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영원한 수사반장’이자 ‘국민 아버지’였던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 사건 현장의 형사로, 농촌 마을의 가장으로, 전국의 밥상을 찾아가는 이야기꾼으로 시청자와 함께한 배우였다. 고개를 젖히며 터뜨리던 특유의 ‘파하~’ 웃음은 그의 이름만큼 친숙한 기억으로 남았다.
30일 유족과 방송계에 따르면 최불암은 전날 밤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 별세했다. 지난해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거동이 불편해져 재활에 힘써왔으나 최근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며, 30일 오전 10시부터 조문객을 맞는다. 장례는 고인이 오랫동안 후원 활동을 이어온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치러진다.
1939년 인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9년 연극 ‘햄릿’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연출가를 꿈꿨던 청년은 1965년 국립극단 단원이 됐고, 1967년 KBS 특채 탤런트로 선발되며 텔레비전으로 무대를 넓혔다. 드라마 ‘수양대군’에서는 20대의 나이에 노년의 김종서를 연기했다.
그를 국민 배우로 만든 작품은 MBC ‘수사반장’이었다. 1971년 방송을 시작해 1989년까지 이어진 이 드라마에서 박영한 반장을 맡았다. 범인을 추적하는 단호함과 사람을 이해하려는 인간미가 함께하는 형사상은 한국 수사극의 대표적인 인물로 자리 잡았다.
‘수사반장’과의 인연은 반세기를 넘어 이어졌다. 2024년 젊은 박영한의 이야기를 다룬 ‘수사반장 1958’에도 특별 출연했다. 같은 해에는 명예 국가수사본부장인 명예 치안정감으로 위촉됐다.
1980년부터 2002년까지 22년간 방송된 MBC ‘전원일기’는 또 다른 대표작이다. 양촌리 김 회장으로 분한 그는 가족과 마을의 크고 작은 일을 품는 가장을 연기했다. 김혜자와 오랫동안 부부로 호흡을 맞춰 실제 부부로 여기는 시청자가 있을 만큼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줬다.
‘그대 그리고 나’의 캡틴 박, ‘제1공화국’과 ‘제2공화국’의 이승만 전 대통령 등 배역의 폭도 넓었다.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 ‘왕십리’, ‘바람불어 좋은날’, ‘기쁜 우리 젊은 날’ 등에도 출연하며 드라마와 영화, 연극을 오갔다.
그의 친근함은 작품 밖에서도 통했다. 1990년대에는 그를 주인공으로 삼은 유머 ‘최불암 시리즈’가 유행했다. 중후한 외모와 소탈한 웃음의 조합은 세대를 넘어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힘이었다.
후반기 활동의 중심에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이 있었다. 2011년부터 14년간 전국을 다니며 음식에 담긴 지역의 역사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전했다. 드라마에서 이웃의 삶을 연기하던 배우는 실제 이웃의 이야기를 듣고 전하는 진행자가 됐다.
올해 5월에는 그의 연기 인생을 돌아보는 MBC 다큐멘터리 ‘파하, 최불암입니다’가 방송됐다. 고인의 출연도 논의됐지만 재활치료에 전념하고 싶다는 가족의 뜻에 따라 직접 카메라 앞에 서지는 않았다.
‘국민 아버지’라는 이름은 사회공헌으로도 이어졌다. 1981년 ‘전원일기’에서 김 회장이 금동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이야기를 계기로 어린이재단과 인연을 맺었다. 1985년부터 전국후원회장을 맡아 어려운 환경의 아동을 돕고 후원 문화를 넓히는 데 힘썼다.
사단법인 제로캠프 이사장으로는 소년수형자의 문화예술교육과 사회복귀를 지원했다. 화면 속에서 아이를 품었던 배우는 현실에서도 어린이와 청소년이 다시 시작할 기회를 만드는 활동을 이어갔다.
정치권에 몸담은 시기도 있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권유로 1992년 통일국민당 전국구 의원이 돼 제14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996년 총선에서 낙선한 뒤 연기에 복귀했다.
생전 대종상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 백상예술대상 연기상 등을 받았으며 국민훈장 목련장과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유족은 1970년 결혼한 배우 김민자와 아들 동녘, 딸 동비씨다. 형사와 가장, 이웃의 이야기꾼으로 살아온 배우의 마지막 길에는 그가 오랫동안 손을 내밀었던 아동복지 관계자들도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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