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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배석, 수사 중립성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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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배석, 수사 중립성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경제일보
2026-10-21 16:07:13

권력분립 원칙과 수사의 독립성 지켜야…정례 배석의 필요성·범위 밝히고 정치적 개입 차단 장치 마련해야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왼쪽과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20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왼쪽)과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20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원칙은 권력분립과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이다. 권력이 한곳에 집중되는 것을 막고, 수사기관이 정권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법과 증거에 따라 움직이도록 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출발점이다. 수사기관이 권력자의 비위까지 성역 없이 들여다볼 수 있어야 국민은 공권력의 공정성을 신뢰할 수 있다.

그런데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배석을 둘러싼 논란은 정부가 수사의 독립성과 국정 운영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되묻게 한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은 지난 20일 취임 직후 국무회의에 배석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권력형 부패와 금융범죄 등을 성역 없이 엄단하라고 당부했다. 개별 사건에 대한 지시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사기관장이 행정부의 최고 정책 심의기구에 참석하고 대통령으로부터 수사 방향과 관련한 당부를 듣는 장면은 수사의 독립성을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국무회의는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국가의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행정부의 핵심 기구다. 수사기관은 법률이 정한 권한에 따라 범죄 혐의를 규명하고, 권력자를 포함해 누구에게나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두 영역은 국가 운영이라는 틀 안에서 연결돼 있지만 기능과 책임은 구분돼야 한다. 현행 국무회의 규정은 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중앙행정기관인 청의 장 등을 배석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수사기관장의 참석 자체를 곧바로 위법이나 위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배석의 필요성과 범위, 참석이 정례화될 경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있다.

더 큰 문제는 일회성 참석을 넘어 관행으로 굳어질 가능성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부처 소속 외청도 국무회의에 참석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뒤 올해 초부터 수사·공소기관장들의 배석을 이어왔다. 이번 중수청장 참석도 그 연장선에 있다. 수사기관장이 국정 기조를 공유하고 정책 방향을 듣는 일이 반복되면 수사와 정권 사이의 거리가 흐려질 수 있다. 실제로 부당한 지시가 없더라도 권력의 의중이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심이 생기면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타격을 받는다. 반대로 정권에 부담이 되는 수사를 외면하거나 권력의 비위를 덮는다는 의혹이 제기된다면 피해는 정부를 넘어 법치주의 전체로 번진다.

정부는 국정 효율성과 기관 간 협조만을 앞세워 이런 우려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범정부 차원의 정책 협의와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면 이미 마련된 법적 절차 안에서 목적과 범위를 명확히 하면 된다. 수사기관장을 국무회의에 배석시키는 것이 어떤 정책적 필요에 따른 것인지, 어떤 의제에서 발언할 수 있는지, 개별 사건에 대한 지시나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법적 근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운영 방식의 적절성까지 자동으로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설명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비판을 정치 공세로 몰아붙이면 불신만 키울 뿐이다.

수사기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독립성은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것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간섭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상황을 스스로 경계하고, 권력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기관장은 원활한 국정 협조보다 법률이 부여한 권한과 책임을 우선해야 한다. 참석이 불가피하다면 목적과 의제를 분명히 하고 개별 수사에 관한 지시나 논의가 이뤄지지 않도록 제도적 방화벽을 마련해야 한다. 그 필요성과 경계를 납득시킬 수 없다면 정례 배석을 재검토하는 것이 마땅하다. 권력과 거리를 두는 것은 국정에 대한 비협조가 아니라 수사기관이 국민에게 져야 할 책임이다.

국회도 이 문제를 정쟁의 소재로만 삼아서는 안 된다. 국무회의 배석의 운영 기준을 점검하고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를 정비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관련 법령에 참석 요건과 허용 범위, 발언 및 회의 내용의 취급 원칙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의 누구도 개별 수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으며, 수사기관장 역시 정권의 국정 기조에 종속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제도적으로 확립해야 한다.

권력은 유한하지만 헌법의 원칙은 정권의 임기보다 길다. 자유와 법치는 권력자의 선의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권한을 행사하는 방식에 절제와 책임이 따르고, 부당한 개입을 막는 제도적 장치가 작동해야 한다. 정부는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배석이 왜 필요한지 설명하고, 수사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구체적인 기준을 내놓아야 한다. 수사기관은 권력의 곁이 아니라 법과 국민의 곁에 서야 한다. 정권과 수사의 경계가 흐려지면 법치에 대한 신뢰도 흔들린다. 수사의 독립성은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원칙이 아니다. 이를 지키는 것이 정부가 헌법과 국민 앞에 져야 할 기본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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