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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법에 된다고 다 해도 되나…공직자의 '공정 감수성'이 무너지고 있다
공직은 권리가 아니라 책임이다. 법이 허용한다고 해서 모두 해도 되는 자리도 아니다. 공직자와 공직후보자에게는 법률의 최소 기준을 넘어 국민의 눈높이와 상식이라는 더 높은 잣대가 따라붙는다. 최근 잇따른 논란은 이 당연한 원칙을 다시 묻게 한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했다. 경기도는 재정난을 이유로 5465억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에 나섰고, 직원들에게도 고통 분담을 주문했다. 그런데 추 지사가 도청 인근 156㎡ 아파트를 12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한 관사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경기도는 업무 효율을 위해 관련 규정에 따라 계약했고, 계약 당시에는 재정 상황의 심각성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규정을 어겼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문제는 상징이다. 직원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하면서 최고 책임자가 상대적으로 넓고 비싼 관사를 사용하는 모습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재정 비상이 정말 심각하다면 먼저 줄여야 할 비용이 무엇인지 지도자가 보여주는 것이 순리다. 조직은 말보다 행동을 먼저 본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비례대표 의원직 겸직 논란도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법적으로 겸직이 가능한지 여부와 국민이 이를 공정하다고 받아들이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공직은 가능한 권리를 최대한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스스로 제한할 줄 아는 자리여야 한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과 관련해 식약처장에게 신속한 처리를 요청하는 취지의 문자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김 후보자는 민원 전달일 뿐 부정한 로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현 단계에서 위법을 단정해선 곤란하다. 그렇지만 국회의원의 문자 한 통이 평범한 민원인의 전화 한 통과 같은 무게일 리는 없다. 의원은 법을 만들고 예산을 심사하며 정부기관을 감사하는 사람이다. 그 지위에서 “빨리 처리해달라”는 말은 의도와 무관하게 행정기관을 압박하는 신호로 읽힌다. 이 세 사례의 성격은 서로 다르다. 하나는 관사, 하나는 겸직, 하나는 민원 전달 문제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모두 법 위반 여부를 따지기 전에 공직자의 자기 절제가 충분했는지를 묻게 한다. 정치권은 이런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규정에 따른 것이다” “관행이었다”고 설명한다. 틀린 말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이 공직자에게 요구하는 기준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논어>의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뜻이다. 공직 윤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직원들에게 긴축과 희생을 요구한다면 자신부터 절제해야 하고, 국민에게 공정한 절차를 요구한다면 자신도 권력의 지름길을 경계해야 한다. 최근 여론 흐름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한국갤럽의 지난 1~3일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40%, 부정 평가는 51%였다. 20대 긍정 평가는 25%로 전주보다 6%포인트 떨어졌다. 부정평가 이유에서는 ‘인사’가 9%로 올라섰다. 한 번의 조사 결과만으로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근 인사 논란이 특히 청년층의 공정 감수성을 건드렸다는 정치권의 해석에는 귀 기울일 대목이 있다. 2030 세대가 특권 문제에 민감한 이유는 단순하다. 취업과 주거, 자산 형성에서 치열한 경쟁을 겪는 세대에게 ‘누군가는 자리도 갖고, 혜택도 갖고, 인맥도 활용한다’는 인상은 강한 박탈감으로 돌아온다. 공직자가 이를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말로 넘기면 민심과 더 멀어진다. 정치는 법률가의 시험 문제가 아니다. 무엇이 합법인지뿐 아니라 무엇이 적절한지를 판단해야 하는 영역이다. 규정상 가능하더라도 국민의 신뢰를 해친다면 스스로 한 발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장관과 도지사, 국회의원처럼 권한이 큰 자리일수록 기준은 엄격해져야 한다. 권력이 크면 책임도 커진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다. 공직 후보자 검증도 달라져야 한다. 재산과 세금, 전과 여부만 확인하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이해충돌 가능성, 특혜의식, 권한 행사 방식, 공적 자원을 대하는 태도까지 함께 봐야 한다. 결국 국민이 묻는 것은 ‘법을 어겼느냐’만이 아니라 ‘이 사람이 공직을 맡을 자세가 돼 있느냐’이기 때문이다. 정권의 인사는 능력만으로 성공하지 않는다. 도덕성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권력을 어떻게 사용할 사람인가에 대한 신뢰가 함께 있어야 한다. 지금 공직사회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해명이 아니다. 법과 규정을 내세우기 전에 스스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선택을 하는 문화다. 특권처럼 보이는 관사는 줄이고 이해충돌의 여지가 있는 자리는 내려놓고 권한 있는 사람의 전화 한 통도 조심하는 것이다. 이런 작은 절제가 쌓여 공직의 신뢰가 만들어진다. 공직은 가능한 것을 모두 누리는 자리가 아니다. 할 수 있어도 하지 않는 절제, 누릴 수 있어도 내려놓는 태도에서 공직의 품격이 드러난다.
2026-09-07 14: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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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AGI 도래"…수능 만점 GPT-6 아스트라, 검증대 오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오픈AI의 최신 인공지능(AI) 모델 ‘GPT-6 아스트라’를 두고 “범용인공지능(AGI)이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시험 문제 풀이를 넘어 컴퓨터를 직접 조작해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AGI를 판별하는 합의된 기준이 없고 독립 벤치마크에서도 경쟁 모델을 압도하지 못해 황 CEO의 발언을 기술적 결론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황 CEO는 7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GPT-6 아스트라는 10만개 이상의 엔비디아 그레이스 블랙웰 NVLink72 규모로 훈련됐다”며 “ChatGPT에서 o1, 아스트라까지 4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이어 “AGI가 도래했다. 오픈AI 팀에 축하를 보낸다”며 “다음으로 40만개 GPU가 가동될 것”이라고 했다. 오픈AI는 지난 3일 아스트라를 공개하며 컴퓨터 사용과 소프트웨어 개발, 과학, 사이버보안, 전문 업무에서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갖췄다고 밝혔다. 회사 자체 평가에서 아스트라는 새로운 환경의 문제 해결 능력을 측정하는 ‘ARC-AGI-3’에서 99.9%, 고난도 수학 시험 ‘프런티어매스 티어4’에서 98%, 해킹 능력 평가 ‘익스플로잇벤치’에서 100%를 기록했다. 아스트라는 온라인 서식 작성, 고객정보 관리, 웹사이트 제작, 과학 데이터 분석뿐 아니라 전문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3차원 모델 제작까지 수행한다. 오픈AI가 제시한 사례에서는 사람이 30분가량 걸리는 반려묘 돌봄 서비스 검색을 5분27초, 5시간이 필요한 구직정보 검색을 2분51초 만에 마쳤다. 다만 이는 오픈AI가 설정한 작업 환경에서 측정한 결과로, 모든 실제 업무에서 같은 속도와 정확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비공식 수능 평가에서도 처음으로 450점 만점을 받았다. 개인 개발자가 운영하는 깃허브 ‘2026 수능 LLM 풀이 기록’에 따르면 아스트라는 외부 검색 없이 국어·수학·영어·한국사와 탐구 4과목에서 모두 만점을 기록했다. GPT-5.6 솔은 448.5점, 앤트로픽의 클로드 페이블 5.1은 447.5점이었다. 그러나 해당 평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실시한 공식 시험이 아니다. API 환경에서 여러 선택과목을 풀게 한 뒤 평균 또는 환산점수를 산출하는 방식이어서 실제 수험생의 응시 조건과도 차이가 있다. 수능 만점만으로 다양한 현실 업무를 스스로 학습하고 수행하는 AGI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외부 평가도 엇갈렸다.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의 모델 비교에서는 아스트라가 지능지표 55점으로 클로드 페이블 5.1의 57점에 뒤졌다. 평가 버전과 실행 환경에 따라 점수는 달라지지만, 아스트라가 모든 영역에서 경쟁 모델을 앞선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코딩 에이전트 평가에서는 비용 효율성이 개선됐지만 일부 금융·과학 코딩·장문 추론 평가에서는 이전 모델보다 성능이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안전 문제도 남았다. 오픈AI는 아스트라를 회사의 안전기준상 사이버보안 능력이 처음으로 ‘크리티컬(심각)’ 단계에 도달한 모델로 분류했다. 알려지지 않은 보안 취약점을 찾아 공격 방법까지 개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스트라는 이전 모델보다 지시 범위를 잘 지켰지만 자신의 추론 과정을 감추는 능력도 높아져 인간의 감시가 더 어려워졌다고 오픈AI는 인정했다. 한편 오픈AI는 아스트라를 공식적으로 AGI라고 선언하지 않았다. 그레그 브록먼 사장이 첫 AGI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평가를 내놓고 황 CEO가 “AGI 도래”를 선언했지만, 이는 아직 업계 관계자들의 판단에 가깝다. 아스트라가 AI 성능의 경계를 다시 밀어낸 것은 분명하지만 AGI의 도착 여부는 시험 점수보다 실제 환경에서의 자율성·신뢰성·안전성을 통해 검증해야 할 단계다.
2026-09-07 11:2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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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개인정보 유출의 값이 2만원인가
3954만개 계정이 털렸다. 실제 피해자 수와 같은 숫자는 아니다. 중복 계정이 포함돼 있다. 그래도 작다고 할 수 없는 규모다. 이름과 휴대전화번호, 이메일, 생년월일, 연계정보(CI) 등이 빠져나갔고 소스코드가 담긴 개발 프로젝트 361건도 유출됐다. 티빙은 7일부터 피해 고객 보상 신청을 받는다. 회사가 산정한 1인당 보상 패키지의 체감가치는 약 2만원이다. 문제는 액수가 크고 작으냐만이 아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날 때마다 기업이 사과하고 포인트와 쿠폰을 주고 보안 투자를 늘리겠다고 약속하는 장면이 반복되는 데 있다. 이번 사고는 고도의 해킹 기술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사건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부 조사 결과 개발·운영환경 접속키가 소스코드에 그대로 노출되거나 평문으로 저장돼 있었다. 모든 개발자가 전체 개발 프로젝트에 접근할 수 있었고, 2024년 모의해킹에서 같은 취약점을 발견하고도 충분한 개선 조치를 하지 않았다. 사고 뒤에 보안을 강화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진짜 보안은 사고가 나기 전에 돈을 쓰는 일이다. 티빙은 앞으로 정보보호 투자를 늘리고 전문 인력도 확충하겠다고 했다.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이런 투자가 사고가 난 뒤에야 시작된다는 것이 문제다. 개인정보를 많이 가진 기업일수록 보안은 비용으로 보이기 쉽다. 매출을 직접 만들지 않고 눈에 띄는 성과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고가 없으면 투자 효과조차 설명하기 힘들다. 그러다 문제가 터지면 그동안 아낀 비용보다 훨씬 큰 값을 치른다. 개인정보를 바라보는 기업의 시각부터 달라져야 한다. 고객 데이터는 기업이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이용자가 맡긴 정보다. 많이 모을수록 가치가 커지는 동시에 책임도 커진다. 한번 밖으로 나간 전화번호와 CI는 비밀번호처럼 간단히 바꿀 수도 없다. 그런데 사고의 책임은 여전히 보안 담당 부서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접근권한을 얼마나 줄일지, 보안 인력을 얼마나 둘지, 시스템 구축에 얼마를 쓸지는 실무자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결국 경영의 문제다. 대규모 플랫폼의 개인정보 보호를 최고정보보호책임자 한 사람의 업무로 남겨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정부도 과징금 액수만 높이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최소권한 원칙이 실제 현장에서 지켜지는지, 접속키와 인증정보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모의해킹에서 발견된 취약점을 언제까지 고치도록 할 것인지 기준을 더 엄격하게 만들어야 한다. 중대한 취약점을 알고도 방치했다면 경영진의 관리 책임까지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사고 공시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얼마나 많은 정보가 빠져나갔는지만 알릴 것이 아니라 왜 사고가 났는지, 과거 어떤 경고가 있었는지, 누가 개선 여부를 확인했는지까지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도 기업의 보안 수준을 판단할 수 있다. 티빙의 2만원 보상이 적절한지는 이용자마다 판단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가 남긴 질문은 금액보다 크다. 3954만개 계정이 유출된 뒤 2만원 상당의 혜택을 주는 것으로 신뢰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개인정보를 맡아놓고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책임에는 가격표를 붙이기 어렵다. 보안은 사고 뒤 고객에게 지급하는 보상비가 아니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기업이 먼저 부담해야 할 비용이다.
2026-09-07 11: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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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58억 달러 美제철소 첫삽 뜬 날…현대제철·포스코, 워싱턴선 '관세 재심'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58억 달러를 투자하는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기공식을 연 날, 워싱턴에서는 두 기업이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부식방지강판(Corrosion-Resistant Steel Products·CORE)을 다시 관세 심사대에 올리는 절차가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에서 직접 철강을 생산해 관세와 공급망 위험을 줄이려는 양사의 현지화 전략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간 가운데 기존 한국산 제품은 반덤핑(AD)과 상계관세(CVD)라는 미국의 무역구제 장벽을 계속 넘어야 하는 셈이다. 7일 본지가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청(ITA)의 연방관보를 확인한 결과, 미 상무부는 지난 4일 한국산 부식방지강판에 대한 새로운 AD·CVD 행정재심 개시를 공식화했다. 사건번호는 각각 A-580-878(반덤핑)과 C-580-879(상계관세)다. 미 상무부는 이번 행정재심의 최종 결과를 늦어도 2027년 7월 31일까지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덤핑 재심 대상 기간은 2025년 7월 1일부터 2026년 6월 30일까지다. 조사대상 명단에는 현대제철(Hyundai Steel Company)과 POSCO뿐 아니라 POSCO International Corporation, POSCO STEELEON 등 포스코 계열사가 포함됐다. KG스틸과 동국씨엠, 세아 계열사 등 국내 다른 철강업체들도 이름을 올렸다. 상계관세 재심의 조사대상 기간은 2025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다. 여기에도 현대제철과 POSCO, POSCO International, POSCO Steeleon 등이 나란히 포함됐다.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동일 품목을 놓고 AD와 CVD 두 종류의 재심 절차에 동시에 들어간 것이다. AD 직전 확정치는 ‘0%’…새 조사기간 다시 계산한다 다만 이번 행정재심 개시를 현대제철과 포스코에 대한 새로운 ‘덤핑 적발’이나 ‘보조금 위반 판정’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행정재심은 이미 내려져 있는 AD·CVD 명령을 토대로 일정 기간 실제 미국 수입물량에 어느 정도의 관세를 부과해야 하는지를 다시 계산하는 연례 절차다. 미 상무부는 행정재심 결과를 통해 과거 수입분에 실제로 부과할 관세와 앞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적용할 새로운 현금예치율(cash deposit rate)을 산정한다고 설명한다. 새 관세율은 예비 결과가 아니라 최종 결과가 연방관보에 발표된 이후 적용된다. 때문에 이번 재심에서 주목할 대목은 직전 확정 결과와 얼마나 달라지느냐다. 미 상무부가 지난 5월 14일 확정한 2023년 7월~2024년 6월 한국산 CORE 반덤핑 행정재심에서는 현대제철의 가중평균 덤핑마진이 0.00%였다. 당시 의무조사 대상은 현대제철과 동국씨엠이었으며 양사 모두 0%가 나오면서 개별 심사를 받지 않은 POSCO, POSCO International, POSCO Steeleon 등에도 0.00%가 적용됐다. 상무부는 해당 조사기간 한국산 CORE가 미국에서 정상가격보다 낮게 판매되지 않았다고 결론냈다. 이는 포스코의 0%가 현대제철과 동일한 방식으로 개별 조사돼 산출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대제철은 의무응답기업으로 직접 조사받아 0%를 받았고, POSCO는 비선정기업으로 의무응답기업의 결과를 토대로 0%가 적용됐다. 이 구분은 이번 행정재심에서 상무부가 어떤 회사를 의무응답기업으로 선정하느냐에 따라 결과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CVD 쪽에서는 다른 숫자가 나온다. 가장 최근 확정된 2023년분 한국산 CORE 상계관세 행정재심에서 미 상무부는 현대제철에 1.28%의 순상계가능 보조금률을 확정했다. POSCO와 POSCO International, POSCO Steeleon 등 개별 심사를 받지 않은 업체에는 2.88%가 적용됐다. 당시 상무부는 현대제철과 KG동부제철을 의무응답기업으로 조사하고 두 기업의 결과를 토대로 비선정업체의 적용률을 계산했다. 이번에는 조사기간 자체가 달라진다. AD는 2025년 7월~2026년 6월, CVD는 2025년 한 해 전체의 거래가격과 지원 프로그램 등이 심사 대상이다. 따라서 직전 CORE AD 재심에서 나왔던 현대제철·포스코 0%가 유지될지, 최근 확정된 CVD의 현대제철 1.28%·POSCO 2.88%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이번 재심 절차를 거쳐야 알 수 있다. 재심 개시만으로 추가 관세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결과에 따라 향후 미국 수출물량의 비용 구조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양사에는 무시하기 어려운 변수다. 워싱턴선 관세 재심, 루이지애나선 58억 달러 현지화 공교로운 것은 미 상무부가 재심 개시를 연방관보에 게재한 4일 루이지애나주 어센션 패리시에서는 현대제철과 포스코 등이 공동 투자하는 HPLS(Hyundai-POSCO Louisiana Steel) 전기로 제철소 기공식이 열렸다는 점이다. HPLS에는 총 58억 달러가 투입된다. 지분구조는 현대제철 50%, 포스코 20%,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5%다. 생산능력은 연간 270만t으로 자동차용 180만t, 일반용 90만t을 생산한다. 제품군에는 열연강판과 냉연강판뿐 아니라 이번 미 상무부 행정재심의 대상 품목과 맞닿아 있는 도금강판도 포함된다. 2029년 상업생산이 목표다. 다만 4일 행사는 기공식으로 현대제철의 공식 계획상 실제 공사는 올해 4분기 착수할 예정이다. HPLS는 철광석과 천연가스로 직접환원철(DRI)을 생산한 뒤 전기로와 연속주조, 열연·냉연 공정까지 하나의 생산기지에서 연결하는 일관 생산체제를 구축한다. 현대제철은 이를 미국 최초의 전기로 기반 자동차강판 전문 일관제철소로 육성할 계획이다. 현지화의 목적도 분명하다. 미국은 지난해 6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를 50%로 인상했다. POSCO 역시 2025년도 연결재무제표에서 미국의 50%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회사의 재무 추정에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명시했다. HPLS 기공식을 전후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루이지애나 주정부에 미국에서 조달하기 어려운 제철설비의 관세 완화를 요청한 것 역시 이런 통상환경을 반영한다. 한국 철강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조차 수입설비에 붙는 관세가 사업비 변수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제철과 포스코 입장에서는 HPLS가 완공되면 미국 자동차강판 시장의 접근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 한국에서 생산한 철강을 배에 실어 미국으로 보내는 구조에서 벗어나 미국에서 쇳물부터 완성 강판까지 생산해 현대차·기아는 물론 미국 완성차업체에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류비와 환율 위험을 줄이는 효과에 더해 수입 제품을 겨냥한 관세와 무역구제 조치에 대한 노출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다. 현대제철은 HPLS를 통해 2029년부터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미국 완성차업체의 자동차강판 공급망에도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는 철강에서 완성차까지 이어지는 미국 내 공급망을 구축하는 효과가 있다. ‘수출해서 파는 미국’에서 ‘미국에서 만드는 미국’으로 4일 미국에서 동시에 벌어진 두 장면은 한국 철강업계가 맞닥뜨린 통상환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행정재심이 곧 관세 인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직전 확정된 CORE 반덤핑 재심에서는 현대제철과 POSCO 모두 결과적으로 0%를 적용받았다. 그렇다고 행정재심 자체가 기업에 의미 없는 절차인 것도 아니다. 자료 제출과 검증, 법률 대응이 반복되고 최종 결과에 따라 관세율과 현금예치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HPLS가 실제 제품을 생산하는 시점은 2029년이다. 그때까지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미국 현지공장을 건설하는 동시에 한국에서 생산한 철강재를 수출해야 한다. 미국 현지화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미국에서 생산할 물량’과 ‘한국에서 수출할 물량’이 서로 다른 통상환경에 놓이는 과도기를 통과해야 하는 셈이다.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국내에서 경쟁 관계임에도 미국 제철소에 함께 투자한 것도 이런 산업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포스코는 미국 제철소 투자를 북미 철강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친환경 자동차강판 생산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설명해 왔다. 결국 미국 시장의 문법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한국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진 지금은 생산설비와 공급망 자체를 미국 안에 두는 능력이 시장 접근성을 좌우하는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58억 달러짜리 HPLS는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그 변화에 내놓은 답”이라면서도 “공장이 가동되는 2029년까지 한국산 철강은 여전히 워싱턴의 관세 심사대를 지나야 한다”고 했다. 이어 “루이지애나에서 미국산 철강 공급망을 새로 세우는 동안 워싱턴에서는 기존 한국산 물량의 통상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두 개의 싸움’이 동시에 시작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6-09-07 11: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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