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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국가 대계(大計)를 소모품으로 전락시킨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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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편집인 칼럼] 국가 대계(大計)를 소모품으로 전락시킨 여당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양규현 사장
2026-04-28 11:54:47

AI 강국이라는 '도(道)'를 잃고 선거라는 '술(術)'에 매몰된 집권 여당

양규현 경제일보 사장
양규현 경제일보 사장
인류의 지혜를 담은 고전 ‘도덕경(道德經)’제60장에는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아서, 자꾸 이리저리 뒤집으며 휘저으면 살이 다 부서져 먹을 수 없게 된다는 가르침이다. 

국가의 중차대한 정책과 전략은 그만큼 신중하고 일관되게 추진되어야 함을 경계하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보여주는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차출극’은 생선을 굽는 수준을 넘어 아예 솥단지를 선거판의 도구로 내던진 형국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AI 3대 강국 도약’을 국가적 명운이 걸린 과제로 천명했다. 그 상징적 조치가 청와대 AI미래기획실 신설과 네이버 출신의 민간 전문가 하정우 수석의 영입이었다. 하 수석은 ‘소버린 AI’를 부르짖으며 향후 3년에서 5년이 대한민국 AI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해 왔다. 국민은 정치가 아닌 실력이 지배하는 미래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10개월 만에 산산조각 났다. 국가 대계를 설계하던 사령관이 임무 도중 보궐선거라는 각개전투의 병사로 차출된 것이다.

‘도덕경’ 제17장은 통치자의 급을 나눈다. 최상의 통치자는 국민이 그 존재만 겨우 아는 자요, 그다음은 친근하게 칭송받는 자이며, 최하위는 국민의 업신여김을 받는 자다. 그리고 그 신뢰를 잃는 이유는 ‘신부족언 유불신언(信不足焉 有不信焉)’, 즉 통치자의 말이 미덥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불과 얼마 전 하 수석의 차출설에 대해 “누가 작업 들어온다고 넘어가면 안 된다”고 공언했다. 하 수석 본인 역시 청와대 잔류 가능성을 내비치며 연막을 쳤다. 그러나 결과는 사의 표명과 민주당 인재 영입식이다. 대통령의 공언이 무색해지고 수석의 진심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국민이 이 정부의 미래 전략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입법으로 완성해야 한다”며 출마를 정당화했다. 궤변이다. 진정 입법이 목적이었다면 하 수석을 애초에 당으로 영입해 전문가 그룹으로 활용했어야 한다. 청와대 수석이라는 자리는 개인의 정치적 몸값을 올리기 위한 ‘커리어 하이’ 정거장이 아니다. 인류 경전의 가르침에 따르면 무릇 지도자는 ‘기소욕물시어인(己所欲勿施於人)’이라 했다. 자신들이 세운 국가 비전의 가치를 스스로 훼손하면서 국민에게 미래를 믿어달라고 하는 것은 기만이다.

지금 대한민국 AI 전략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인구 정책, 과학기술, AI 주권이 얽힌 복합적인 과제들이 하 수석의 책상 위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런데 이를 뒤로하고 ‘부산 북갑’이라는 선거구의 승패에 매몰되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집권 여당의 자세인가. 이는 국가의 장기적 생존 전략(Strategy)을 당장의 선거 전술(Tactics) 아래에 두는 하책(下策) 중의 하책이다.

국가 대계는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의 미래다. AI 수석이라는 막중한 자리를 선거 전략의 카드로 소모해버린 이번 결정은, 대한민국 미래 경쟁력에 대한 ‘정치적 배임’과 다름없다. 대통령의 신뢰는 추락했고 전문가의 진정성은 오염됐다. 

집권 여당이 국가의 미래보다 당의 세 확장에 우선순위를 두는 한, ‘AI 3대 강국’이라는 목표는 한여름 밤의 꿈에 그칠 것이다. 정치적 술수가 도(道)를 이길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정치는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고 미래 전략은 정치를 떠나 오직 국익의 관점에서 다시 세워져야 한다. 그것이 인류 경전이 수천 년간 외쳐온 ‘상식’이자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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