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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AI 정상외교의 빛과 그림자…국내 산업 뿌리 남겨야
대통령이 세계 인공지능(AI) 산업의 중심으로 간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를 차례로 만날 예정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 등 국내 기업인들도 합류한다. 정부가 주최하는 AI 서밋에서는 양국 기업 간 협약이 체결되고, 글로벌 AI 협력 방향을 담은 선언도 발표될 예정이다. 참석자의 면면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반도체를 공급하는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AI 모델을 만드는 오픈AI와 앤트로픽, 메모리와 제조 역량을 가진 삼성전자와 SK, 피지컬 AI의 거대한 실험장이 될 현대차가 한자리에 모인다. 한국이 세계 AI 생태계의 변방이 아니라 핵심 공급망의 한 축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정상외교가 기업 간 장벽을 낮추고 투자와 기술협력의 문을 여는 일은 마땅히 환영할 일이다. AI 산업은 한 나라가 모든 기술을 독자적으로 갖추기 어려운 거대한 결합체다. 그래픽처리장치와 메모리, 파운드리,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거대언어모델, 전력과 냉각 설비가 맞물려야 한다. 한국이 미국 빅테크와 손잡지 않고 AI 경쟁의 속도를 따라잡겠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기술동맹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동맹은 악수로 완성되지 않는다. 협력이라는 이름 아래 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가져오는지, 그 결과가 어느 나라의 공장과 연구소, 일자리와 세수로 남는지를 따져야 한다. 정상외교의 성과를 협약 건수나 투자 금액으로만 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해외에서 박수를 받은 양해각서가 국내 산업의 뿌리를 약하게 만든다면 외교적 성과는 산업적 비용으로 돌아온다. 공교롭게도 대통령의 샌프란시스코 방문을 앞두고 산업통상부 장관도 워싱턴으로 향했다. 김정관 장관은 미국 상무·에너지 당국과 한국 기업의 대미 전략투자, 에너지·자원 협력 등을 논의한다. 정부는 한미전략투자특별법에 따라 대미 투자사업을 구체화하고 있고, 현재 논의되는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은 3500억달러 규모다. 같은 시기에 샌프란시스코에서는 AI 기술협력을 넓히고, 워싱턴에서는 한국 자본의 미국 투자를 협의하는 셈이다. 미국에 투자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세계 최대 시장에 공장을 짓고 현지 고객과 가까워지는 것은 기업의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관세와 보조금, 조달 규정이 기업의 입지를 좌우하는 시대에는 현지 생산도 경쟁력의 일부다. 미국 시장을 지키기 위한 투자를 애국심만으로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 문제는 균형이다. 해외 공장을 하나 세울 때 국내 공장 하나가 사라지고, 해외 연구소를 키울 때 국내 인재 채용이 줄어드는 구조가 고착돼서는 안 된다. 대기업이 생산시설을 옮기면 협력업체와 장비업체, 물류와 지역 상권도 함께 움직인다. 산업 공동화는 어느 날 공장 문에 붙은 폐업 공고로 시작되지 않는다. 국내 증설이 미뤄지고, 신규 채용이 줄고, 핵심 연구조직이 해외로 이동하는 작은 변화가 쌓여 어느 순간 산업 생태계 전체의 빈자리로 나타난다. 특히 AI는 과거 제조업보다 기술 종속의 위험이 크다. 한국 기업이 반도체와 데이터, 전력, 자본을 제공하더라도 핵심 모델과 플랫폼,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해외 기업이 독점한다면 한국은 고부가가치 사슬의 중심이 아니라 값비싼 기반시설을 제공하는 하청기지에 머물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를 잘 만드는 것과 AI 시대의 주도권을 갖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AI 정상외교의 성과를 국내에 남기기 위한 원칙을 먼저 세워야 한다. 우선 정책금융과 공적 보증이 투입되는 해외 투자에는 국내 투자 연계 조건을 붙여야 한다. 국내 연구개발센터 유지, 핵심 공정 투자, 협력업체 발주, 인재 양성 계획을 함께 따져야 한다. 해외 투자의 수익성뿐 아니라 국내 산업에 남기는 파급효과도 국익 심사의 기준이 돼야 한다. 또한 글로벌 빅테크와 체결하는 기술협약에는 한국 기업의 역할과 지식재산권의 귀속을 명확히 해야 한다. 데이터는 한국이 제공하고, 설비투자는 한국 기업이 부담하면서 핵심 기술과 수익은 해외 플랫폼에 집중되는 계약이라면 기술동맹이라 부르기 어렵다. 공동 연구의 성과가 국내 연구자와 스타트업, 대학으로 확산될 수 있는 통로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해외 벤처자본과의 협력에는 상호성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세쿼이아캐피털과 앤드리슨호로위츠 등 글로벌 벤처투자회사 관계자들을 만나고, 국민연금과 이들 투자회사 간 장기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 행사에도 참석한다. 한국 자본이 실리콘밸리의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리콘밸리의 자본과 네트워크도 한국의 AI 스타트업과 연구 생태계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 정상외교의 성과를 협약 건수가 아니라 국내 잔존 가치로 평가해야할 필요도 있다. 협약 이후 국내 투자액이 얼마나 늘었는지, 몇 명을 새로 고용했는지, 국내 중소기업이 공급망에 얼마나 진입했는지, 공동 연구에서 한국이 확보한 특허와 기술이 무엇인지 공개해야 한다. 양해각서는 출발선일 뿐이다. 이행되지 않는 협약은 외교행사의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대학’에는 “사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物有本末 事有終始)”는 구절이 나온다. AI 정상외교에서 글로벌 협약과 해외 투자는 뻗어 나가는 가지다. 국내 공장과 연구소, 인재와 협력업체는 뿌리다. 가지가 세계로 뻗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가지를 키우겠다고 뿌리의 물과 양분을 모두 빼내면 나무는 오래 서 있지 못한다. 한국 기업이 세계로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국내에만 머물라는 요구는 개방경제의 현실과도 맞지 않는다. 하지만 해외 진출을 세계화라는 말로 무조건 미화해서도 안 된다. 기업의 해외 투자는 기업의 판단이지만, 세제와 금융, 외교적 지원이 더해지는 순간부터는 국가 경제에 어떤 이익을 남기는지 물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대미 투자사업을 상업적 합리성과 국익을 기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원칙은 옳다. 이제 ‘국익’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해외에서 거둔 수익만 국익이 아니다. 국내 생산능력과 연구인력, 기술자립도, 협력업체의 생존, 청년들이 일할 양질의 일자리도 국익이다. AI 정상외교는 한국에 큰 기회다. 엔비디아와 오픈AI를 만나고 세계의 자본을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다만 진정한 성과는 회담장의 사진이 아니라 몇 년 뒤 국내 산업 현장에서 확인될 것이다. 한국에 연구소가 늘고, 공장이 증설되고, 스타트업이 성장하며, 청년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때 기술동맹은 비로소 국익이 된다. 빅테크와 손을 잡되 산업의 뿌리는 한국에 남겨야 한다. 해외 시장을 넓히되 국내 생산 기반을 비워서는 안 된다. 세계 AI 질서에 깊숙이 들어가되 기술과 플랫폼의 종속국이 돼서도 안 된다. AI 정상외교의 성패를 가를 기준은 단순하다. 협력의 열매가 국내 산업과 국민에게 돌아오는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기술동맹은 동맹이 아니라 공동화의 통로가 될 수 있다.
2026-07-23 10: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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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기름값 오르고 반도체 흔들린다…'양면 충격' 대비책 서둘러야
한국 경제의 약점은 서로 멀리 떨어진 두 곳에 있다. 하나는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폭 좁은 바닷길이고, 다른 하나는 손톱보다 작은 반도체 칩이다. 호르무즈해협이 흔들리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가격이 뛰고, 반도체 시장이 흔들리면 수출과 증시가 휘청인다. 지난 주말 한국 경제의 두 약한 고리에 동시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다시 격화하면서 국제유가는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 17일 브렌트유는 4.59% 오른 배럴당 88.10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의 대이란 공격과 이란의 보복이 이어지고,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과 가스 운반선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결과다. 같은 날 세계 증시는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하락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사흘 연속 떨어지며 최근 고점보다 20% 낮은 수준까지 밀렸다. 유가는 오르고 반도체는 내리는, 한국 경제에는 가장 불편한 조합이 현실이 된 것이다. 상황은 주말에도 진정되지 않았다. 19일(현지시간) 미국은 8일 연속 이란을 공격했고, 이란도 걸프 지역 미군 시설과 주변국을 향해 미사일·무인기 공격을 이어갔다. 산유국 증시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고, 시장에는 전쟁이 다시 넓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번졌다. 걸프 산유국들이 수출량을 늘리고 있지만 호르무즈해협의 선박 통행은 다시 줄었다. 최근 하루 통항 선박이 단 3척에 그쳐 5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는 집계도 나왔다. 한국은 이 바닷길의 사소한 변화도 사소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나라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70%, LNG의 약 20%가 호르무즈해협을 거친다. 해협이 완전히 봉쇄되지 않더라도 통항이 느려지고 보험료와 운임이 오르면 그 비용은 정유·석유화학·항공·해운·철강을 거쳐 결국 소비자물가로 넘어온다. 원유 가격 상승에 원화 약세까지 겹치면 충격은 배가된다. 국제유가가 그대로 있어도 환율이 오르면 한국이 지불해야 할 원화 기준 에너지 가격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대편에서는 반도체가 흔들리고 있다. 인공지능 투자 열풍을 타고 치솟았던 반도체주는 과도한 기대와 높은 가격 부담 앞에서 조정을 받고 있다. 대만 TSMC가 큰 폭의 이익 증가를 발표하고도 주가가 하락한 것은 시장이 더 이상 ‘좋은 실적’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AI 기업들의 막대한 설비투자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반도체 수요가 실제 수익으로 얼마나 연결될지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세계 반도체주 하락도 이러한 불안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결과였다.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는 단순한 수출 품목이 아니다. 지난 6월 한국의 전체 수출은 1022억5000만 달러로 처음 1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상반기 반도체 수출은 1924억 달러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웃돌았다. 반도체 호황은 무역수지를 지키고 기업 투자를 늘리며 세수를 떠받치는 힘이다. 하지만 그 비중이 커질수록 반도체 가격과 글로벌 AI 투자의 작은 변화가 한국 경제 전체의 진폭을 키운다. 반도체가 잘될 때는 편중이 경쟁력으로 보이지만, 흔들릴 때는 의존으로 돌아온다. 유가 상승과 반도체 하락이 동시에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국 경제는 에너지를 외부에서 사오고, 벌어들이는 돈은 소수 수출 품목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수입액이 늘고, 반도체가 꺾이면 수출액이 줄어든다. 무역수지의 양쪽 문이 동시에 압박받는 구조다. 여기에 유가 상승이 물가와 금리를 끌어올리고, 반도체주 하락이 증시와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충격이 서로를 증폭할 수 있다. 정부가 유류세 조정이나 석유시장 단속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유류세 인하는 급한 불을 끄는 수단일 뿐, 기름을 실은 배를 한국까지 가져오지는 못한다. 정부는 원유와 LNG의 국가별·항로별 도입 현황, 민간과 공공의 비축 수준, 비축유 방출 조건, 해상보험과 운임 지원 방안, 환율 급등 시 대응 원칙을 하나의 에너지 비상계획으로 공개해야 한다. 국민과 기업이 알아야 할 것은 “당장 문제없다”는 안심의 말이 아니라 어느 단계에서 어떤 조치가 작동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시간표다. 정부는 지난 3월 중동 상황 대응본부를 가동하면서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에 대비해 대체 도입선과 운항 일정, 보험·운임 문제를 점검했다. 수급 위기가 가시화되면 국내 비축기지의 석유를 시장에 공급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미 마련된 대책이 있다면 이제는 최근의 충돌 격화와 통항 감소를 반영해 다시 공개적으로 점검할 때다. 비상계획은 서랍 속에 있을 때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이 내용을 알고 움직일 때 효과가 있다. 기업도 공급망을 평상시의 평균값으로만 계산해서는 안 된다. 정유·석유화학·항공사는 유가와 운임이 동시에 급등하는 상황을, 자동차·배터리·철강사는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함께 오르는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반도체 기업 역시 AI 투자가 둔화하고 메모리 가격이 조정받는 경우에 대비해 설비투자와 현금흐름을 점검해야 한다. 기업별 스트레스 테스트를 의무적으로 공개할 필요까지는 없더라도, 주요 업종과 금융회사가 복합 충격에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는 정부와 시장이 함께 확인해야 한다. 손자병법 ‘허실’에는 “먼저 싸움터에 이르러 적을 기다리는 자는 편안하고, 뒤늦게 싸움터에 달려가는 자는 피로하다”는 말이 나온다. 경제안보도 다르지 않다. 유조선의 통항이 끊어진 뒤 도입선을 찾고, 반도체 가격이 급락한 뒤 수출 다변화를 외쳐서는 늦다. 위기는 대책을 새로 만드는 시간이 아니라, 미리 만든 대책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시험하는 시간이다. 정부가 시장의 모든 위험을 없앨 수는 없다. 국제유가도, 세계 반도체 가격도 서울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외부 변수라는 이유로 손을 놓아서도 안 된다. 정부의 역할은 가격을 통제하는 데 있지 않다. 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비축하고, 도입선을 넓히며, 위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데 있다. 반도체를 더 강하게 키우는 일과 반도체 외 수출 산업을 육성하는 일은 모순이 아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천연가스와 에너지저장장치를 조화롭게 활용해 수입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는 일도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모두 한국 경제의 선택지를 늘리는 일이다. 에너지 안보와 수출 다변화는 위기 때마다 꺼내 드는 구호가 아니라, 평상시에 비용을 지불하며 구축해야 할 보험이다. 기름값은 뛰고 반도체는 흔들리고 있다. 두 현상을 별개의 뉴스로 읽으면 대책도 조각난다. 하지만 이를 한국 경제의 이중 취약성으로 읽으면 해야 할 일이 선명해진다. 에너지 비상계획을 공개하고, 기업별 공급망을 점검하며, 수출의 두 번째와 세 번째 기둥을 세워야 한다. 호르무즈해협과 반도체 시장은 앞으로도 흔들릴 것이다. 흔들림 자체를 막을 수 없다면, 적어도 나라 경제 전체가 함께 휘청이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정책의 기본이다.
2026-07-20 09: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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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보] 저성장기 뚫을 포트폴리오 재배치 사활…시험대 오른 '롯데 DNA'
롯데는 한국 재계에서 가장 독특한 출발점을 가진 그룹이다. 창업자 신격호 명예회장은 1948년 일본 도쿄에서 껌 사업으로 롯데를 시작했다. 이후 1967년 한국에 롯데제과를 세우며 국내 사업을 본격화했다. 롯데의 첫 DNA는 소비자의 입맛과 생활 반경을 파고드는 데 있었다. 껌과 과자, 음료, 햄과 우유, 패스트푸드, 백화점과 호텔, 놀이공원까지 롯데는 제조업의 공장보다 소비자의 일상에 가까운 곳에서 몸집을 키웠다. 롯데식 성장은 ‘생활의 점유율’을 높이는 방식이었다. 삼성과 현대차가 반도체와 자동차, 중후장대 제조업을 앞세웠다면 롯데는 먹고, 마시고, 사고, 쉬고, 노는 공간을 장악했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롯데리아, 롯데백화점, 롯데호텔, 롯데월드가 쌓아 올린 것은 단순한 계열사 목록이 아니었다. 한국인의 소비 동선 속에 롯데라는 이름을 심는 과정이었다. 1970년대 이후 롯데는 식품을 넘어 유통과 관광, 석유화학으로 사업을 넓혔다. 롯데 공식 연혁에 따르면 롯데는 1976년 호남석유화학을 인수했고, 1979년 롯데쇼핑을 세웠다. 식품과 유통에서 번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호텔, 백화점, 마트, 화학, 건설까지 넓히는 방식이었다. 롯데 DNA의 핵심은 ‘크게 한 번 베팅하는 승부수’보다 ‘될 만한 영역을 넓게 깔고, 오래 버티며, 전국망으로 키우는 확장력’이었다. 확장의 DNA, 소비 동선을 장악하다 롯데의 확장 방식은 시대와 잘 맞았다. 한국 경제가 고성장하던 시기, 소비자는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샀다. 도심에는 백화점이 들어섰고, 외곽에는 마트가 생겼다. 해외여행과 관광 수요가 커지면서 호텔과 면세점도 성장했다. 롯데는 이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식품에서 시작해 유통과 관광으로, 다시 석유화학과 건설로 이어지는 확장은 내수 성장기의 성공 공식이었다. 롯데의 강점은 안정성이었다. 백화점과 마트, 편의점, 호텔, 식품은 경기 변동을 타더라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수요를 품고 있다. 롯데는 이와 같은 안정성을 바탕으로 재계 상위권에 올라섰다. 신 명예회장 시대의 롯데는 과감한 기술 승부보다 치밀한 입지, 브랜드, 유통망, 현금흐름으로 성장한 그룹이었다. 하지만 성장의 기반이던 내수 확장 공식은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다. 쿠팡과 네이버, 전문몰과 해외 직구가 소비 동선을 바꿨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여전히 강하지만, 성장률은 과거 같지 않다. 롯데온은 그룹의 유통 자산을 온라인으로 묶겠다는 시도였지만, 시장의 판을 뒤집을 만큼의 존재감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석유화학도 더 이상 안정적인 캐시카우가 아니다. 중국과 중동의 증설, 글로벌 수요 둔화, 범용 제품 공급과잉이 겹치면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롯데케미칼은 한때 롯데의 제조업 확장을 상징했지만, 지금은 그룹 체질 전환의 가장 무거운 숙제가 됐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 롯데 DNA는 변화하고 있다. 과거 롯데는 좋은 입지에 점포를 깔고, 좋은 시장에 설비를 늘리며 성장했다. 지금은 반대로 줄이고, 합치고, 멈추는 능력이 필요해졌다. 성장기의 롯데가 ‘확장형 그룹’이었다면, 저성장기의 롯데는 ‘정리형 그룹’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의 시대, ‘많이 깔던 롯데’의 반전 과제 신동빈 회장 체제의 과제는 분명하다. 매출 규모보다 수익성, 점포 수보다 효율, 계열사 수보다 포트폴리오 질을 따져야 한다. 올해 초 롯데그룹의 경영 회의에서 신 회장이 수익성 중심 경영과 고강도 구조조정을 주문한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롯데는 더 이상 많이 벌려놓는 방식만으로 버티기 어렵다. 투자자와 시장은 “얼마나 크냐”보다 “얼마나 남기느냐”를 묻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에서도 변화는 드러났다. 공정위는 올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102개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이 과정에서 한화가 처음으로 재계 5위권에 진입했고, 롯데는 포스코와 함께 순위가 밀린 것으로 보도됐다. 순위 자체가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징성은 작지 않다. 한화가 방산·조선·우주로 체급을 키우는 동안 롯데는 화학 부진과 유통 전환의 숙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롯데의 강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식품과 음료, 백화점, 호텔, 면세, 관광, 물류, 화학을 모두 가진 그룹은 드물다. 소비자의 하루를 따라가면 롯데가 여러 번 등장한다. 커피와 과자, 편의점, 마트, 백화점, 호텔, 놀이공원, 면세점, 택배, 카드와 멤버십이 하나의 생활권 안에 있다. 이 자산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흩어진 자산을 하나의 경쟁력으로 묶는 능력이다. 롯데는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였지만, 온라인에서는 쿠팡과 네이버 같은 플랫폼 기업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마트와 슈퍼, 백화점과 이커머스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신선식품과 프리미엄 식품, 지역 맞춤형 점포, 오프라인 픽업과 반품, 멤버십 데이터 활용은 롯데가 다시 강점을 찾을 수 있는 영역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계열사별 이해관계를 넘어 고객 경험을 중심으로 조직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화학 부문에서는 범용 제품 의존도를 낮추고 고부가·스페셜티 소재로 이동해야 한다. 롯데케미칼은 올해를 미래 성장을 위한 전환점으로 삼겠다고 밝히며, 사업구조 전환과 재무 건전성 강화, 경쟁력이 낮거나 차별화가 어려운 사업의 합리화를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생존 조건에 가깝다. 석유화학은 더 이상 설비를 많이 가진 기업이 이기는 산업이 아니다.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남기며, 어디에 다시 투자할지를 정하는 산업이 됐다. 롯데 DNA의 본질은 ‘생활산업의 확장’이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DNA는 ‘선택과 집중’이다. 신격호 시대의 롯데가 소비자의 생활 반경을 넓게 장악한 그룹이었다면, 신동빈 시대의 롯데는 그 넓은 반경을 다시 효율적으로 재배치해야 하는 그룹이다. 과거에는 점포와 설비를 늘리는 것이 성장의 언어였다. 지금은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줄이는 것도 성장의 언어가 됐다. 롯데의 시험대는 그래서 냉정하다. 유통에서는 온라인 전환의 속도를 높여야 하고, 화학에서는 구조조정의 고통을 견뎌야 한다. 호텔과 관광은 회복 국면을 살려야 하며, 식품은 글로벌 K푸드 흐름 속에서 새로운 성장 축을 만들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동시에 해내야 한다는 점에서 롯데의 과제는 복잡하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롯데에 필요한 것은 더 큰 확장이 아니라 더 정교한 재편”이라며 “롯데 DNA의 다음 장은 ‘확장’이 아니라 ‘정리’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2026-07-14 10:3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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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보] 삼성전자 '실적' vs SK하닉 '실탄'…AI 메모리 패권경쟁 2라운드
AI 반도체 전쟁의 열기가 다시 한국 증시를 흔드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역대급 실적으로 돌아왔고,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대규모 투자 재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쪽은 실적으로, 다른 한쪽은 자금조달로 AI 메모리 패권전 2라운드의 문을 열었다. 역대급 실적으로 돌아온 삼성의 '반격'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약 171조원, 영업이익 약 89조4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 4조6800억원과 비교하면 약 19배 수준이다. 이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D램과 낸드 가격이 뛰고,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폭발한 결과다. 몇 년 전 HBM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다는 평가를 받았던 삼성전자가 다시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중심으로 돌아왔다는 신호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정했다. 삼성전자가 실적을 발표한 지난 7일 코스피는 4.9% 급락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6.9%, 6.1% 하락했다. 강한 이익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고, AI 메모리 호황이 얼마나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이 커진 영향이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과열됐는지, 빅테크의 설비투자가 계속 늘어날지,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가 새로운 질문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은 단순한 HBM 점유율 싸움을 넘어섰다. 이제 승부처는 '누가 더 빨리 고성능 메모리 생산능력을 늘리느냐', '누가 엔비디아와 빅테크 고객의 장기계약을 더 단단히 묶느냐'. '메모리 사이클이 꺾일 때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로 옮겨갔다. 삼성전자의 무기는 종합 반도체 체력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 패키징을 모두 가진 세계에서 드문 기업이다. AI 반도체가 복잡해질수록 칩 하나의 성능보다 메모리, 로직, 패키징을 함께 묶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삼성전자는 HBM에서 SK하이닉스에 먼저 밀렸지만, 메모리 전반의 가격 상승과 낸드 회복, 범용 D램 수요 반등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 초반 주도권을 놓쳤다.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 공급망의 신뢰를 먼저 얻은 쪽은 SK하이닉스였다. 삼성전자의 2분기 호실적에도 시장에서 '삼성이 AI 메모리의 가장 중요한 고객에게 가장 중요한 제품을 가장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오는 이유다. HBM 선점한 SK, 자본시장서 실탄 확보 SK하이닉스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주식 매각을 시작했고 280억7000만 달러(한화 약 43조원)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자금은 국내 신규 반도체 공장 건설과 첨단 장비 확보에 쓰일 가능성이 크다. AI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는 시점에 글로벌 투자자 자금을 끌어와 생산능력 확대에 투입하겠다는 전략이다. HBM 선점으로 얻은 시장 신뢰를 자본시장으로 확장하려는 승부수다. SK하이닉스의 강점은 집중력이다.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 모바일과 가전까지 거대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기업이라면, SK하이닉스는 메모리 한 분야에서 더 집중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HBM에서는 엔비디아 공급망을 선점하며 'AI 시대 메모리 강자' 이미지를 굳혔다. HBM은 단순히 많이 만드는 제품이 아니다. 고객의 AI 가속기 설계 일정에 맞춰 성능, 발열, 전력 효율, 패키징을 함께 맞춰야 한다. SK하이닉스는 이 고객 맞춤형 대응에서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금 조달은 기회이자 동시에 부담이다. AI 메모리 호황이 길게 이어지면 선제 투자는 격차 확대의 무기가 되지만, 반대로 빅테크의 AI 투자가 둔화하거나 메모리 공급이 한꺼번에 늘어나면 대규모 설비투자는 고정비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호황 이후 겨누는 장기전 두 기업 모두 사이클 방어가 숙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기업들은 다운사이클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장기계약과 '테이크 오어 페이(Take or Pay)' 방식의 계약을 활용하고 있다. 이런 계약이 전체 매출을 모두 방어하는 것은 아닌 만큼 공급과잉이 현실화될 경우 충격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쟁은 '누가 더 많이 버느냐'만의 문제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실적으로 자신이 여전히 '메모리 강자'임을 증명해야 하고, SK하이닉스는 HBM 선점이 일시적 우위가 아니라 장기 경쟁력임을 입증해야 한다. 투자 포인트도 다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전체 체력과 포트폴리오 회복력이 강점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D램과 낸드 전반으로 번지면 삼성의 이익 레버리지는 더 커진다. 파운드리와 시스템반도체 부진이 부담이지만, 반대로 이 부문이 회복하면 실적 개선의 추가 여지도 생긴다. SK하이닉스는 HBM과 고성능 D램에 더 집중된 기업이다. AI 서버 수요가 계속 강하면 이 집중력이 더 큰 프리미엄으로 돌아온다. 문제는 시장이 더 이상 '좋은 숫자'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 실적은 압도적이지만, 주가는 흔들렸다. 이는 투자자들이 이미 AI 호황을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했고, 이제는 다음 국면을 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2027년 이후에도 지속될지, 가격 상승이 얼마나 이어질지, 고객의 장기계약이 실제 방어막이 될지가 중요해졌다.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로 보면 두 기업의 경쟁은 축복이자 부담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동시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면 국내 장비·소재·부품 생태계는 커진다. 용인, 평택, 청주 등 반도체 거점의 산업적 무게도 커진다. 하지만 같은 방향으로 너무 많은 투자가 몰리면 사이클 하강기에 충격도 커진다. 반도체 산업은 국가 전략산업이지만, 동시에 가장 냉정한 사이클 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지금은 강하지만, 진짜 승부는 가격이 오를 때가 아니라 가격이 흔들릴 때 드러난다"며 "AI 메모리 2라운드는 생산능력, 고객계약, 자금조달, 사이클 방어력까지 모두 겨루는 장기전"이라고 했다. 이어 "AI는 더 많은 메모리를 요구하고, 시장은 더 많은 증거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익을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승패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6-07-09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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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월드컵] 잉글랜드-멕시코 16강 성사…축구장 밖 항공·숙박·치안 전쟁
잉글랜드와 멕시코의 16강전이 성사되면서 2026 북중미 월드컵은 경기장 밖에서도 또 하나의 승부를 맞게 됐다. 승부의 무대는 멕시코시티 아스테카다. 2일 잉글랜드는 콩고민주공화국에 2대1 역전승을 거두고 16강에 올랐다. 글로벌 축구 스타이자 영국 대표팀 주전 공격수인 해리 케인은 후반 막판 2골을 넣어 잉글랜드를 구했다. 이에 따라 영국과 개최국 멕시코의 16강 '빅매치'가 성사됐다. 앞서 멕시코는 전날 에콰도르를 2대0으로 꺾고 1986년 이후 40년 만에 월드컵 토너먼트 승리를 거두며, 잉글랜드보다 먼저 16강 고지에 올랐다. 훌리안 키뇨네스와 라울 히메네스가 득점했고, 8만명이 넘는 관중이 아스테카를 채웠다. 오는 6일 예정된 멕시코와 잉글랜드의 16강전은 경기 자체를 넘어 도시 전체의 이벤트가 됐다. 경제적 파장은 여러 방향으로 번질 수 있다. 우선 이동 수요다. 잉글랜드 팬들은 콩고민주공화국전이 열렸던 미국 애틀랜타에서 멕시코시티로 이동해야 한다. 이미 북미 3개국을 오가는 월드컵 일정은 항공권, 숙박, 현지 교통, 보험, 비자·입국 절차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영국 외무부는 월드컵 기간 멕시코의 팬존과 퍼블릭뷰잉 장소를 방문할 때 현지 제한 사항을 확인하고, 이동 지연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숙박과 항공만의 문제가 아니다. 멕시코시티는 고지대 도시다. 잉글랜드는 멕시코시티의 고도 약 2200m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실제 토마스 투헬 잉글랜드 감독도 멕시코가 어려운 상대이고, 아스테카 원정이 쉽지 않은 과제임을 인정한 바 있다. 고도는 선수의 체력 문제이지만, 동시에 팀 운영 비용의 문제다. 훈련장, 회복 프로그램, 의료진, 산소 적응, 이동 일정까지 모두 더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치안 비용도 커진다. 멕시코의 에콰도르전 승리 뒤 멕시코시티에는 약 100만명의 팬이 몰렸고, 축하 인파 속에서 4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거리와 광장에 인파가 급격히 몰리면서 군중 밀집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당국은 주류 판매 제한과 스크린 간격 확대 등 안전 대책을 시행했지만, 인파 규모가 시스템을 압도하며 안타까운 사고가 났다. 잉글랜드전은 원정 팬까지 더해져 경찰, 소방, 응급의료, 교통 통제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도시경제에는 기회이자 부담이다. 홈팀이 16강까지 살아남으면 호텔, 음식점, 주류·음료, 굿즈, 택시·공유차, 관광지, 팬존 상권이 살아난다. 방송사와 광고주에게도 잉글랜드-멕시코전은 매력적인 카드다. 잉글랜드는 글로벌 팬덤과 높은 중계 수요를 가진 팀이고, 멕시코는 개최국 프리미엄과 홈 관중을 안고 있다. 한 경기의 승패가 지역 상권과 미디어 시장을 동시에 움직이는 구조다. 하지만 교통 혼잡, 쓰레기 처리, 치안 인력, 응급의료, 가격 급등, 주민 불편은 모두 개최도시의 부담이다. 팬들이 몰릴수록 소비는 늘지만 사고 위험도 커진다. 특히 잉글랜드-멕시코전처럼 경기 자체의 관심도가 높은 조합은 도심 팬존과 경기장 주변에 인파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도시가 축제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 즉 운영 역량이 흥행의 한계를 결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잉글랜드-멕시코 16강전은 월드컵이 왜 거대한 경제 이벤트인지를 보여준다"며 "경기 일정이 발표되는 순간 항공권과 호텔, 팬존, 경찰력, 방송 편성, 광고 상품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축구는 90분 동안 치러지지만, 돈과 사람은 그보다 훨씬 넓은 범위에서 움직인다"며 "아스테카의 다음 밤은 승부의 밤이면서, 개최도시가 월드컵 흥행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경제의 밤이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2026-07-02 11: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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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월드컵] 폭염·폭우·낙뢰가 경기 흔든다…월드컵 덮친 '기후 비용'
‘2026 북중미 월드컵’이 토너먼트에 들어서면서 그라운드 밖의 변수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 변수는 전술도, 스타 선수의 컨디션도 아닌 폭염, 폭우, 낙뢰다. 캐나다·미국·멕시코 3개국 16개 도시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48개국·104경기 체제로 커졌다. 규모가 커진 만큼 경기는 더 많은 도시와 기후대에 흩어졌다. 그 결과 기상 리스크는 경기 운영, 관중 안전, 중계 편성, 보험, 의료, 치안 비용을 동시에 압박하는 새로운 비용 항목이 됐다. 3일 예정된 포르투갈과 크로아티아의 32강전을 앞두고 토론토 관중에게 심각한 폭염 주의가 내려졌다. 2일 캐나다 기상청(Environment Canada)은 기온이 35도를 넘고 습도까지 더해 체감온도가 40도까지 오를 수 있고, 뇌우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토론토시 보건 당국은 관중들에게 물을 자주 마시고 알코올 섭취를 줄이라고 권고했다. 알코올이 탈수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토론토시는 미스트 시설과 팬존을 운영하고 있지만, 뇌우가 발생할 경우 일부 퍼블릭뷰잉 행사가 취소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와 같은 기후 관련 문제는 토론토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 중부와 동부, 캐나다 일부 지역을 덮은 ‘히트돔’ 현상이 월드컵 팬과 선수들에게 무더운 조건을 만들고 있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일부 지역의 열지수가 약 40도 중후반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상 조건이 선수의 경기력과 관중 안전을 동시에 위협하는 단계로 들어선 것이다. 스포츠 이벤트에서 폭염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다. 물과 그늘막을 더 배치해야 하고, 의료 인력과 응급 이송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야외 팬페스트나 거리응원은 일정 취소와 변경 가능성을 안고 간다. 경기장 안에서는 선수 보호 조치가 필요하고, 경기장 밖에서는 폭염 취약계층과 장시간 대기 관중을 관리해야 한다. 기상 악화가 경기 지연으로 이어지면 중계 편성, 광고 슬롯, 교통 통제, 인력 근무시간까지 줄줄이 바뀐다. 월드컵 운영 비용이 날씨에 따라 출렁이는 구조가 된 셈이다. 실제 FIFA는 이번 대회 모든 경기에 전·후반 중간에 각각 3분짜리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를 적용했고, 이에 잉글랜드의 토마스 투헬 감독, 우루과이의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 등 일부 현장 인사들은 경기 흐름 변화와 광고 기회 확대 논란 등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기후 리스크는 대회 수익성을 갉아먹는 변수이자 새로운 산업 수요를 만드는 변수다. 경기장 운영사는 냉방, 차광, 물 공급, 응급의료, 보안, 동선 분산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월드컵이 개최되는 국가는 팬존 안전, 대중교통 증편, 경찰·소방 인력 배치, 폭염 쉼터 운영까지 책임져야 한다. 보험사와 스폰서도 기상 악화에 따른 행사 취소·지연 리스크를 계산해야 한다. 대회가 커질수록 기후 대응 비용도 커지는 구조다. 기후 학계 관계자는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스포츠 이벤트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며 “대회 규모가 커지고 개최 도시가 늘어날수록 날씨는 더 이상 배경 변수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폭염은 선수의 체력을 갉아먹고, 폭우와 낙뢰는 경기 일정을 흔들며, 팬존 안전 문제는 도시 행정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며 “이번 월드컵의 ‘기후 비용’은 앞으로 올림픽, 월드컵, 엑스포 같은 초대형 국제행사를 유치하려는 도시들이 반드시 계산해야 할 새로운 청구서”라고 덧붙였다.
2026-07-02 11: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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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월드컵] 치맥 줄고 간편식 늘었다…북중미 월드컵 달라진 '응원소비'
북중미 월드컵이 한국의 응원 소비 공식을 바꿔놓고 있다. 밤늦게 치킨과 맥주를 시켜놓고 TV 앞에 모이던 익숙한 풍경은 예전만 못하지만, 대신 출근길 편의점, 사무실 간편식, 무알코올 맥주, 즉석치킨, 도시락, 삼각김밥이 월드컵 특수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소비 시간이 바뀌었고, 응원이 식은 것이 아니라 소비 장소가 흩어진 모습이다. 변수는 시차였다. 북중미 월드컵은 캐나다·멕시코·미국 3개국에서 열리는 첫 월드컵으로 처음으로 48개국이 참가하는 대회다. 3개국 16개 개최도시에서 총 104경기가 치러지며 대회 규모는 커졌지만, 한국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새벽, 오전에 경기를 시청해야 하는 만큼 적잖은 부담이다. 지난 한국 대표팀 조별리그 경기도 평일 오전 시간대에 몰리면서 과거처럼 퇴근 후 야식과 주류 소비가 폭발하는 구조를 만들기 어려웠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통기업들은 대회 전부터 이와 같은 변화를 읽고, 발 빠르게 준비했다. 월드컵 개막 전 한국 대표팀 경기가 평일 오전 10~11시에 배치되면서 유통기업들은 편의점 간편식과 즉석 치킨 등의 물량 확보에 공을 들였다. 과거 월드컵 특수가 야간 응원, 배달 치킨, 주류 소비에 집중됐다면,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낮 시간대 간편식 수요가 오를 것으로 예상해 대비한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경기 시간이 모두 오전 시간대에 몰려 있어 예전처럼 치킨과 맥주 중심의 야식 특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며 “실제 구매가 발생할 수 있는 시간대와 채널을 고려해 편의점 즉석식품, 음료, 간식류 중심으로 행사를 설계했다”고 했다. 이와 같은 유통 기업들의 전망은 실제 매출 흐름과 들어맞았다. 잎서 지난달 12일 열린 한국 대표팀 조별리그 1차전 당시 GS25의 즉석치킨 ‘치킨25’ 매출은 1주일 전보다 126.9% 늘었고, CU에서는 김밥 25.6%, 도시락 23.4%, 삼각김밥 18.9%, 즉석치킨 15.5% 매출이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에서도 냉장식품, 과자, 간편식, 즉석치킨 매출이 나란히 늘었다. 이마트24에서도 스낵, 안주류, 샌드위치, 삼각김밥 등 간편식 판매가 증가했다. 월드컵 응원이 치킨과 맥주에서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지만, 소비의 중심축이 ‘밤의 배달’에서 ‘낮의 편의점’으로 이동한 셈이다. 무알코올 맥주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같은 날 CU에서는 무알코올 맥주 매출이 31.1% 늘었고, 세븐일레븐에서도 무알코올 맥주 매출이 30% 증가했다. 이는 평일 오전 경기라는 특성상 일반 주류보다 부담이 낮은 제품을 찾는 수요가 커진 영향이다. 한 편의점 점주는 “출근 전후, 사무실, 광장 응원 현장에서는 맥주 한 캔보다 커피, 생수, 이온음료, 무알코올 맥주가 더 자연스러운 선택지가 된 것 같다”며 “생수, 스포츠·이온음료, 얼음컵, 아이스크림 매출도 함께 증가했다. 여름철 야외 응원과 오전 경기라는 조건이 겹치며 응원 먹거리의 구성이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 실제 광화문 일대 편의점은 이와 같은 변화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다. 한국 대표팀 경기가 열린 날 거리 응원이 펼쳐졌던 광화문 인근 편의점 매출이 경기가 열리지 않았던 날보다 2~4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집관’과 ‘사무실 응원 소비’가 늘면서 광화문 인근 편의점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와 편의점 전반에서 무알코올 맥주와 안주류 판매가 급증했다. 다만, 치킨업계와 배달 플랫폼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BBQ, bhc, 교촌치킨 등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대표팀 경기를 앞두고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일부 오프라인 매장을 일찍 열어 응원 소비를 흡수하기도 했다. 배달 플랫폼도 이른 오전부터 들어오는 치킨·피자 주문에 맞춰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2026-07-02 10: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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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파업권 쥔 현대차 노조, 성과급 잔치가 먼저인가
현대차 노조가 파업권을 쥐었다. 올해 임금협상에서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함께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조합원 투표는 파업 쪽으로 기울었고, 중앙노동위원회 조정도 멈췄다. 현대차 파업은 낯선 뉴스가 아니지만, 올해의 '공기'는 다르다. 기존 임단협이 '기본급 몇 원, 상여금 몇 퍼센트'의 문제였다면, 지금의 쟁점은 이익 배분 공식이다. '순이익의 30%'라는 숫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불붙은 성과급 논쟁이 자동차 산업으로 넘어왔다는 신호다. 대기업 노조의 교섭 언어가 임금 인상률에서 이익 배분율로 바뀌고 있다. 노동의 몫을 말하는 일은 정당하다. 현대차의 실적은 현장의 땀 없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울산·아산·전주 공장의 생산라인, 품질을 붙든 숙련공, 납기를 맞춘 협력사,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를 지켜낸 임직원이 없었다면 오늘의 현대차도 없다. 불황기에는 고통 분담을 말하고, 호황기에는 미래 투자를 이유로 성과 공유를 미루는 기업은 신뢰를 얻기 어렵다. 노조가 성과급의 기준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그런 불신도 있다. 다만,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방식이 과연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대차가 서 있는 자리는 '편안한 잔칫상'이 아니다. 전기차 수요는 예상보다 느리게 움직이고, 하이브리드 호황은 언제든 경쟁 심화에 흔들릴 수 있다. 미국 관세와 통상 불확실성은 손익계산서에 이미 부담을 남겼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으로 밀고 들어오고, 테슬라와 글로벌 완성차들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자율주행, 로봇, 배터리 내재화 경쟁에 돈을 쏟고 있다. 현대차의 이익은 올해 성과급의 재원인 동시에 다음 10년 생존을 위한 실탄이다. 성과급 논쟁이 불편한 지점도 바로 이 부분이다. 순이익은 금고 속 현금 더미가 아니고, 이 순이익 안에는 미국 공장 투자, 전기차 플랫폼, 배터리 공급망, 소프트웨어 인력, 로봇과 AI, 협력사 지원, 주주환원, 미래차 연구개발이 포함돼 있다. 오늘 나눌 돈은 내일 싸울 돈이기도 하다. 교섭장에서 이 사실이 지워지면, 성과급은 보상이 아니라 미래 투자와의 경쟁이 된다. 올해 현대차 노조 요구에는 AI와 자동화에 대한 불안도 담겨 있다. 로봇은 더 똑똑해지고, 생산 데이터는 더 촘촘해지며,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의 가치를 좌우하는 등 완성차 공장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에 회사가 AI와 로봇을 도입해 변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불안감은 고조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불안감이 모든 요구의 정당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AI 전환이 불안하다면 필요한 것은 순이익 30%라는 숫자만이 아니라 직무 전환 계획, 재교육 시간의 유급 보장, 자동화 도입 전 고용영향 평가, 생산성 향상분의 합리적 공유, 협력사 노동자 보호, 고령 숙련공의 역할 재설계 등의 요구들이 나왔어야 한다. 미래차 시대의 노사 교섭은 돈의 크기보다 변화의 설계가 더 중요하다. 대기업 성과급 파업이 더 민감한 이유는 그 울림이 공장 담장을 넘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멈추면 1차 협력사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 2차·3차 협력사, 물류, 항만, 지역 상권까지 파장이 간다. 대기업 정규직의 성과급 요구가 커질수록 그 성과를 함께 만든 협력업체 노동자의 몫은 어디에 있는지도 묻게 된다. 성과급 잔치가 원청 정규직의 식탁에서 끝나면 산업 생태계의 신뢰는 약해진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현대차 노조도 더 큰 시야를 가져야 한다. 현대차 노조는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 중 하나다. 그만큼 힘이 있고, 그만큼 책임도 크다. 순이익 30%를 요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요구가 청년 구직자와 협력사 노동자, 주주와 소비자, 지역경제와 국가 산업전략 앞에서 어떻게 들릴지도 생각해야 한다. 권리는 고립돼 존재하지 않는다. 권리는 늘 다른 사람의 몫과 마주 선다. 회사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노조의 요구가 거칠다고만 말하기 전에, 성과 배분의 기준을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경영진 보상과 주주환원은 어떻게 정해지고, 임직원 성과급은 어떤 원칙으로 결정되며, 미래 투자를 위해 얼마를 남겨야 하는지 숫자로 말해야 한다. “어렵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현대차는 이미 세계적 기업이다. 세계적 기업이라면 보상 체계도 세계적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로를 이기는 협상이 아니다. 파업권은 압박 수단일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성과는 아니다. 실제 파업이 벌어지면 노조는 힘을 보여줄 수 있고, 회사는 원칙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생산 차질과 브랜드 훼손, 협력사 부담과 고객 신뢰의 균열은 모두의 장부에 남는다. 파업 뒤에 남는 것은 승자의 깃발이 아니라 손실의 명세서일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노사 합의 이후 대기업 노조들은 성과급의 새 기준을 찾고 있다. 이해할 수 있는 흐름이다.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본 노동자들이 보상을 요구하고, 자동차와 조선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산업 호황을 근거로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산업마다 체질이 다르고, 이익의 변동성도 다르며, 투자 사이클도 다르다. 삼성의 산식이 현대차의 산식이 될 수 없고, 반도체의 성과급 공식이 자동차와 조선의 표준이 될 수도 없다. 성과는 나눠야 한다. 그것이 시장경제의 신뢰다. 하지만 미래까지 나눠 먹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산업의 상식이다. 이 두 문장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올해 현대차 교섭의 본질이다. 현대차는 지금 단순한 임금협상장에 서 있지 않다. 전기차 캐즘, 중국차 공세, 미국 통상 압박, AI와 로봇 전환, 고령화와 정년 연장 요구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길목에 서 있다. 이런 때 성과급 논쟁이 모든 의제를 삼켜버리면 가장 중요한 질문이 사라진다. 현대차는 다음 10년에도 세계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가. 그 승리 안에 노동자의 자리는 어떻게 보장되는가. 노조는 파업권을 얻었다. 이제 더 어려운 선택이 남았다. 그 권리를 실제 파업으로 쓸 것인가, 아니면 더 나은 합의를 끌어내는 마지막 압박으로 남길 것인가. 회사도 선택해야 한다. 버티기로 시간을 살 것인가, 아니면 투명한 성과 배분과 미래 전환 계획을 내놓을 것인가. 현대차의 성과급 논쟁은 돈의 문제가 맞지만, 돈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 제조업이 호황을 다루는 방식, 노동이 기술 전환을 받아들이는 방식, 기업이 성과와 미래를 동시에 설명하는 방식의 문제다. 성과급이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성과급만으로 미래를 설명할 수 없다는 말이다. 파업권을 쥔 현대차 노조 앞에 놓인 것은 잔칫상이 아니라 갈림길이다. 성과를 나누되 투자의 숨통은 남기는 길, 자동화의 불안을 인정하되 변화 자체를 막지 않는 길, 대기업 정규직의 몫을 키우되 협력사와 미래세대의 몫을 지우지 않는 길이 필요하다. 그 길을 찾지 못하면 이번 파업권 확보는 노조의 힘을 보여준 장면으로는 남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자동차 산업의 품격을 높인 장면으로 기억되기는 어렵다. 현대차 노사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직 늦지 않았다. 파업권을 얻은 지금이야말로 파업을 피할 마지막 기회다.
2026-06-26 08: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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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보] '경제일보 리더스 인사이트' 개최…AI시대, K-산업·금융 전략 논의
24일 오전 7시 국회의사당 본관 2식당(별실)에서 ‘경제일보 리더스 인사이트(Economic Daily Leaders Insight)’가 개최된다. 이번 행사는 산업, 금융, 정책의 핵심 변화를 조망하는 정례 조찬 특강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주제는 ‘AI 대전환 시대, K-산업·금융의 새로운 전략 모색’이다. 인공지능(AI)이 제조업의 생산 방식, 기업 투자 전략, 금융의 자금 공급 기준, 정부 산업정책을 동시에 바꾸고 있는 가운데 한국 산업과 금융의 대응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특강은 류근관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맡는다. 류 교수는 국민경제자문회의 성장경제분과 분과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번 조찬 특강에서는 AI 전환이 반도체, 자동차, 조선, 배터리, 철강 등 한국 주력 산업의 생산성·품질·원가 경쟁력·공급망 관리에 미치는 영향을 짚을 예정이다. 금융권이 AI 전환 기업의 성장성, 투자 위험, 신용평가, 자금 조달 구조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도 주요 논의 대상이다. 행사는 조찬 및 네트워킹, 개막세션, 특강,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된다. 양규현 대표이사 사장은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국회, 정부, 기업, 금융권, 경제단체 리더들이 함께하는 미래산업·금융 의제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2026-06-23 08:5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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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2026] 오세훈, 출구조사 뒤집고 서울시장 5선…국민의힘, 민주 압승 속 '서울' 지켰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누르고 5선에 성공했다. 개표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출구조사 우세를 등에 업은 정 후보가 앞섰지만, 4일 오전 강남권과 송파·강동 등 보수 성향 지역 개표가 본격 반영되면서 오 후보가 막판 역전했다. 민주당이 전국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2곳을 차지하는 압승 흐름을 만들었지만, 국민의힘은 수도 서울을 지키며 정국 견제의 상징 거점을 확보했다. 정 후보는 이날 오전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선거 패배를 승복하며 “모든 것이 제 탓”이라며 “시민 선택을 겸허히 받들겠다”고 했다. 출구조사 뒤집은 오세훈, 강남권 개표 반영되며 역전 서울시장 선거는 투표 종료 직후 발표된 출구조사와 실제 개표가 엇갈린 대표 사례로 남게 됐다. 방송3사 공동 출구조사에서는 정원오 후보가 51.4%, 오세훈 후보가 46.0%로 정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개표 흐름은 새벽 이후 급변했다. 오 후보는 개표 13시간 만에 정 후보를 역전했고, 이와 같은 흐름을 막판까지 이어갔다. 오 후보의 승리는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막판 강남권 개표로 승부가 뒤집힌 장면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이번에도 출구조사와 개표 초반 흐름은 정 후보 쪽이었지만, 실제 투표함은 마지막까지 다른 결론을 남겼다. 오 후보는 “이번 선거 결과는 시민들의 승리”라며 “마지막 4년 모든 역량을 서울을 위해 쓰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중앙정부와 서울시 사이의 긴장 관계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앞서 오 후보는 선거 막판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국무회의에 참석해 시민의 대표자로서 정부를 견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압승 속 ‘서울 패배’…승리 크기 줄인 마지막 변수 이번 지방선거 전체 판세는 민주당의 압승으로 정리된다. 민주당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12곳, 국민의힘은 서울·대구·경북·경남 등 4곳을 차지했다. 민주당은 경기·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2곳과 부산·울산, 충청·강원·호남·제주에서 우위를 확보했고, 특히 부산과 울산의 승리는 영남 정치 지형 변화의 신호로 평가된다. 앞서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광역단체장 17곳 중 12곳을 가져갔던 흐름과 비교하면, 이번 선거는 지방권력의 대대적 교체에 가깝다. 그럼에도 서울 패배는 민주당에 뼈아프다. 서울은 전국 최대 광역단체이자 정국 해석의 상징 지역이다. 정 후보가 출구조사에서 앞섰고 개표 중반까지도 우세를 유지했던 만큼, 막판 역전패의 충격은 작지 않다. 민주당은 전체 승리에도 불구하고 “수도 서울을 넘지 못했다”는 평가를 안게 됐다. 차기 정국에서 국민의힘이 서울을 근거지 삼아 견제론을 전면화할 수 있게 된 점도 부담이다. 국민의힘은 전국적으로 참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지만, 서울을 지킨 것은 정치적 방어선이 됐다. 대구·경북·경남에 더해 서울을 확보하면서 최소한의 반전 명분을 마련했다. 특히 오 후보의 5선 성공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수도권 재건론과 차기 대권 구도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 다만 부산·울산 상실과 충청·강원 열세는 당 지도부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게 만들 전망이다. 오세훈 5선, 서울시정은 ‘연속성’…중앙정치엔 ‘견제 축’ 부상 오 후보의 승리는 서울시정의 연속성을 뜻한다. 재건축·재개발, 한강변 개발, 교통망 확충, 청년·약자 동행 정책 등 기존 시정 방향은 큰 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선거 기간 오 후보가 강조한 것은 정권 견제와 서울시정의 안정성이었다. 민주당 소속 대통령과 다수 광역단체장이 동시에 힘을 얻은 상황에서 오 후보는 서울시를 야권의 핵심 행정 거점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정 후보의 패배는 민주당의 서울 전략에 숙제를 남겼다. 성동구청장 3선 경력을 바탕으로 ‘생활 행정’과 ‘실용 행정’을 내세웠지만, 서울 전체 선거에서는 보수층 결집과 현직 시장 프리미엄을 넘지 못했다. 특히 출구조사 우세가 실제 개표에서 뒤집힌 만큼, 민주당은 강남권과 동남권, 중도층·고령층 표심을 다시 분석해야 한다. 서울시장 선거가 남긴 또 다른 쟁점은 선거관리 논란이다. 서울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개표 지연과 정치권 공방이 이어졌다. 선관위는 재선거 사유는 아니라는 입장을 냈지만, 선거관리 신뢰 문제는 별도 책임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장 선거가 초박빙으로 끝난 만큼 투표 과정의 혼선은 당분간 정치적 논란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정국 전망은 복합적이다. 민주당은 지방권력 대부분을 확보하며 국정 운영 동력을 강화했다. 하지만 서울을 국민의힘에 내주면서 완전한 압승의 상징성은 줄었다. 국민의힘은 전국적 패배 속에서도 서울을 지키며 대여 견제의 구심점을 확보했다. 앞으로의 정국은 민주당의 지방권력 장악과 국민의힘의 서울발 견제론이 맞부딪히는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종 성적표는 민주당의 승리”라면서도, “다만, 가장 극적인 장면은 서울에서 나왔다. 출구조사를 뒤집은 오세훈의 5선, 정원오의 승복, 그리고 서울을 둘러싼 여야의 엇갈린 표정은 이번 선거가 남긴 정치적 압축판”이라고 했다.
2026-06-04 10: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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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2026] 재보궐 '민주 9·국힘 4·무소속 1'…교육감 '진보 11·보수 5' 재편
6·3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교육감 선거 결과가 4일(오전 8시 기준) 모두 확정됐다. 재보궐선거 14곳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9곳, 국민의힘이 4곳, 무소속이 1곳을 차지했다. 교육감 선거는 진보 성향 후보 11곳, 보수 성향 후보 5곳으로 정리됐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확인된 민주당 우세 흐름이 재보궐과 교육감 선거에도 상당 부분 이어졌지만, 상징성이 큰 일부 지역에서는 보수계 후보들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재보궐선거의 전체 구도만 놓고 보면 민주당이 우세했다. 14곳 가운데 9곳을 확보해 의석 수에서 분명한 비교우위를 점했다. 다만, 부산 북갑에서는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당선됐고, 경기 평택을에서는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승리했다. 전체 판세는 민주당 쪽으로 기울었지만, 보수 진영도 상징 지역에서는 반격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가장 눈길을 끈 곳은 부산 북갑이다. 이곳에서는 한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후보,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부산 북갑은 선거 기간 내내 국민의힘 공천 갈등과 보수 표 분산, 무소속 돌풍 가능성이 겹치며 주목을 받았던 곳이다. 결과적으로 한 후보가 깃발을 꽂으면서 보수 진영 내부 재편 논의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단순한 1석 확보를 넘어 향후 보수 정치의 주도권 경쟁과도 맞물릴 수 있는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기 평택을도 의미가 적지 않다. 평택을에서는 국민의힘 유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됐다. 이 지역은 선거 막판까지 3자 초박빙 구도로 분류됐지만, 실제 개표에서는 유 후보가 경쟁 후보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야권 표심 분산이 현실 정치에서 어떤 파괴력을 가지는지 보여준 사례로 읽힌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같은 공간에서 경쟁할 경우 보수 진영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다시 확인됐다. 민주당은 상징 지역 일부를 내줬지만 전체 재보궐 판세에서는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인천 연수구갑과 계양구을, 경기 안산시갑과 하남시갑, 광주 광산구을, 충남 아산시을, 전북 군산시김제시부안군갑과 을, 제주 서귀포시 등에서 승리하며 조직력과 지역 기반을 재확인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부산 북갑, 평택을 외에 대구 달성군, 울산 남구갑, 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에서 승리했다. 결과적으로 재보궐은 민주당이 양적으로 앞서고, 보수계가 질적으로 일부 상징 지역을 건졌다. 교육감 선거는 보다 선명한 흐름을 보여줬다. 진보 성향 후보가 16개 시도 가운데 11곳에서 당선되며 보수 성향 후보 5곳을 앞섰다. 4년 전보다 진보 우위가 한층 뚜렷해졌다는 점에서 교육정책 지형의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에서는 정근식 후보가 재선에 성공했고, 부산과 광주, 전남, 전북, 울산, 강원, 충남, 경남, 제주 등에서도 진보 성향 후보들이 승리했다. 수도권과 호남, 일부 영남 지역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이 폭넓게 당선된 점은 향후 교육정책 논쟁의 주도권이 다시 진보 진영으로 기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수 성향 후보들은 대구, 경북, 충북, 세종, 대전 5곳에서 승리했다. 대구에서는 강은희 후보가 3선에 성공했고, 경북에서는 임종식 후보가 재선에 성공했다. 충북은 윤건영 후보, 세종은 강미애 후보, 대전은 오석진 후보가 각각 승리했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 선거가 아니지만, 지역별 정책 성향과 교육 철학의 차이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앞으로의 교육행정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신호다. 이번 교육감 선거 결과는 단순한 인물 경쟁을 넘어 정책 경쟁의 재편을 뜻한다. 진보 성향 교육감이 다수 지역에서 승리하면서 학생인권, 민주시민교육, 무상교육 확대, 고교체제 개편, 학교 자치 강화 같은 의제가 다시 힘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반대로 보수 성향 후보가 승리한 지역에서는 기초학력 강화, 교권 회복, 평가체계 정비, 학업 성취도 관리 강화 같은 정책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교육 현장은 앞으로 4년 동안 지역별로 더 뚜렷한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으로 보면 재보궐과 교육감 선거 결과는 광역단체장 선거의 연장선이면서도 별도의 메시지를 던졌다. 재보궐에선 민주당이 전체 판세를 가져갔지만, 부산 북갑 한동훈과 평택을 유의동이라는 상징적 승리가 보수 진영에 숨통을 틔워줬다. 교육감 선거에선 진보 성향 후보가 11곳을 차지하며 교육 분야에서 다시 우위를 점했다. 지방권력 재편이 행정 영역에서 벌어졌다면, 재보궐과 교육감 선거는 각각 국회와 교육 현장으로 그 파장이 번진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재보궐 9곳 확보와 교육감 선거 진보 우위라는 성과를 바탕으로 지방권력 전반에서 우세를 주장할 수 있게 됐지만, 부산 북갑과 평택을 같은 상징 지역을 놓친 점은 여전히 부담"이라면서 "재보궐은 국회 의석과 차기 정치 재편의 단초를 남겼고, 교육감 선거는 향후 4년간 지역 교육정책의 방향을 갈랐다"고 했다.
2026-06-04 09: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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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2026] 민주당 우세 속 서울 막판 역전…광역단체장 '12대4' 구도
6·3 전국동시지방선거 광역단체장 개표가 막바지로 접어든 4일(오전 7시 30분 기준) 지방권력의 무게중심은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기울고 있다. 다만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가 막판 초접전으로 흐르면서 전체 선거의 정치적 해석은 마지막 개표 결과까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시·도지사 현재 1위 후보 기준 더불어민주당 12곳, 국민의힘 4곳으로 집계했다. 전국 투표율은 61.0%로 직전 제8회 지방선거 최종 투표율 50.9%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가장 큰 변수는 서울이다. 선거 초반 출구조사와 개표 초반 흐름에서는 정원오 민주당 후보가 앞섰지만, 개표가 진행되면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빠르게 추격했다. 특히 이날 오전 7시경 오 후보는 정 후보를 0.06%p 차로 역전했다. 서울은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개표가 지연된 지역인 만큼 당선 확정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서울은 단순한 광역단체장 1석이 아니다. 수도권 최대 상징 지역이자 중도층·청년층·무당층 표심이 압축된 선거구다. 민주당이 서울을 가져가면 수도권 지방권력을 사실상 석권했다는 평가가 가능하지만, 국민의힘이 막판 역전으로 서울을 지키면 전국적 열세 속에서도 정국 견제론의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수도권·부산은 민주당 흐름…서울만 마지막 변수 수도권 전체 흐름은 민주당 우세가 뚜렷하다. 경기에서는 추미애 민주당 후보가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를 크게 앞서 당선됐고, 인천에서는 박찬대 민주당 후보가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승리를 굳혔다. 서울이 오 후보 쪽으로 기울더라도 경기·인천 결과만으로도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 부산시장 선거도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 변화로 꼽힌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서 접전으로 분류됐던 부산은 개표 과정에서 전재수 민주당 후보의 승리 흐름으로 정리됐다. 부산 결과는 영남 정치 지형의 균열 신호로 읽힌다. 국민의힘의 핵심 기반이던 부산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권에 오른 것은 단순한 지역 승부를 넘어 PK 민심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다. 울산에서도 김상욱 민주당 후보가 우세를 굳히면서 민주당은 부산·울산에서 의미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 반면 경남은 국민의힘이 방어하는 흐름이다. 개표 중반까지 김경수 민주당 후보가 출구조사상 우세로 예측됐지만, 실제 개표에서는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가 앞서 나가며 경남을 지켜내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대구·경북과 함께 경남이 영남 방어선의 핵심이 됐다. TK·경남은 국민의힘 방어…대구 접전은 보수 텃밭의 경고음 국민의힘은 대구와 경북에서 우세를 확보했다. 경북에서는 이철우 국민의힘 후보가 큰 격차로 앞서며 3선 고지에 다가섰고, 대구에서도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김부겸 민주당 후보와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다만 대구는 출구조사 단계부터 1%p 안팎의 초접전 지역으로 분류됐다. 대구 결과가 국민의힘 승리로 마무리됐지만, 정치적 숙제는 남았다. 보수 핵심 기반으로 꼽혀온 대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막판까지 접전을 벌였다는 사실 자체가 보수 결집력 약화와 지역 변화론 확산을 보여주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의힘이 대구·경북·경남을 지켜도 서울·부산·울산·충청·강원에서 밀리는 구도라면 전국 선거 패배 책임론은 불가피하다. 충청과 강원은 민주당이 우위를 보인 지역으로 정리된다. 대전 허태정, 세종 조상호, 충북 신용한, 충남 박수현 후보가 각각 당선되면서, 민주당은 중원 민심에서도 성과를 냈다. 강원에서도 우상호 민주당 후보가 김진태 국민의힘 후보를 꺾었다. 호남과 제주에서는 민주당 강세가 재확인됐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선거에서는 민형배 민주당 후보가 큰 격차로 앞섰고, 전북에서는 이원택 민주당 후보가 무소속 김관영 후보와의 경쟁에서 승리했다. 제주는 위성곤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번 선거 결과는 4년 전 지방선거와 정반대 흐름이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12곳을 가져가며 압승했지만, 이번에는 민주당이 대부분 지역에서 우세를 보이며 지방권력의 대대적 교체를 눈앞에 뒀다. 민주당이 경기·인천·부산·울산·충청·강원 등 주요 광역단체를 확보하면서, 주거·교통·산업단지·지역균형발전 공약의 집행 주체가 대거 바뀌게 될 전망이다. 특히 경기도의 반도체·첨단산업벨트, 부산의 북항·원도심 재편, 충청권의 산업·행정수도 전략, 강원의 관광·청년 일자리 정책은 새 단체장 체제에서 우선순위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2026-06-04 07:5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