교체에 따른 투자 부담도 관리해야 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엔비디아와 브룩필드의 투자는 네이버 미래 성장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며 “AI 팩토리 고객사 유치도 속도감 있게 마무리해 네이버가 글로벌 AI 인프라 분야의 주요 기업으로 도약하는 분기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도 “그간 축적해 온 데이터센터 운영 기술과 노하우를 글로벌 무대로 확장할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며 “국가와 집단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AI 생태계를 구현하기 위해 전 세계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글로벌 자본과 엔비디아의 컴퓨팅 생태계에 자체 데이터센터·클라우드·AI 모델을 결합해 2027년부터 AI 팩토리 매출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고객 확보와 인프라 구축이 계획대로 이어진다면 이번 협력은 네이버가 국내 포털을 넘어 글로벌 소버린 AI 인프라 사업자로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2026-07-27 10:5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