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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집값 잡겠다더니 전세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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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집값 잡겠다더니 전세만 올랐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한석진 기자
2026-04-28 09:13:01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부동산 시장은 숫자로 움직이지만 민심은 체감으로 움직인다. 정부가 아무리 안정 신호를 말해도 전셋집을 구하러 다니는 시민이 보증금부터 묻는 순간 시장의 진짜 온도는 드러난다. 요즘 전세시장이 그렇다. 집값을 잡겠다는 대책은 쉼 없이 나왔지만 정작 먼저 뛰는 것은 전세가격이다. 시장은 정책의 설명보다 결과로 답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최근 다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강남 일부 지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강북과 노원 성북 등 실수요가 밀집한 지역까지 오름세가 퍼지고 있다. 이런 장면은 늘 같은 신호를 뜻한다. 매매시장이 막히고 공급이 줄어들 때 전세시장이 먼저 흔들린다는 것이다. 전세는 서민 주거의 완충지대이자 시장 불안이 가장 먼저 번지는 곳이다.
 

원인은 복잡하지 않다. 공급이 부족하다.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은 줄었고 기존 전세 매물도 넉넉하지 않다. 계약갱신이 늘면서 시장에 새로 나오는 물건은 감소했다. 여기에 실거주 의무 강화와 임대 관련 규제가 겹치면서 집주인이 세를 놓을 유인은 더 약해졌다. 시장에 나오는 집이 줄어드는데 값이 오르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가 오는데 우산이 젖지 않기를 바라는 일과 다르지 않다.
 

거래를 억제한 정책도 전세시장에는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대출 문턱을 높이고 매매 부담을 키우면 집을 사려던 수요가 곧장 사라질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요는 증발하지 않는다. 이동할 뿐이다. 매매를 미룬 사람들은 전세시장으로 향한다. 결국 매매를 눌러 생긴 압력이 전세가격 상승으로 옮겨붙는다. 시장에서는 오래전부터 확인된 현상이다.
 

법률의 관점에서도 되짚어볼 대목이 있다. 공익을 위한 규제라고 해서 언제나 정당성이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재산권과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책이라면 목적의 타당성은 물론 수단의 적절성 그리고 피해의 균형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집값 안정이라는 이름 아래 특정 계층에게 과도한 부담이 집중된다면 그 정책은 설계 단계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 전세 세입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지금의 현실이 바로 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예측 가능성의 상실이다. 시장은 강한 규제보다 불확실성을 더 두려워한다. 오늘은 대출을 조이고 내일은 세제를 손보며 다음 달엔 공급 대책을 예고하는 식의 단속적 처방이 반복되면 누구도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없다. 집주인은 관망하고 수요자는 불안해한다. 거래는 얼어붙고 전세만 뛴다. 정책이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장면이다.
 

전세난의 고통은 통계표에 다 담기지 않는다. 보증금 수천만원 인상은 청년에게는 결혼 연기이고 신혼부부에게는 출산 포기이며 중산층 가정에는 교육 계획의 수정이다. 주거비 상승은 한 달 지출의 문제가 아니라 인생 설계 전체의 문제다. 그래서 전세시장은 단순한 가격 지표가 아니라 사회의 기반을 비추는 거울이다.
 

해법은 결국 공급이다. 멀리 돌아갈 이유가 없다. 도심 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고 재건축 재개발의 불필요한 지체를 줄여야 한다. 민간 임대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 실수요자가 예측 가능한 금융 환경 속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정책의 일관성도 회복해야 한다. 집을 늘리는 일보다 강한 안정 대책은 없다.

 

정책은 언제든 고칠 수 있다. 그러나 무너진 신뢰를 되돌리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전세가격 급등은 단순한 시장 반등이 아니다. 규제에 기댄 처방이 어디에서 균열을 일으키는지 보여주는 경고음이다. 집값을 잡겠다는 구호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이 오늘 들어가 살 집을 구할 수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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