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정부는 지난해 10월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그러나 정비사업 입주권이나 상가주택처럼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거래의 세부 허가기준은 통일하지 않았다. 같은 권리, 같은 거래라도 어느 구청에 신청하느냐에 따라 허가 결과가 달라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문제가 된 것은 재개발·재건축 ‘1+1 입주권’이다. 대형 주택 한 채를 보유한 조합원이 중소형 주택 두 채를 받는 권리인데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이를 넘겨받으려 할 경우 자치구별 판단이 엇갈린다.
서초구는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허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두 채 가운데 한 채에 매수인이 직접 거주하고 다른 한 채는 임대하는 방식을 허용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강남구와 강서구는 한 사람이 두 채에 동시에 거주하기 어려워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같은 제도 아래 같은 종류의 입주권을 사고도 서초구에서는 허가받을 수 있는 거래가 강남구와 강서구에서는 막힐 수 있다는 얘기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일정 규모를 넘는 토지나 주택을 사려면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택을 취득한 뒤에는 원칙적으로 2년간 직접 거주해야 한다. 서울시가 공개한 절차에서도 구청장이 토지이용계획 등을 검토해 허가 또는 불허가를 결정한다.
문제는 1+1 입주권처럼 하나의 거래로 주택 두 채를 취득하는 경우다. 현행 법령과 정부 지침에는 이런 사례에서 실거주 의무를 어떻게 적용할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
중앙정부가 기준을 정해주지 않으면서 판단은 실제 허가권을 가진 자치구로 넘어갔다. 자치구가 각각 실거주 의무의 범위와 허용 가능한 이용 방법을 판단하다 보니 같은 서울 안에서도 서로 다른 답이 나오고 있다.
행정청이 개별 거래의 구체적인 사정을 판단하는 것과 동일한 거래 유형에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매수인 입장에서는 계약할 부동산의 소재지가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허가 가능성을 다시 따져야 한다.
자치구마다 허가기준이 달라진 사례는 1+1 입주권만이 아니다. 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이 한 건물에 들어 있는 상가주택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25개 자치구 가운데 19곳은 매수인이 주택 부분에 직접 거주하면 허가하고 있지만 일부 자치구는 상가 부분에서도 매수인이 직접 영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 신청이 드물던 때에는 이런 차이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 신청은 2020년 744건에서 2024년 5249건으로 7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10월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허가 업무가 대폭 확대됐다.
규제를 받는 시민은 빠르게 늘었지만 복합용도 건축물이나 임대차 승계, 위반건축물 시정 시기 등 실제 거래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세부 사례에 대한 정부 기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서울시의회가 지난달 국토교통부에 통일된 기준을 요구하는 건의안을 발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토지거래허가제 운영기준 명확화 및 업무처리기준 통일 촉구 건의안’은 지난 2일 서울시의회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건의안은 상가주택의 이용 의무를 비롯해 임대차 승계와 위반건축물 시정 시기 등에 대해 국토부가 공식적인 판단 기준을 마련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일반적인 부동산 규제보다 재산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허가를 받지 않으면 거래 자체를 진행할 수 없고 허가를 받아 취득한 뒤에도 정해진 기간 동안 허가받은 목적대로 이용해야 한다.
그만큼 시민 입장에서는 어떤 거래가 허용되고 어떤 거래가 막히는지 계약 전에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같은 법령과 같은 규제를 적용받는 거래라면 어느 구청에 신청하더라도 행정청의 판단 기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서울 전역을 한꺼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실제 허가 과정에서 발생할 세부 거래 유형에 대한 통일 기준까지 마련하지는 않았다. 규제 대상은 25개 자치구로 넓어졌지만 판단 기준의 빈칸은 일선 구청이 채우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의회도 상위 법령과 중앙정부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부족해 일선 자치구의 업무 부담과 시민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에는 전국에서 공통으로 적용할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서울시에는 자치구가 함께 사용할 업무지침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결정에는 하나의 기준이 적용됐다. 정작 시민이 거래 허가를 받는 단계에서는 서초구의 답과 강남·강서구의 답이 달라졌다. 규제의 범위만 통일하고 규제를 집행할 기준은 통일하지 않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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