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230건
-
-
-
-
김경수 '탈환' vs 박완수 '수성'…전현직 도지사 초박빙
[경제일보] 6·3 경남도지사 선거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의 정면승부로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여야 대결을 넘어 전직 도지사와 현직 도지사의 재대결 성격을 띤다. 김 후보는 ‘경남 재도약’과 부울경 메가시티, 청년 일자리, 동부경남 확장을 앞세워 보수 강세 지역 경남의 지형 변화를 노리고 있다. 박 후보는 현직 도정의 안정성과 조선·원전·방산 등 주력 산업 회복론을 내세워 수성전에 나섰다. 최근 여론조사는 두 후보가 1%포인트 안팎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경남은 이번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으로 떠올랐다. 최근 여론 흐름, 김경수·박완수 오차범위내 '초접전' 가장 최근 공개된 조사에서는 사실상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초박빙 양상이 확인됐다. 경남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5월 18~19일 경남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김경수 후보는 43.5%, 박완수 후보는 43.2%를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0.3%포인트에 불과하다. 조사는 무선 가상번호 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7.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4%포인트였다. 정당 지지도도 국민의힘 39.7%, 더불어민주당 38.9%로 0.8%포인트 차에 그쳤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비슷한 시기 다른 조사에서도 접전 흐름은 이어졌다. CBS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5월 18~19일 경남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선 ARS 조사에서는 김 후보 44.8%, 박 후보 43.5%로 나타났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6.7%였다. 이 조사에서도 두 후보 격차는 1.3%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이었다. 연령별로는 40·50대에서 김 후보가 강세였고, 20대와 70세 이상에서는 박 후보가 앞서는 흐름이 나타났다. 지역별로 가리는 민심도 이번 선거전의 주목거리다. 경남언론협회가 경남통계리서치에 의뢰해 5월 8~10일 경남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도지사 후보 지지도는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 42.0%,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 40.3%로 집계됐다. 두 후보 간 격차는 1.7%포인트로, 전체 표본오차인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안에 있다. 조사는 통신 3사 제공 무선 가상번호 80%와 유선 RDD 20%를 활용한 자동응답전화조사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4.6%였다. 이 조사에서 권역별로는 김해·양산 권역에서 김 후보 47.8%, 박 후보 36.8%로 김 후보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창원에서는 박 후보 42.7%, 김 후보 38.4%였고, 밀양·창녕·함안·의령 권역에서는 박 후보 46.3%, 김 후보 33.5%, 진주·산청·거창·함양·합천 권역에서는 박 후보 48.6%, 김 후보 31.0%로 조사됐다. 거제·통영·하동·사천·남해·고성 권역에서는 김 후보 42.9%, 박 후보 41.3%로 두 후보가 근접한 수치를 보였다. 따라서 김 후보 입장에서는 김해·양산 등 동부경남의 우호적 흐름을 창원권과 남부해안권으로 넓히는 것이 과제다. 박 후보는 창원과 서부·중부내륙권에서 확인된 상대적 우위를 실제 투표율로 연결해야 한다. 결국 경남 민심은 특정 후보의 일방 우세라기보다 정당 구도와 인물 경쟁력, 지역별 산업 이해가 동시에 작동하는 접전 국면으로 봐야 한다는 게 여론조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경수, 동부경남·청년·메가시티로 ‘탈환론’ 강화 김 후보의 유세 전략은 ‘경남 탈환론’을 경제와 생활의 언어로 바꾸는 데 맞춰져 있다. 민주당 후보에게 경남은 늘 쉽지 않은 지역이다. 그러나 김 후보는 전직 도지사 경험과 문재인 정부 시절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을 앞세워 ‘경남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릴 후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 한다. 정책적으로는 청년과 도시 재편이 전면에 놓였다. 김 후보는 2030년까지 청년 일자리 6만 개 확보, 최대 3000만원 목돈 마련 지원 등 7대 청년 공약을 발표했다. 또 마산 롯데백화점 부지에 공공기관과 창업 거점을 조성하고, 마산해양신도시에 기업 100개를 유치하겠다는 ‘마산 대전환’ 공약도 내놨다. 김 후보는 경남의 인구 유출과 청년 이탈을 단순 복지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와 도시 경쟁력의 문제로 묶어내려 한다. 공세축은 현직 도정 평가다. 첫 TV토론회에서 김 후보는 경남 경제성장률과 건설 경기 부진, 광역 통합 기회 상실 문제를 제기했다. 김 후보는 박 후보 도정 아래 경남 경제가 체감 회복을 이루지 못했다고 공격했고, 부울경 메가시티와 행정통합 문제에서도 현 도정이 중앙정부 지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고 압박했다. 결국 김 후보의 전략은 ‘전직 도정 경험’과 ‘새 성장판’을 결합하는 것이다. 민주당 바람만으로는 부족한 경남에서, 그는 지역 경제의 정체를 현직 책임론으로 연결하려 한다. 박완수, 현직 안정론·산업 경쟁력으로 보수 결집 박 후보의 유세 전략은 ‘현직 안정론’과 ‘산업 수성론’이다. 경남은 조선, 원전, 방산, 항공, 기계 산업이 지역 경제의 중심축이다. 박 후보는 이 산업 생태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현직 도정의 연속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후보의 추격이 거세질수록 그는 ‘검증된 행정’과 ‘경남 산업을 아는 도지사’ 이미지를 더 강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박 후보가 창원과 거제의 원전·조선업체를 잇따라 방문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박 후보는 주요 산업 현장을 찾아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민생 공약도 병행한다. 박 후보는 소상공인 안심보험 도입, 임차보증금 지원, 영세 자영업자 배달비와 출산휴가비 지원 등 맞춤형 지원 대책을 제시했다. 조선·원전·방산 같은 대형 산업만으로는 내수 침체와 자영업 불안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의식한 행보다. 박 후보는 산업 현장과 골목상권을 동시에 훑으며 보수층 결집과 중도층 방어를 노리고 있다. 박 후보의 반격 지점은 김 후보의 과거 도정 평가와 부울경 메가시티의 실효성이다. TV토론에서 박 후보는 김 후보 재임 시절 경제성장률과 개인소득 지표를 거론했고, 김 후보의 메가시티 구상에 대해 실체가 없다는 취지로 맞섰다. 이는 김 후보의 전직 도지사 경험을 강점이 아니라 검증 대상으로 되돌리려는 전략이다. 박 후보에게 막판 승부수는 명확하다. 서부내륙과 고령층 기반을 단단히 지키고, 창원·거제·진주 산업벨트에서 현직 프리미엄을 투표율로 전환하는 일이다. 막판 승부처는 창원·동부경남·서부내륙·부동층 경남도지사 선거의 첫 번째 승부처는 창원이다. 창원은 경남 최대 도시이자 기계·방산·제조업 중심지다. 김 후보가 동부경남의 우위를 창원으로 넓히면 경남 전체 판세를 뒤흔들 수 있다. 반대로 박 후보가 창원 산업벨트와 기존 보수층을 결집시키면 수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동부경남과 서부내륙도 승부처다. 김해·양산은 김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역으로 꼽힌다. 반면 진주·산청·거창·함양·합천 등 중서부 내륙권에서는 박 후보가 강세를 보이는 흐름이다. 결국 김 후보는 동부경남에서 격차를 벌리고, 박 후보는 서부내륙에서 표차를 키워야 한다. 어느 쪽이 자신의 강세 지역 투표율을 더 끌어올리느냐가 막판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게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산업과 청년문제도 쟁점으로 꼽힌다. 김 후보는 청년 일자리와 창업 거점, 메가시티를 묶어 미래 성장론을 말한다. 박 후보는 조선·원전·방산·기계 산업 현장을 돌며 현재의 일자리를 지키는 안정론을 말한다. 한 정치컨설팅 관계자는 “경남 유권자가 원하는 것은 구호가 아니라 성과”라며 “청년이 떠나지 않는 경남, 협력업체가 버티는 경남, 창원과 거제가 다시 돈을 버는 경남을 누가 더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변수는 부동층과 투표율이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최근 경남일보 조사에서 ‘없음’과 ‘잘 모름’의 유보층은 합산 10%대였고,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며 “또 CBS-KSOI 조사에서는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88.3%로 높게 나타났지만, 실제 투표장에 나오는 유권자의 연령·지역 분포가 어느 쪽에 유리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26-05-25 07:00:00
-
'6%p 차' 초접전…'대구 대전환' 김부겸 vs '경제 대개조' 추경호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가 예상을 뒤엎고 초접전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는 ‘대구 변화론’을 내세워 보수 색채가 짙던 지역 정치 지형에 균열을 내는 중이다. 이에 맞서는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는 경제부총리 출신의 전문성과 탄탄한 보수 조직력을 무기로 막판 추격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단순한 여야 대결을 넘어 기존의 정치적 안정성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산업과 행정의 재편을 선택할 것인가를 묻는 중대한 기로가 됐다. 좁혀지는 격차, 되살아난 보수 결집…안갯속 접어든 대구 민심 최근 여론조사는 대구 민심의 팽팽한 긴장감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한 여론조사(MBC 의뢰,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조사, 2026년 5월 16~17일, 대구광역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 대상,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 전화면접 방식, 응답률 15.5%,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5%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김 후보는 43.0%, 추 후보는 37.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6.0%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이다. 특히 ‘누가 당선될 것 같으냐’는 당선 가능성 질문에는 두 후보가 각각 41.0%로 동률을 이루며 팽팽하게 맞섰다. 이와 같은 결과는 추 후보의 무서운 추격세를 보여준다. MBC가 지난 2026년 4월 28~29일 실시했던 직전 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44.0%, 추 후보가 35.0%로 격차가 9.0%포인트였지만, 약 3주 만에 6.0%포인트 차로 좁혀졌다. 같은 조사에서 대구 지역의 이재명 대통령 국정 운영 긍정 평가는 직전보다 10.0%포인트 하락한 51.0%로 집계됐다. 이는 보수층의 위기감에 따른 결집과 여당 견제 심리가 일부 되살아난 결과로 해석된다. ‘남부권 판교’ 세우는 김부겸 vs ‘부총리 네트워크’ 꺼내 든 추경호 김 후보의 전략은 ‘대구도 바뀔 수 있다’는 변화론이다. 수성구 범어네거리와 반월당역 등 도심 주요 거점을 돌며 출근길 인사에 집중하고 있는 그는 대구의 낡은 산업 구조를 AI·로봇·미래모빌리티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수성구를 ‘남부권 판교’로, 달서구를 ‘인공지능전환(AX) 거점도시’로, 군위군을 ‘통합신공항 기반 미래산업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김 후보는 대구경북신공항을 국가 프로젝트로 전환해 정부 지원을 끌어내고, 대구경북 광역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등 중앙정부 및 여당과의 연결성을 적극 활용하는 ‘구조개편형 전략’을 핵심 축으로 내세웠다. 반면 추 후보는 ‘경제를 아는 시장’임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대구 경제의 장기 침체와 인구 유출을 막을 카드로 ‘대구경제 대개조’를 선언했다. 그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시설, 테슬라 아시아 제2공장, HD현대로보틱스 글로벌 R&D 캠퍼스 유치 등 굵직한 대기업 투자 유치를 공약했다. 경제부총리와 국회의원 시절 쌓은 탄탄한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대구를 반도체·미래차·로봇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추 후보는 침산네거리와 범어네거리 등 주요 교차로 유세를 이어가는 한편, 대구시의사회 등 다양한 직능단체와의 정책 협약 및 지지 선언을 이끌어내며 보수 결집과 조직 기반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당 깃발보다 ‘먹고사는 문제’…대구 낡은 심장 깨울 적임자는 누구 대구는 30년째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만큼 섬유·기계금속 중심의 기존 구조를 탈피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상황과 맞물린 선거판을 흔들 변수는 대구경북(TK) 신공항의 해법, 청년 일자리와 미래산업 민심, 수성·달서·군위의 중도 표심 등이다. 우선 신공항은 군위 편입 이후 대구의 공간 전략, 공항 후적지 개발, 물류·산업 배치까지 좌우하는 핵심 의제다. 김 후보는 이를 국가 프로젝트로 격상해 행정통합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입장인 반면, 추 후보는 신공항과 대규모 산업단지, 대기업 유치를 연계해 물류·교통망의 판을 짜겠다는 구상으로 맞서고 있다. 또한 MBC 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구시장의 최우선 과제로 ‘미래산업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가 가장 높게 나타났고, ‘청년 일자리 창출’과 ‘TK 신공항 건설 등 교통망 확충’이 뒤를 이었다. 유권자의 관심이 정당보다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된 만큼 김 후보의 ‘AI 전환’과 추 후보의 ‘대기업 유치 및 부총리 경험’ 중 어느 쪽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갈지가 관건이다. 아울러 중산층과 전문직이 밀집한 대구 정치의 바로미터 ‘수성구’, 산업단지와 생활 민심이 맞물린 ‘달서구’, 신공항의 직접 이해당사자인 ‘군위군’의 표심 향방이 결정적이다. 김 후보가 이들 지역에서 중도·청년층으로 세를 확장할지 아니면 추 후보가 전통적 보수 지지층을 완벽히 재결집할지에 따라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결국 김 후보의 승부수는 “대구도 바뀌어야 산다”는 변화의 호소이고, 추 후보의 승부수는 “경제를 해본 사람이 살린다”는 실적과 능력의 강조다. 대구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우세를 점하기 힘든 치열한 형국”이라며 “대구 유권자들이 여당 프리미엄의 실행력을 선택할지 보수 본진의 미래 비전과 안정감을 선택할지에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026-05-25 07:00:00
-
트럼프, 장남 결혼식도 접고 백악관 복귀…이란 공습 카드 또 꺼내나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결혼식 참석과 메모리얼 데이 연휴 일정을 취소하고 백악관에 머물기로 하면서 워싱턴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추가 군사행동 가능성을 검토하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어서, 트럼프 행정부가 외교 협상과 군사 압박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벼랑 끝 전술’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장남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와 관련된 사정”과 “미국에 대한 사랑”을 이유로 들며 “이 중요한 시기에 워싱턴DC 백악관에 남아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뉴욕 일정 이후 뉴저지 베드민스터 골프클럽에서 연휴를 보낼 예정이었으나 백악관 복귀로 일정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CBS뉴스와 악시오스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을 상대로 한 새로운 군사공격을 준비하거나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두 매체 모두 공습이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팀 회의를 소집했으며, 협상에서 막판 돌파구가 열리지 않을 경우 이란에 대한 새로운 공격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워싱턴의 기류는 ‘공습 결정’보다 ‘공습 가능성을 전제로 한 압박’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백악관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고농축 우라늄 재고를 유지하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CBS뉴스는 미국 군·정보 당국자들이 메모리얼 데이 연휴 일정을 취소하고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외교 협상 결렬 시 군사옵션을 즉각 집행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일정 변경 때문만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란 문제에서 협상과 압박을 번갈아 쓰는 방식을 선호해왔다. 이번에도 백악관은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협상장에서는 최종 제안을 제시하고, 군사적으로는 공습 재개 가능성을 흘리며, 정치적으로는 대통령 자신이 백악관에 남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협상의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란 핵 프로그램이고, 다른 하나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이 이란에 대해 장기간 우라늄 농축 중단, 농축 우라늄 반출, 주요 핵시설 해체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상 권리를 내세우며 농축 권한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도 협상의 뇌관이다. 가디언은 이란이 해협 통행 관리와 통행료 부과 구상 등을 내세우고 있으며, 미국과 걸프 국가들이 이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액화천연가스 해상 수송의 핵심 통로다. 이곳의 긴장이 높아지면 중동 안보 문제는 곧바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과 물류비, 인플레이션 문제로 번질 수 있다. 막판 중재도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카타르 협상팀이 22일 테헤란에 도착해 미국과 조율하며 합의 도출을 지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타르는 중동 분쟁에서 여러 차례 중재자 역할을 해온 국가다. 이번에도 파키스탄과 함께 미국·이란 간 확전을 막기 위한 외교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파키스탄도 전면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이 테헤란을 방문해 이란 고위 당국자들과 접촉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은 이란과 국경을 맞댄 핵보유국이자, 미국과도 군사·외교 채널을 유지해온 국가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파키스탄 역시 안보·경제적 충격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중재가 곧 타결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란은 제재 완화와 전쟁 중단,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일정한 권한 확보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핵 프로그램의 실질적 해체와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양측 모두 물러서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고 있어 협상은 ‘타결 직전’이라기보다 ‘충돌 직전의 지연전’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실제 공습에 나설 경우 파장은 작지 않다. 우선 이란 핵시설과 군사시설을 겨냥한 제한적 타격이 거론될 수 있다. 하지만 이란이 △미군 기지 △이스라엘 △걸프 지역 에너지 시설 △해상 수송로를 상대로 보복에 나설 경우 전장은 급속히 넓어질 수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국제유가와 LNG 가격을 자극하고, 이는 한국을 포함한 에너지 수입국의 물가와 무역수지에 직접적인 부담이 된다. 한국 경제 입장에서도 이번 사태는 먼 나라의 군사뉴스가 아니다. 중동발 유가 상승은 원유·가스 수입 비용을 밀어 올리고 이는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를 거쳐 기업 비용과 가계 부담으로 이어진다.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이 현실화하면 달러 강세와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원화 약세, 수입물가 상승,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다만 현 단계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과잉 해석이다. 외신들은 공통적으로 미국이 군사행동을 준비하거나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지, 공습 명령이 내려졌다는 것은 아니라고 보도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 취소와 백악관 복귀는 분명한 정치·외교적 신호지만 동시에 협상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계산된 연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6-05-23 17:01:09
-
이재명 대통령, 노무현 서거 17주기 추도식 참석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취임 후 대통령 자격으로 처음 봉하마을 추도식에 참석한 것으로,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인 국민 주권과 균형, 포용의 가치를 계승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청와대는 이날 이 대통령 내외가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고인의 업적과 생전의 뜻을 기리고 유족을 위로한다고 밝혔다. 올해 추도식은 ‘내 삶의 민주주의, 광장에서 마을로’를 주제로 열렸다. 노무현재단은 이 주제에 대해 “민주주의는 광장의 함성으로 깨어나지만 우리 삶의 터전인 마을에서 비로소 꽃을 피운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추도식은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 특설무대에서 진행됐다. 추도식에는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유족과 문재인 전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 등이 참석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정부에서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참석하고, 정당 대표와 참여정부 인사, 노무현재단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추도사에서 노 전 대통령이 사랑한 국민과 나라를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뜻을 밝힐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정과 균형, 포용, 인간 존중이 실현되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고인의 꿈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도 강조할 것으로 전했다. 추도식은 차성수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인사말로 시작해 이 대통령 추도사, 주제 영상 시청, 한명숙 전 국무총리 추도사, 추모 공연, 유족 인사말 순으로 진행됐다. 이후 참석자들은 묘역으로 이동해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이번 추도식은 노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이자 탄생 80주년을 맞은 해에 열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노무현재단은 올해 5월 추모 행사를 ‘내 삶의 민주주의, 광장에서 마을로’라는 슬로건 아래 이어가고 있으며, 봉하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에서는 노 전 대통령 탄생 80주년 특별전도 진행하고 있다. 정치권도 이날 노 전 대통령을 한목소리로 추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강조하며 노무현 정신 계승을 다짐했고, 국민의힘은 통합과 상생의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과 기본소득당 등도 각각 연대와 통합, 국민 삶의 변화를 노무현 정신의 현재적 과제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의 추도식 참석은 현 정부가 노무현 정신을 국정 철학의 한 축으로 삼겠다는 상징적 행보로 해석된다. 노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참여민주주의, 지역주의 극복, 균형발전, 권력기관 개혁은 여전히 한국 정치의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올해 추도식 주제가 ‘광장에서 마을로’인 만큼, 정치적 민주주의를 넘어 시민의 일상과 지역 공동체 안에서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가 핵심 메시지로 부각됐다. 이 대통령이 추도사에서 국민과 나라를 지키겠다는 다짐을 내놓은 것도 노무현 정신을 추모의 언어에 머물게 하지 않고 국정 운영의 실천 과제로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2026-05-23 14:52:35
-
정원오 '교체론'이냐, 오세훈 '수성론'이냐…막판 대혼전
[경제일보] 6·3 서울시장 선거가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정면승부로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는 정 후보가 오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다는 결과와 두 후보가 0.1%포인트 차이로 맞붙었다는 결과가 동시에 나오며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 후보는 ‘서울 교체론’과 성동구청장 3선의 생활행정 경험을 앞세우고 있고, 오 후보는 현직 시장의 시정 경험과 부동산 심판론으로 보수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는 이제 정권 바람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부동산, 전월세, 재개발·재건축, 안전, 교통, 강남권 표심, 한강벨트 중도층이 한꺼번에 맞물린 복합전으로 흐르고 있다. 최근 여론 흐름, ‘정원오 우세’ 속 초접전 조사도 등장 최근 판세의 가장 큰 특징은 여론조사 결과마다 엇갈린다는 점이다. 중앙일보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5월 17~19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정원오 후보 45%, 오세훈 후보 34%로 나타났다.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서울 기준 12.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KBS 의뢰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5월 16~20일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정 후보는 45%, 오 후보는 34%를 기록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다. 그러나 가장 최근 공개된 ARS 조사에서는 전혀 다른 긴장감이 나타났다. 뉴시스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5월 19~20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정 후보 41.7%, 오 후보 41.6%로 집계됐다. 두 후보 간 격차는 0.1%포인트에 불과해 표본오차인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안에 있는 초접전이다. 조사는 통신 3사 제공 무선 가상번호를 이용한 ARS 방식으로 이뤄졌고, 응답률은 5.5%였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정 후보가 우세한 상황이지만 선거가 공식 유세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오 후보가 보수층 결집과 부동산 민심을 앞세워 빠르게 따라붙을 여지가 생겼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최근 여론 흐름, ‘정원오 우세’ 속 초접전 조사도 등장 정 후보의 유세 전략은 ‘서울 교체론’을 생활행정의 언어로 바꾸는 데 맞춰져 있다. 그는 성동구청장 3선 경험을 앞세워 “성동에서 검증된 행정을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겠다”는 메시지를 반복하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 0시에는 광진구 동서울우편집중국을 찾아 택배 노동자들을 만났고, 이후 정치적 기반인 성동구 왕십리역에서 출정식을 열었다. 정 후보가 첫날부터 강남 지역을 포함한 한강벨트를 훑으며 취약 지역 공략에 나섰다. 정 후보가 강남과 한강벨트를 집중 공략하는 것은 분명한 계산이 있다. 민주당 후보에게 서울 부동산 민심은 늘 부담이었다. 정 후보는 이 약점을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는 쪽을 택했다. 서초 고속버스터미널, 강남 테헤란로, 성동·마포·용산 등 한강변 핵심 지역을 돌며 재개발·재건축 기간 단축, 주거 안정, 안전 행정을 함께 강조하고 있다. 한강벨트는 특정 정당 지지세가 압도적이지 않고, 부동산과 교통, 세금 문제에 민감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서울시장 선거의 대표적 스윙 지역으로 꼽힌다. 정 후보의 또 다른 공세축은 안전이다. 그는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논란 현장을 찾아 안전 문제를 부각했고, 출정식에서는 “안전 불감증 서울시가 아니라 안전최고주의 안전한 서울”을 호소했다. 이 전략은 단순한 현직 공격을 넘어, 교체론을 시민 생명과 생활 안전의 문제로 연결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부동산도 정 후보 유세의 핵심이다. 그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오 후보가 과거 5년 안에 36만 호 공급, 매년 8만 호 공급을 약속했지만 실제 착공 실적은 이에 못 미쳤다고 비판했다. 전월세난과 공급 지연 책임을 현직 시장에게 돌리며 “오세훈 시정의 성과를 검증하자”는 프레임을 구축하는 셈이다. 오세훈, 부동산 심판론과 현직 경험으로 반격 오 후보의 유세 전략은 ‘현직 안정론’과 ‘부동산 심판론’의 결합이다. 그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 송파구 가락시장 채소경매장에서 첫 일정을 시작한 뒤, 자신이 유년기를 보낸 강북구 미아동 주택가 골목길에서 출정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후 강북에서 서남부, 종로, 강남까지 도는 이른바 ‘회오리 유세’에 나섰다. 오 후보가 강북 주거 문제를 출발점으로 삼고, 서울 전역을 빠르게 도는 방식으로 현장성을 강조했다. 오 후보가 가장 강하게 밀어붙이는 쟁점은 부동산이다. 그는 정 후보의 주택 공급 비판에 대해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재개발·재건축 구역 해제 문제를 거론하며 맞섰고, 정 후보의 부동산 공약을 두고는 서울시 기존 정책을 상당 부분 가져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동산 문제를 자신의 시정 책임론이 아니라 민주당 계열 시정과 현 정부 정책의 책임론으로 되돌리려는 전략이다. 오 후보에게 현직 프리미엄은 가장 큰 자산이다.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 교통망, 안전, 복지, 도시경쟁력 정책이 동시에 돌아가는 거대 행정체다. 오 후보는 여러 차례 서울시정을 맡아온 경험을 앞세워 ‘검증된 시장’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강남권과 2030 남성층, 보수층 투표율은 막판 반전의 핵심 카드다. 최근 에이스리서치 조사에서 오 후보가 강남권과 일부 젊은 남성층에서 상대적 강세를 보인 점도 이 전략의 배경이다.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논란에 대해서는 방어와 반격을 병행하고 있다. 정 후보가 이를 안전 불감증 프레임으로 끌고 가자, 오 후보 측과 국민의힘은 선거용 정치 공세라고 맞섰다. 국회에서도 여야가 이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사태가 서울시장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고, 여야가 국회에서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 막판 승부처는 한강벨트·부동산·안전 서울시장 선거의 막판 1순위 승부처는 한강벨트다. 마포·용산·성동·광진·동작·영등포·강동 등 한강과 맞닿은 지역은 부동산 가격, 재건축·재개발, 교통, 세금, 중도층 표심이 겹쳐 있다. 이 지역에서 정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 대한 부동산 불신을 줄이면 우세 흐름을 굳힐 수 있다는 게 민주당 캠프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반대로 오 후보가 한강벨트의 중산층·보수층을 재결집시키면 서울 전체 판세는 다시 초박빙으로 들어갈 것으로 국힘에선 보고 있다. 부동산은 마지막까지 최대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 후보는 오 후보의 장기 시정에도 전월세난과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직격한다. 오 후보는 민주당 계열의 재개발·재건축 규제와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심판해야 한다고 맞선다. 같은 부동산 문제를 두고 정 후보는 ‘현직 책임론’을, 오 후보는 ‘민주당 책임론’을 말하는 구조다. 안전 문제도 파괴력이 작지 않다.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논란은 교통망 확충이라는 서울의 미래 의제와 시민 안전이라는 기본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이다. 정 후보는 이 문제를 “서울시정의 안전 불감증”으로 묶으려 하고, 오 후보는 “공사 중단론은 무책임한 선거 공세”라는 취지로 대응한다. 시민은 빠른 교통망을 원하지만, 안전을 포기하지도 않는다. 이 쟁점은 남은 선거 기간 후보의 위기관리 능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마지막 변수는 투표율이다. 여론조사기관 한 관계자는 “정 후보는 정권 안정론과 적극 투표층 결집에 기대를 걸 수 있고 오 후보는 보수층 위기감과 강남권 투표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서울시장 선거가 박빙으로 갈수록 부동층의 규모보다 실제 투표장에 나오는 유권자의 성격이 더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2026-05-23 07:00:00
-
갑질 당한 국민통합위원장의 고언에 귀 기울여야
[경제일보]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이석연 위원장이 청와대 행정관으로부터 경고성 이메일을 받았다며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했다. 국정과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보고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임을 엄중히 고지한다”는 표현이 쓰였다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부총리급 위원장에게 실무 행정관이 이런 문구를 보낸 것은 공직사회 상식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대통령실은 경위를 신속히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물론 대통령 보고와 국정과제 자료 제출은 중요하다. 그러나 행정에도 절차와 품격이 있다. 이 위원장은 최근 국민통합위와 본인의 행보에 불필요하게 관여하고 제동을 거는 움직임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행정관 개인의 과잉인지, 윗선의 기류가 반영된 것인지는 확인돼야 한다. 다만 사실이라면 출범 1년을 앞둔 이재명 정부의 공직 기강과 참모 문화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이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낸 보수 성향 인사다. 그럼에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 진영에 합류했고, 현 정부 출범 이후 국민통합위원장을 맡았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내 편만의 정부’가 아니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목소리까지 듣겠다는 상징적 인사였다. 국민통합은 비슷한 사람끼리 악수하는 행사가 아니다. 불편한 사람의 말을 제도 안으로 들이는 일이다. 그런 이 위원장이 여권의 정책 추진 방식에 쓴소리를 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는 법 왜곡죄와 사법개혁 3법 추진 방식에 대해 위헌 소지와 숙의 부족을 지적했다. 최근 대통령 자문회의·위원회 간담회에서도 “집단사고의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 “토론과 반대 의견 개진 없이 내려진 결정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귀에 거슬릴 수 있지만 정권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말이다. 어느 정부든 지지율이 높고 선거 승리가 예상될 때 가장 위험하다. 국정 동력은 강해지지만 내부 견제는 약해진다. 참모들은 대통령의 생각을 앞질러 읽고, 관료들은 반론보다 순응을 택한다. 여당은 속도를 미덕으로 삼고, 반대 의견은 개혁의 발목 잡기로 몰기 쉽다. 그러나 숙의 없는 속도는 개혁이 아니라 독주가 될 수 있다. 국민통합위원회의 존재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대통령이 놓칠 수 있는 민심, 여당이 외면하는 반론, 관료사회가 말하지 못하는 위험을 전달해야 한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반복하는 기관이라면 국민통합위원회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통합의 본질은 동원과 일사불란이 아니라 조정과 경청이다. 이재명 정부가 성공하려면 보수 인사를 장식품처럼 써서는 안 된다. 통합의 상징으로 영입했다가 막상 불편한 말을 하면 거리를 두는 방식은 곤란하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사람은 박수치는 참모만이 아니다. 대통령의 판단이 빗나갈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이번 이메일 논란은 단순한 말투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실이 자문기구를 협력 파트너가 아니라 하급 집행기관처럼 여기는 문화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공직사회에서 절차와 예우는 행정 질서를 지탱하는 기본이다. 그것이 무너지면 권한은 쉽게 오만으로 흐른다. <논어>에는 “군자는 화이부동하고, 소인은 동이불화한다”는 말이 있다. 군자는 서로 다르더라도 조화를 이루지만, 소인은 겉으로 같아 보여도 속으로 화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통합은 모두가 같은 말을 하는 상태가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공통의 규칙 안에서 조화를 찾는 과정이다. 대통령실은 이메일 작성 경위와 지시 라인, 국민통합위와의 소통 과정에 부당한 압박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단순한 문구 실수라면 사과와 재발 방지로 바로잡아야 하고, 윗선의 의중이 반영됐다면 더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 자문기구의 독립성과 직언 기능도 보장해야 한다. 국민통합은 선거 때 필요한 수사가 아니다. 나라를 운영할 때는 지지층의 열광보다 반대편의 우려를 듣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이석연 위원장의 고언은 여권에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야말로 통합의 출발점이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 모두의 정부가 되려 한다면 지금 귀 기울여야 할 말은 칭찬이 아니라 경고다.
2026-05-22 09:20:33
-
-
KAIST 새 총장, 현 이사회 체제로 뽑는다
[경제일보] 1년 넘게 차기 총장 선임이 지연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현 이사회 체제에서 새 총장을 선출할 전망이다. 총장 후보 3명이 확정되면서 이르면 다음 달 임시이사회에서 총장 선임 절차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과학계에 따르면 KAIST 총장후보선임위원회는 지난 15일 류석영 전산학부 교수, 배충식 기계공학과 교수, 이도헌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등 3명을 제18대 총장 후보로 확정해 이사회에 추천했다. 앞서 총장후보선임위는 6명 후보를 대상으로 면접 심사를 진행한 뒤 최종 3배수를 압축했다. 최종 후보 3명은 정부 인사 검증을 거친 뒤 KAIST 이사회 표결에 부쳐진다. 이사회에서 출석 이사 과반을 얻은 후보가 나오면 교육부 장관 동의를 거쳐 과기정통부 장관 승인으로 차기 총장이 최종 확정된다. KAIST는 지난해부터 총장 선임 절차가 장기 표류했다. 이광형 현 총장의 임기는 지난해 2월 끝났지만 이사회 일정 지연 등으로 후임 선임이 늦어졌다. 올해 2월 이사회에서는 이광형 현 총장, 김정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이용훈 전 울산과학기술원 총장 등 3명을 놓고 표결했지만 모두 과반 득표에 실패해 총장 선임안이 부결됐다. 총장 선임안 부결은 KAIST 개교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알려졌다. 이후 학내에서는 리더십 공백과 이사회 책임론을 둘러싼 반발이 이어졌고, 이광형 총장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가 철회하는 등 혼란도 있었다. 이번에는 현 이사회 체제에서 총장을 먼저 선출한 뒤 이사장 선임 절차를 밟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명자 KAIST 이사장은 지난 8일 임기가 끝났지만, 정관상 후임 이사장이 선출되는 차기 이사회까지 직을 유지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도 현 이사회 체계에서 총장을 뽑을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장과 이사장을 같은 이사회에서 함께 선출할 가능성도 있다. KAIST 이사장은 이사 중 호선 방식으로 선출된다. 다만 총장 선임 일정과 정부 인사 검증 절차가 남아 있어 구체적인 이사회 개최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이르면 다음 달 총장 선임을 위한 임시이사회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AIST 관계자는 “세 명의 후보가 나온 상황이지만 아직 이사회 일정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번 총장 선임은 KAIST의 리더십 정상화뿐 아니라 국가 전략기술 경쟁력과도 맞물려 있다. AI, 반도체, 바이오, 첨단 제조 등 핵심 분야에서 대학의 연구·교육 전략을 새롭게 세워야 하는 시점인 만큼 차기 총장이 학내 통합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될 전망이다.
2026-05-20 08:15:55
-
네이버가 배민 품으면 벌어질 일…우버와 '8조 동맹' 가능성은
[경제일보]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매물로 거론되면서 네이버와 우버의 인수 가능성이 국내 플랫폼 시장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단순히 배달앱 주인이 바뀌는 수준을 넘어 검색, 결제, 멤버십, 지도, 모빌리티, 음식 배달이 하나로 묶이는 ‘생활 플랫폼’ 재편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네이버는 19일 배달의민족 인수설과 관련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네이버는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이나 1개월 이내에 관련 내용을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도 네이버가 배민 매각 관련 투자안내서를 받은 것은 맞지만 최종 결정된 사안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우버와 네이버의 컨소시엄이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우버와 네이버는 8대2 지분 구조로 최대 8조원 규모의 인수 의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투자은행(IB) 업계와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온 관측이며 네이버는 공식적으로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인수설이 주목받는 이유는 우버의 최근 행보다. 우버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 지분을 기존 약 7%에서 19.5%로 확대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추가로 5.6%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옵션도 보유했다. 다만 우버는 공개매수 의무가 생기는 30% 이상 지분 확대나 경영권 확보 계획은 현재 없다고 밝혔다. 우버가 배민에 관심을 가질 경우 핵심은 글로벌 배달 사업 재편이다. 우버는 차량 호출과 음식 배달을 함께 운영하는 글로벌 플랫폼이다. 한국 시장에서 배민을 확보하면 우버는 아시아 주요 시장에서 음식 배달 축을 단숨에 강화할 수 있다. 한국은 배달앱 이용률이 높고 음식 배달이 일상 소비 인프라로 자리 잡은 시장이다. 우버 입장에서는 배민이 단순 현지 플랫폼이 아니라 고밀도 도시 배달 운영 노하우와 상점 네트워크를 가진 전략 자산이 될 수 있다. 네이버의 시너지는 더 넓다. 네이버는 검색, 지도, 예약, 쇼핑, 페이, 멤버십을 갖춘 국내 최대 생활형 플랫폼이다. 여기에 배민이 결합하면 이용자가 음식을 검색하고 가게 정보를 확인한 뒤 주문·결제하고 리뷰를 남기며 멤버십 혜택까지 받는 전 과정이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연결될 수 있다.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로컬 커머스 강화다. 네이버는 이미 스마트플레이스와 지도, 예약, 지역 광고를 통해 동네 가게와 접점을 갖고 있다. 배민은 음식점 주문 데이터와 배달 운영망을 보유하고 있다. 두 플랫폼이 연결되면 네이버 검색과 지도에서 지역 음식점 탐색이 배민 주문으로 이어지고 배민의 가게 데이터가 네이버의 로컬 광고와 상점 관리 도구로 확장될 수 있다. 결제와 멤버십도 핵심 축이다. 네이버페이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쇼핑과 콘텐츠, 생활 혜택을 묶는 역할을 해왔다. 배민이 여기에 들어오면 음식 배달은 멤버십 체류 시간을 늘리는 강력한 소비 접점이 된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자가 배달 할인, 적립, 무료배달, 지역 쿠폰을 받는 구조가 만들어질 경우 쿠팡와우·배민클럽·요기요 멤버십과의 경쟁 구도도 달라질 수 있다. 우버와 네이버의 조합은 역할 분담 측면에서도 설득력이 있다. 우버는 글로벌 배달·모빌리티 운영 경험과 자본력을 제공하고 네이버는 국내 이용자 접점과 검색·지도·결제·광고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다. 우버가 경영권을 확보하고 네이버가 전략적 소수 지분을 갖는 방식이라면 네이버는 8조원 전체를 부담하지 않으면서도 배민 생태계와 연결되는 통로를 확보할 수 있다. 파급력은 배달 시장에만 그치지 않는다. 배민이 네이버 생태계와 연결되면 로컬 광고 시장,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간편결제, 포인트 경제, 데이터 기반 추천 서비스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네이버 검색에서 특정 지역·시간대·취향에 맞는 음식점이 노출되고 네이버페이 결제와 멤버십 혜택이 붙으며 우버식 배달 운영 효율화가 더해지는 구조가 가능하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기회와 부담이 동시에 존재한다. 네이버와 배민이 결합하면 주문 유입 채널이 늘고 광고·예약·결제·배달 관리가 통합되는 장점이 있다. 반면 플랫폼 의존도가 더 높아지고 광고비와 수수료 구조가 복잡해질 수 있다. 배달앱 시장에서 이미 수수료와 광고비 부담 논란이 컸던 만큼 인수가 현실화할 경우 소상공인 보호 장치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소비자에게는 편의성이 커질 수 있다. 검색에서 주문, 결제, 적립, 배송 추적까지 한 번에 연결되면 이용자 경험은 좋아진다. 네이버 멤버십과 배민 혜택이 결합하면 가격 혜택도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특정 플랫폼으로 주문·검색·결제 데이터가 집중되면 개인정보 활용과 선택권 축소, 경쟁 약화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 있다. 규제 리스크는 가장 큰 변수다. 배민은 국내 배달앱 1위 사업자이고 네이버는 검색·광고·쇼핑·결제 영역에서 강력한 플랫폼 지위를 갖고 있다. 네이버가 소수 지분만 취득하더라도 배민과의 제휴 범위가 검색 노출, 광고, 결제, 멤버십까지 확장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 제한성과 시장 지배력 전이를 들여다볼 수 있다. 특히 공정위 심사에서는 배달앱 시장 자체보다 더 넓은 생활 플랫폼 시장이 쟁점이 될 수 있다. 음식 배달, 지역 광고, 간편결제, 멤버십, 지도·검색 데이터가 서로 연결될 경우 특정 플랫폼이 소상공인과 소비자 양쪽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구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 수수료, 검색 노출의 공정성, 데이터 결합의 투명성 모두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딜리버리히어로의 매각 추진 배경도 중요하다. 글로벌 배달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고성장 국면을 지나 수익성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각국에서 규제와 수수료 논란이 커졌고 투자자들은 지역별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현금화 압박을 높이고 있다. 우버가 딜리버리히어로 지분을 늘린 것도 글로벌 배달 플랫폼 재편 흐름의 일부로 볼 수 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인수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배민 매각 국면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배민이 우버나 중국계 플랫폼 등 해외 사업자 중심으로 넘어갈 경우 국내 로컬 커머스와 결제·멤버십 시장의 경쟁 구도가 바뀔 수 있다. 네이버가 소수 지분이라도 참여한다면 국내 사용자 접점과 상점 데이터를 방어하면서 새로운 생활 플랫폼 확장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다만 실제 거래가 성사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매각가 8조원이 적정한지, 우버와 네이버의 지분 구조가 확정될지, 딜리버리히어로가 실제로 어느 수준까지 매각 의지가 있는지 모두 확인이 필요하다. 네이버가 밝힌 대로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인수 확정이 아니라 ‘전략적 검토와 시장 재편 가능성’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번 인수설의 본질은 배달앱 하나의 매각이 아니다. 배달의민족이 우버의 글로벌 배달망, 네이버의 로컬 플랫폼과 결합할 경우 한국의 생활 소비 데이터와 지역 상권 인프라가 새롭게 재편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음식 배달은 더 이상 단순 배달앱 서비스가 아니라 검색·결제·멤버십·광고·물류·AI 추천을 연결하는 생활 플랫폼의 핵심 접점으로 진화하고 있다. 향후 관건은 세 가지다. △우버와 네이버가 실제로 어떤 인수 구조를 제시할지 △공정거래 규제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배민을 단순 수수료 플랫폼이 아니라 소상공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로컬 커머스 인프라로 바꿀 수 있을지다. 거래가 현실화한다면 국내 플랫폼 시장은 검색과 쇼핑 중심 경쟁에서 배달과 오프라인 상권까지 포괄하는 생활 생태계 경쟁으로 넘어가게 된다.
2026-05-19 13:38:38
-
급변하는 동북아 격랑(激浪), 안동 한일회담이 전략적 공조의 이정표 되어야
[경제일보] 국제 정세의 지각변동이 가히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만큼 가파르다. 중동발(發) 전운이 짙어지며 미·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세계 경제와 글로벌 공급망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형국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미·중 정상이 전격적인 회담을 통해 자국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離合集散)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어제의 맹방(盟방)과 동맹이라는 철석같던 신뢰마저 자국의 실리 앞에서는 언제든 형해화(形骸化)될 수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엄중한 현실이다.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외교 안보 지형 속에서, 우리 정부에 요구되는 책략은 유연하면서도 국익 중심의 단단한 중심추를 잡는 일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정세에 맞춰 매일 새로운 외교적 카드를 꺼내 들어야 할 만큼 다변화된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런 격랑 속에서 오늘 이재명 대통령이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머리를 맞댄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여섯 번째이자, 셔틀외교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이번 정상회담에 국내외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안동 회담은 단순한 외교적 연례행사를 넘어, 동북아의 지정학적 위기를 관리하고 한일 간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엄중한 책무를 안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우면서도 역사적 앙금으로 인해 멀게만 느껴졌던 양국이지만, 지금의 복합 위기 상황은 과거의 프레임에 갇혀 있을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미·중 패권 경쟁의 틈바구니와 중동 전쟁의 여파 속에서 한일 양국이 긴밀하게 공조하지 않는다면, 동북아의 안보 공백과 경제적 타격은 고스란히 양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정부 발표대로 이번 회담에서 장기화하는 중동 전쟁 관련 현안과 자유 통상 질서 확립, 동북아 안전 보장 및 공급망 위기 타개책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되는 것은 시의적절하다. 경제와 안보가 분리될 수 없는 ‘경제 안보’의 시대에, 첨단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과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한 한일 간의 전략적 스크럼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나아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안보 협력의 틀을 더욱 공고히 다져야 한다. 주목할 점은 이번 회담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한국의 선비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안동 하회마을에서 열린다는 사실이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 부자가 찾았던 외교적 명소에서, 양국 정상이 안동의 전통 불꽃놀이인 ‘선유줄불놀이’를 관람하고 전통 음식을 나누며 신뢰를 쌓는 장면은 그 자체로 의미가 깊다. 양국의 화합을 상징하는 안동소주와 나라현의 사케가 만찬 테이블에 함께 오르듯, 외교적 갈등의 실타래도 이처럼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태도에서 풀리기 시작하는 법이다. 다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국익을 위한 냉철한 손익계산은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일본 정부 역시 이번 회담을 계기로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데 보다 전향적이고 진정성 있는 태도로 임해야 할 것이다. 상호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는 전략적 공조는 모래 위에 세운 성과 같다. 우리 정부 또한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하되, 국익의 마지노선을 확실히 지키는 균형 잡힌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전통문화의 온기가 흐르는 안동에서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이, 한일 양국이 당면한 글로벌 위기를 함께 돌파하는 실질적이고 전략적인 협력의 대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거친 파고가 몰아치는 국제 사회에서 한일 관계의 안정이 곧 대한민국 안보와 경제의 강력한 방파제가 될 수 있음을, 양국 정상은 무거운 책임감으로 증명해 보여야 할 것이다.
2026-05-19 09:41:0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