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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대법원장 탄핵·국정조사 추진에 사법부 독립 논란 확산… 국회의 견제권도 헌법의 한계 안에서 행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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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데스크 칼럼] 대법원장 탄핵·국정조사 추진에 사법부 독립 논란 확산… 국회의 견제권도 헌법의 한계 안에서 행사해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한석진 기자
2026-10-27 07:53:41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법사위원 질문에 답하며 준비한 자료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법사위원 질문에 답하며 준비한 자료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국회가 사법부를 향해 탄핵의 칼을 빼 들 태세다. 더불어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검토하고 있고, 조국혁신당은 탄핵소추안까지 제시하며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법원의 판결을 둘러싼 정치권의 불만이 대법원장 탄핵 문제로 번진 것이다.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견제 권한과 사법부의 독립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지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국정감사는 이러한 갈등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여당 의원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사건 항소심 무죄 판결을 비판했고, 일부 의원은 조 대법원장의 탄핵을 주장했다. 야당은 개별 재판 결과를 대법원장 탄핵과 연결하는 것은 정치적 압박이라고 맞섰다. 판결을 둘러싼 공방은 여야의 고성과 충돌로 이어졌다.


논란은 대법관 인선 과정에서 이미 시작됐다.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실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를 거부하면서 헌법상 제청권과 임명권의 범위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다. 국정감사에서의 증언 선서 문제까지 더해지자 여당 내에서는 탄핵론이 확산했다. 민주당은 27일 의원총회에서 국정조사 추진에 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국회가 사법부를 감시하고 책임을 묻는 일은 헌법이 보장한 권한이다. 헌법 제61조는 국정감사와 국정조사권을, 제65조는 대법원장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에 대한 탄핵소추권을 규정하고 있다. 법관도 직무집행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사법부의 독립이 위법행위에 대한 면책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회의 권한에도 한계는 있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 역시 계속 중인 재판이나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감사·조사권을 행사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국회의 감시 권한이 재판에 대한 간섭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법률이 경계를 그어놓은 것이다.


이번 논란에서 특히 우려스러운 대목은 개별 판결에 대한 비판이 대법원장의 탄핵 주장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판결의 법리와 증거 판단은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잘못된 판결은 상소 절차를 통해 바로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하급심 재판부가 내린 결론을 대법원장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려면 그가 해당 재판에 부당하게 관여했다는 등의 구체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사법행정의 최고 책임자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법관의 판단에 탄핵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


탄핵은 정치적 불신임과도 구별해야 한다. 헌법은 직무집행 과정의 헌법·법률 위반을 탄핵소추의 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하면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에 앞서 해당 공직자의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 대법원장 탄핵은 사법행정과 법관 인사, 재판 운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만큼 탄핵 사유의 특정과 충분한 법률적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국정조사 역시 마찬가지다. 대법관 후보 재제청 거부 과정이나 사법행정상의 위법 의혹을 조사하는 일은 국회의 정당한 역할에 속할 수 있다. 다만 조사에 착수하기도 전에 탄핵이라는 결론을 앞세우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목적을 둔다면 조사권의 행사 취지를 둘러싼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국정조사는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여야 한다. 정치적 결론에 맞춰 사실을 끌어모으는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곤란하다.


사법부도 이번 사태를 정치권의 압박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대법관 인선 갈등과 사법행정의 책임 문제에 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재판의 독립을 지키는 일과 사법행정의 잘못을 바로잡는 일은 서로 배치되지 않는다. 법관의 독립은 권력으로부터 법관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특권이 아니라 국민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마련한 헌법적 장치다.


여야 모두 돌아봐야 할 문제도 있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결에는 사법부의 정치적 편향을 주장하고, 유리한 판결에는 사법부 독립을 강조하는 태도로는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정권의 향방에 따라 법관의 독립과 책임을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져서도 안 된다. 오늘의 다수당이 행사하는 권한은 내일 다른 정치세력이 행사할 수도 있다.


국회는 사법부의 잘못을 조사하고 책임을 물을 권한이 있다. 그러나 다수 의석이 법관의 판단을 대신할 권한까지 부여하지는 않는다. 사법부 역시 헌법이 보장한 독립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권력분립은 어느 한 기관에 우월한 지위를 주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서로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남용을 막기 위한 원칙이다. 국회가 사법부를 향해 겨눈 칼날도 그 원칙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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