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사이트
아주일보
베트남
회원서비스
로그인
회원가입
지면보기
[선박왕 권혁, 다시 세계로] ③ 한국 조선소에 누적 121척 발주… 권혁 회장의 다음 항로는 '북국
기사 읽기 도구
공유하기
기사 프린트
글씨 크게
글씨 작게
2026.10.29 목요일
흐림 서울 7˚C
흐림 부산 11˚C
비 대구 8˚C
비 인천 8˚C
흐림 광주 8˚C
흐림 대전 6˚C
흐림 울산 8˚C
흐림 강릉 6˚C
흐림 제주 15˚C
인물

[선박왕 권혁, 다시 세계로] ③ 한국 조선소에 누적 121척 발주… 권혁 회장의 다음 항로는 '북국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한석진 기자
2026-10-29 06:00:00

해외 선박 금융 활용해 71억5000만달러 발주…관련 거래까지 13조 규모

유럽까지 항해 열흘 단축되지만 얼음·높은 운항비에 막혔던 북극항로

2030년 상업화 추진에 내빙선 수요 기대…'21세기 장보고' 비전은 계속

권혁 시도그룹 회장 그래픽ChatGPT
권혁 시도그룹 회장 [그래픽=ChatGPT]


[경제일보] 일본 도쿄의 작은 책상 하나에서 선주사업을 시작해 한때 250척 규모의 선단을 일군 권혁 시도그룹 회장은 해외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한국 조선소에도 대규모 선박을 발주해 왔다. 국내 조선소에 발주한 신조 선박은 121척, 건조계약 금액은 71억5000만달러에 이른다. 선박관리와 보험 등 관련 거래까지 합하면 약 96억4000만달러, 기존 집계의 원화 환산액으로 13조원에 가까운 규모다. 세계 해운시장에서 '한국판 오나시스'로 불려온 권 회장이 이제 북극항로에서 한국 해운산업의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권 회장이 오랫동안 품어온 꿈은 '21세기 장보고'다. 세계 해운시장에서 쌓은 경험과 해외 금융기관과의 거래관계를 활용해 한국이 국제 해상교역에서 더 큰 역할을 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뜻이다. 북극항로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새로운 교역로로 주목받으면서 권 회장의 관심도 한국 해운산업이 맞이할 변화로 향하고 있다.


◆ 해외 선박금융으로 한국 조선소에 121척 발주


29일 시도그룹 관련 자료와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시도그룹은 일본과 유럽 등 해외 금융기관에서 선박 건조자금을 조달해 국내 조선소에 신조 선박 121척을 발주했다. 건조계약 금액은 약 71억5000만달러다. 부산 선박관리회사 운영과 선박 보험, 한국선급 관련 거래 등을 포함한 국내 해양산업 전체 거래 규모는 약 96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


권 회장은 2004년 무렵부터 국내 조선소에 신조 선박을 집중적으로 발주했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한국 조선업계에 건조를 맡기고 완성된 선박을 세계 각국의 해운회사에 장기간 임대하는 방식이었다. 일본과 유럽 금융기관에서 확보한 자금이 한국 조선소의 수주로 이어졌다.


선박 건조계약은 조선소뿐 아니라 관련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선박용 엔진과 철강재, 전기·전자설비를 생산하는 기자재 업체에 일감이 생기고 건조 기간에는 협력업체의 생산활동도 이어진다. 선박 인도 이후에는 수리와 관리, 검사 등 관련 서비스 수요가 발생한다.


권 회장은 1995년 부산에 선박관리회사 시도상선을 설립하며 국내 해양산업과의 거래를 넓혔다. 해외에서 운용하는 선박의 관리 업무를 국내에서 수행하고 선박 수리와 보험, 검사 등 관련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들과 거래를 이어왔다. 선박 건조부터 운항과 관리에 이르기까지 국내 업체들과 장기간 사업관계를 유지한 것이다.


권 회장이 해외 금융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랜 기간 쌓아온 신용이 있었다. 1993년 일본 종합상사 마루베니의 지원으로 선주사업을 시작한 뒤 해운회사와 장기 용선계약을 체결해 임대수입을 확보했다. 금융기관에서 빌린 자금으로 선박을 매입하고 계약을 이행하면서 새로운 선박에 투자할 기회도 늘어났다.


일본에서 시작된 금융거래는 유럽 등 해외시장으로 확대됐다. 권 회장은 자동차 운반선에서 벌크선과 유조선, 컨테이너선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세계 해운시장에서 확보한 신용과 자금 조달 능력은 국내 조선소에 대규모 선박을 발주하는 밑바탕이 됐다.


◆ 금융위기에도 국내 발주 선박 30여척 인수…계약으로 지킨 신뢰


한국 조선소와의 거래관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로 확산하면서 선박 가격과 해운 운임이 급락했다. 금융기관의 대출도 위축되면서 호황기에 체결한 선박 건조계약이 선주기업에 큰 부담으로 돌아왔다.


권 회장도 선단을 조정해야 했다. 금융위기 직전 건조 중인 발주 선박을 포함해 약 250척에 이르렀던 선단은 해운시장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새로 건조한 선박을 계약대로 인수하면 시세 하락에 따른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권 회장은 당시 일본 조선소에 발주했던 선박 37척의 계약을 취소한 반면, 한국 조선소에 발주한 선박 30여척은 손실 부담을 감수하면서 인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발주 선박의 계약 규모는 약 1조6000억원에 달했다.


세계 해운시장에서는 선박 발주 취소와 인도 연기가 잇따랐다. 선주가 건조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조선소는 이미 투입한 자금을 회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건조 중인 선박을 인수할 새로운 고객을 찾아야 하고 생산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권 회장은 선박 가격이 떨어지고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한국 조선소와의 거래를 이어갔다. 오랜 사업관계에서 쌓아온 신뢰를 지키겠다는 판단이었다. 일본에서 시작해 세계 해운시장에서 성장한 선주기업이 국내 조선업계와 관계를 유지한 사례다.


국내 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해 세계 해운회사에 임대하는 사업은 권 회장의 주요 사업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경험은 국제 해운시장에서 새로운 선박 수요가 발생할 때에도 활용할 수 있다. 최근 해운업계가 주목하는 북극항로도 새로운 선박과 금융 수요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다.


◆ 얼음과 높은 운항비에 막힌 북극항로…유럽 항해 열흘 단축


북극항로는 오래전부터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지름길로 주목받아 왔다. 러시아 북부 해역을 통과하면 수에즈 운하를 거치는 기존 항로보다 항해거리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북극해의 얼음과 높은 운항비, 불안정한 운항 여건 때문에 지금까지 정기적인 국제 교역로로 자리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큰 장애물은 계절에 따른 운항 제한이다. 북극해는 여름과 가을 일부 기간을 제외하면 두꺼운 해빙이 선박의 통행을 가로막는다. 항해가 가능한 시기에도 얼음의 두께와 이동 경로가 수시로 달라진다. 정해진 일정에 맞춰 화물을 운송해야 하는 컨테이너선으로서는 안정적인 운항 일정을 유지하기 어렵다.


선박 건조비와 보험료도 부담이다. 얼음에 견디도록 선체를 보강한 내빙선은 일반 상선보다 건조비가 많이 든다. 해빙 상태에 따라 쇄빙선의 지원이 필요하고 북극해 주변에는 선박 사고에 대응할 항만과 수리시설도 부족하다. 러시아 북부 연안을 통과해야 하는 만큼 항행 허가와 국제 제재에 따른 금융거래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북극항로가 주목받는 이유는 항해거리와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북극해의 해빙 면적 감소와 국제 해상 물류의 불안이 겹치면서 기존 항로를 대신할 새로운 뱃길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 부산으로 돌아온 국내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는 북극항로를 이용해 영국까지 약 20일 만에 도착했다. 기존 수에즈 운하 경유 항로보다 편도 항해기간을 열흘 가까이 줄인 것이다. 국내 컨테이너선이 실제 수출 화물을 싣고 북극항로를 왕복하며 시간 단축 효과를 확인한 첫 사례다.


항해기간이 짧아지면 연료 소비와 선박 운용비를 줄일 여지가 생긴다. 같은 선박으로 더 많은 운송 기회를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항로의 경제성은 항해시간뿐 아니라 보험료와 쇄빙선 지원비용, 안정적인 화물 수요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시범운항에서도 귀항 화물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는 시범운항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2030년 정기 상업항로 개설을 목표로 후속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북극항로의 상업화를 위해서는 극지 운항에 적합한 선박과 안정적인 화물 수요, 항만 지원시설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과제는 한국 해양산업에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북극해의 얼음은 선박 운항에 장애물이지만 내빙 성능을 갖춘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에는 새로운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 건조비가 높고 운항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선박금융과 장기 용선계약을 통해 투자 위험을 관리하는 선주기업의 역할도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북극항로에서 이어가는 장보고의 꿈…한국 해운의 새로운 기회


권 회장은 북극항로가 한국 조선·해운산업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는 쇄빙 LNG운반선 등 극지 운항 선박을 건조한 경험을 갖고 있다. 북극항로의 상업운항이 확대되면 내빙 성능을 갖춘 선박의 발주와 관련 기자재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


새로운 선박을 확보하기 위한 자금 조달도 중요하다. 극지 운항 선박은 건조비가 높고 운항 기간에 제약이 있어 안정적인 화물 수요와 장기적인 선박금융이 뒷받침돼야 한다. 권 회장은 지난 30여년간 일본과 유럽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해 한국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하고 세계 각국의 해운회사에 임대해 왔다.


권 회장은 한국이 세계적인 조선 기술과 항만시설을 갖춘 데다 삼면이 바다인 지리적 조건도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극항로가 정기적인 국제 교역로로 자리 잡으면 한국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해운 중심지로 성장할 기회를 맞을 수 있다는 기대다.


◆ 오랜 세금 분쟁 거친 권혁…해운사업에 다시 힘 싣는다
 

권 회장은 일본과 홍콩 등 해외에서 선주사업을 운영하면서 국내 과세당국과 오랜 법적 다툼을 벌였다. 해외에서 정상적인 선주사업을 수행해 온 만큼 이를 역외탈세로 보는 데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2016년 대법원은 당초 약 2200억원에 달했던 조세포탈 혐의 가운데 2억4000여만원에 대해서만 유죄를 확정했다. 나머지 대부분은 무죄로 판단했으며, 국내 거주자로서 해외 소득에 대한 납세의무는 별도 소송에서 인정됐다.
 

권 회장은 이러한 법적 판단과 해외 사업에 대한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세금 납부를 결정했다. 오랜 분쟁에 경영 역량을 소모하기보다 세계 해운시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더 큰 사업을 펼치겠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7월 개인 체납액 3938억원 가운데 1000억원을 납부했고, 나머지 2938억원에 대해서도 해외 선박 5척을 담보로 제공하고 전액 납부계획을 제출했다. 권 회장은 앞으로 해운사업을 확대해 한국 경제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권 회장이 오래전부터 품어온 꿈은 '21세기 장보고'다. 통일신라 시대 장보고가 청해진을 거점으로 동아시아의 해상교역을 이끌었던 것처럼, 세계 해운시장에서 쌓은 경험을 한국의 조선·해운 경쟁력과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권 회장은 "전 세계적인 장보고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1993년 일본 도쿄의 책상 하나에서 시작한 선주사업을 250척 규모의 선단으로 키워낸 권 회장은 한국 조선소에 대규모 선박을 발주하며 국내 해양산업의 성장에도 힘을 보탰다. 세계 해운시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해외 금융기관과의 거래 기반을 바탕으로 이제 북극항로가 가져올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바라보고 있다. 한국을 세계 해상교역의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권 회장의 오랜 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아주경제 2026년 10월 29일자 18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0개의 댓글
0 / 300
댓글 더보기
kb증권
롯데카드
포스코
국민_1
농협
NH투자증
우리카드
바이오로직스
롯데칠성
국민카드
기업은행
sk
국민_2
한화투자증권
신한라이프
하나증권
db
삼성중공업
kb국민은행
동국제약
부영그룹
KB국민은행
국민_5
동아쏘시오홀딩스
우리금융
하이닉스
kb캐피탈
부광약품
신한투자
키움증권
KB
컴투스
충청 유니버시아드대회
태광
롯데캐슬
미래에셋
DB손해보험
현대
삼립
한화
한국증권금융
국민은행
삼성화재
lg
kb
스마일게이트
삼성증권
lg
삼성화재
GC녹십자
국민_4
롯데케미칼
카카오
국민_6
하나카드
국민_3
CJ
다음
이전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