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로스트아크’의 대성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던 스마일게이트가 기업공개(IPO)를 둘러싼 1000억원대 민사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일, 라이노스자산운용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스마일게이트가 원고 측에 1000억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상장 의무 발생 여부’를 두고 벌인 3년간의 법적 공방에서 스마일게이트의 ‘회계적 논리’가 재판부를 설득하지 못한 결과다.
이번 소송의 발단은 2017년 라이노스자산운용이 스마일게이트의 전환사채(CB) 200억 원어치를 매입할 당시 맺은 ‘IPO 추진 조건’이다. 계약에는 “스마일게이트의 직전 사업연도 당기순이익이 120억원을 넘을 경우 상장을 추진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후 ‘로스트아크’가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인 흥행을 거두며 회사의 순이익이 급증하자, 라이노스 측은 당연히 상장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문제는 스마일게이트의 회계 처리 방식이었다. 스마일게이트는 발행했던 CB를 2021년 결산 과정에서 ‘자본’이 아닌 ‘부채’로 재분류했다. 이로 인해 서류상 1426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고 회사는 “이익 요건(120억원)을 충족하지 못했으니 상장 의무도 소멸했다”고 맞섰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순환 논리에 빠진 억지’라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실적이 좋아지면 부채 평가손실이 커져 순이익이 줄고 상장 의무가 소멸하면 다시 부채로 잡지 않는 논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며 스마일게이트의 주장을 기각했다. 2021년 실제 당기순이익은 2289억원으로 상장 요건을 충분히 충족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업계에서는 스마일게이트가 1000억원의 배상금을 물게 되면서까지 상장을 피하려 했던 이유에 주목한다. 스마일게이트는 창업주인 권혁빈 의장의 지배력이 절대적인 기업이다. IPO를 하게 되면 경영 투명성 강화와 더불어 외부 주주들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넷마블, 크래프톤 등 주요 게임사들이 상장 이후 주가 변동성으로 인해 경영진이 곤욕을 치르는 사례를 보면서 스마일게이트는 ‘현금 창출 능력’이 확실한 상황에서 굳이 시장의 평가를 받으며 경영 자율성을 훼손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오너십 중심의 경영’과 ‘투명한 상장 의무’ 사이의 간극이 법적 분쟁으로 폭발한 사례다.
스마일게이트는 즉각 항소 의지를 밝혔다. 법리적 판단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1심 판결에서 ‘상장 의무 소멸 주장이 신의칙에 반한다’는 강력한 문구가 포함된 점은 항소심에서도 부담이다. 만약 항소심에서도 패소할 경우 스마일게이트는 10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며 이는 그룹 전체의 재무 구조와 향후 신작 개발 투자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신뢰’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통해 스마일게이트가 계약을 회피하기 위해 무리한 회계 처리를 했다는 이미지가 고착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향후 스마일게이트가 외부 자금을 조달하거나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을 때 ‘리스크 프리미엄’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비상장사들이 성장 단계에서 흔히 겪는 ‘IPO 딜레마’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회사가 급성장하면 과거에 맺은 투자 계약이 ‘경영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한편 스마일게이트는 ‘로스트아크’의 성공으로 글로벌 게임사로 도약했지만 이제는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 가치’라는 두 번째 난관에 봉착했다. 1000억원이라는 배상액은 스마일게이트의 전체 규모에 비하면 치명타는 아닐지라도 그들이 잃게 될 ‘시장과의 신뢰’를 어떻게 복구할 것인지는 항소심을 넘어선 장기적인 숙제가 될 전망이다. 향후 법정 공방의 결과에 따라 스마일게이트의 상장 추진 여부가 다시 한번 재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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