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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태원 참사 4주기, 국가의 안전 책임은 얼마나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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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태원 참사 4주기, 국가의 안전 책임은 얼마나 달라졌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경제일보
2026-10-29 08:16:20

경비기동대 미투입·대통령 지시 55분 미전파…드러난 대응 공백

재난 예방부터 현장 지휘까지, 안전체계의 실효성 검증해야

사진AI 생성 이미지
[사진=AI 생성 이미지]

[경제일보] 2022년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159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가 발생한 지 4년이 지났다. 좁은 골목에 인파가 몰리고 위험을 알리는 신고가 잇따랐지만 국가는 시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 참사 이후 재난 대응체계가 개편되고 인파관리 제도도 보완됐다. 그러나 4주기를 맞은 지금, 과연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한다면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7일 10·29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중간조사 결과는 당시 국가 재난 대응체계의 허점을 다시 드러냈다. 특조위에 따르면 참사 당일 밤 10시 기준 이태원 일대에 배치된 경찰은 120명이었지만 인파관리를 위한 경비기동대는 투입되지 않았다.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도 참사 전 11건 접수됐으나 특조위는 실질적인 현장 출동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경찰의 기존 출동 설명과 차이가 있는 부분으로, 관련 기록의 수정 정황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중앙정부의 보고와 지휘 과정에서도 문제가 확인됐다. 특조위는 참사 당일 행정안전부 상황실이 사고를 인지한 뒤 당시 장관에게 보고하기까지 43분이 걸렸고, 대통령 지시도 관계기관에 55분 동안 전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설치 결정과 실제 첫 회의 개최 시점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최종 조사와 책임 규명은 남아 있지만, 긴박한 재난 상황에서 보고와 지휘가 제때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참사 이후 정부는 주최자가 없는 행사도 안전관리 대상에 포함하고, 인파 밀집지역의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한 제도를 정비했다. 그러나 안전관리의 성패는 제도의 유무보다 현장에서의 작동 여부에 달려 있다. 시민의 신고를 누가 위험 신호로 판단하고, 어느 기관이 현장 통제를 결정할 것인지 명확해야 한다. 구조인력의 투입 절차와 지휘체계도 분명히 정해져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슷한 혼선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재난 현장에서는 기관별 역할이 나뉘어 있다. 경찰은 질서유지와 위험 통제, 소방은 구조와 구급,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안전관리, 중앙정부는 상황 총괄을 담당한다. 업무 분담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위기 상황에서 이러한 구분이 신속한 공동 대응으로 이어지지 못할 때 발생한다. 각 기관이 보고와 지시를 기다리는 사이 구조가 늦어진다면 아무리 정교한 매뉴얼도 제 역할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제는 제도 개선의 성과를 구체적으로 검증할 때다. 위험 신고 접수부터 현장 출동과 교통통제, 구조 개시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점검해야 한다. 경찰·소방·지자체가 참여하는 합동훈련도 실제 인파 밀집 상황을 가정해 실시하고, 훈련에서 드러난 문제를 인력 배치와 지휘체계에 반영해야 한다. 안전관리의 실효성을 평가할 객관적인 기준과 사후 점검 절차도 갖춰야 한다.
 
진상규명과 책임 추궁도 계속돼야 한다. 이는 특정 기관이나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자는 뜻이 아니다. 위험을 예견하고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원인이 무엇인지, 보고와 지휘는 어디에서 지연됐는지 법과 증거에 따라 밝히자는 것이다. 제도적 결함이 없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특조위의 남은 조사 역시 이러한 원칙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 조사 결과를 유가족과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확인된 문제를 재발방지 대책에 반영하는 일도 중요하다.
 
<맹자>에는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이 그다음이며, 군주는 가볍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는 말이 있다. 권력보다 백성의 안위를 앞세워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재난 앞에서 그 책임은 더욱 무거워진다.
 
이태원 참사 4주기를 맞아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그동안 마련한 안전대책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다. 기관 간 지휘와 협력체계를 다시 살피고, 현장 인력과 장비, 재난 대응 예산이 필요한 곳에 배치돼 있는지도 따져야 한다. 책임 규명의 결과가 행정의 변화로 이어지는지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희생자를 기억하는 일은 추모에서 끝나지 않는다. 같은 위험이 닥쳤을 때 시민의 경고를 놓치지 않고, 구조가 필요한 순간 국가가 지체 없이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태원 참사 4주기에 국가가 답해야 할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그날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준비가 돼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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