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한국에서 자동차 판매 사업을 접기로 한 일본 혼다가 미국에서는 최대 4000억엔(약 3조4천700억원)을 투자해 하이브리드 자동차(HV) 생산공장을 새로 짓는다. 전기차 중심으로 추진하던 사업 전략을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재편하는 동시에 북미를 핵심 시장으로 삼고 생산과 부품 현지화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외신에 따르면 혼다는 미국 오하이오주에 새로운 하이브리드 자동차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 투자 규모는 3000억~4000억엔 수준으로, 내년 착공해 오는 2030년 가동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혼다의 북미 지역 8번째 공장이 될 전망이다.
이번 투자는 혼다가 최근 전기차에서 하이브리드로 사업 무게중심을 옮긴 가운데 이뤄지는 대규모 생산시설 확충이다. 혼다는 지난 5월 사업 전략을 수정하면서 현재 수요가 높은 하이브리드 모델에 개발·생산 자원을 재배분하고, 오는 2030년 3월까지 전 세계에 차세대 하이브리드 모델 15종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북미에서는 오는 2029년부터 대형 하이브리드 모델도 선보일 계획이다.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생산시설 확대 배경으로 꼽힌다. 알릭스파트너스는 미국의 오는 2030년 신차 판매량을 약 1680만대로 예상하면서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가 약 570만대, 3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예상치인 약 360만대보다 크게 늘어난 규모다.
혼다는 북미 생산능력도 연간 200만대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새 공장에서는 전체 길이가 5m를 넘는 대형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도요타와 현대자동차 등 주요 업체들이 대형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확대하는 흐름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혼다는 완성차 생산뿐 아니라 핵심 부품의 현지 조달도 강화하고 있다. 혼다는 하이브리드 생산 확대에 맞춰 모터와 인버터 등 주요 부품의 현지 조달 비중을 현재보다 4배 이상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해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고 미국의 관세 부담에도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혼다의 북미 공장 확대는 한국에서의 자동차 사업 정리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혼다코리아는 지난 4월 올해 말을 기점으로 국내 자동차 판매 사업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3년 자동차 판매를 시작한 지 23년 만으로, 혼다코리아는 자동차 판매 사업 종료 이후에도 모터사이클 사업을 유지하고, 자동차 서비스와 부품 공급 등 사후관리 체계는 이어갈 계획이다.
혼다코리아가 국내 자동차 사업 종료를 결정한 배경에는 판매 부진과 경영 환경 변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 혼다코리아의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은 1951대까지 감소했다. 혼다코리아는 자동차 판매 사업을 종료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모터사이클 사업에 경영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상반된 행보가 나타나는 것은 혼다가 시장별로 자동차 사업의 우선순위를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혼다는 북미를 일본·인도와 함께 미래 성장의 우선 지역으로 설정하고, 북미에서는 하이브리드 생산과 공급망 현지화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판매 규모가 줄어든 자동차 사업을 정리하는 선택을 했다.
혼다는 전기차 전략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향후 시장 수요가 확대될 경우 경쟁력 있는 전기차 플랫폼과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계속하고, 지역별 수요에 따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병행하는 전략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하이브리드에 더 많은 생산·개발 자원을 배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번 혼다의 미국 투자는 단순한 공장 증설을 넘어 전동화 전략을 다시 짜는 과정으로 분석된다. 국내에서는 자동차 사업을 종료하는 대신 북미에서는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생산능력과 부품 공급망을 확대하면서 시장 규모가 큰 지역에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이다. 향후 미국 하이브리드 시장 성장세와 현지 생산 확대가 혼다의 자동차 사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댓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