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형사사법체계 개편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권력 집중을 막고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것이 개혁의 명분이었다. 그러나 권한을 나누는 데 치중한 나머지 수사와 기소를 연결할 인력과 전산망, 협력 체계는 제대로 갖췄는지 의문이다. 범죄를 수사하고 증거를 확보해 법정에서 혐의를 입증하는 과정이 원활하게 이어지지 않는다면 개혁의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간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수사와 기소 사이의 책임 공백이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뒤 추가 수사가 필요해지면 공소청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경찰이 이미 종결한 사건이라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보완수사가 늦어지면 사건 처리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 수사 미진은 경찰 탓으로, 공소 유지의 어려움은 검찰 탓으로 돌리는 동안 정작 피해자는 제대로 된 구제를 받지 못한다. 권한은 나누더라도 사건을 끝까지 처리할 책임까지 흐려져서는 안 된다.
실제 보완수사 요구도 늘었다. 김예지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소청은 10월 2일부터 29일까지 경찰에 1만2465건의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올해 상반기 월평균 1만985건보다 13% 이상 많다. 시행 초기인 만큼 이 수치만으로 수사 부실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관 간 보완 절차가 현장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중대범죄수사청의 준비 부족도 짚어야 한다. 출범 당시 인력은 정원 2874명의 3분의 2 수준인 1900여명에 그쳤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사건기록을 종이로 주고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새 조직에 중대범죄 수사를 맡기면서 인력과 전산 기반조차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면 정부의 준비가 부실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보완수사 절차가 있다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현행법은 검사가 공소 제기와 유지에 필요하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처리 기한과 불이행에 대한 책임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거래 추적과 통신기록 확보, 디지털 증거 분석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면 법정 기한만으로 수사 속도를 높일 수 없다. 수사 단계에서 확보한 증거의 원본성과 보관 경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둘러싼 다툼도 커질 수 있다.
피해자 보호 역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기관이 바뀔 때마다 피해자가 같은 진술을 반복하고 증거를 다시 제출하거나 신변 보호 조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국가가 피해자를 방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수사기관의 조직 개편은 국민이 선택한 일이 아니다. 그로 인한 불편과 피해까지 국민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정부와 국회는 시행 초기의 혼란을 현장의 적응 문제로만 돌리지 말고 제도 보완에 나서야 한다. 보완수사 요구와 처리 기간, 지연 사유를 공개하고 경찰과 공소청이 사건기록과 디지털 증거를 안전하게 주고받을 전산망을 갖춰야 한다. 중수청과 경찰의 전문 인력, 포렌식 장비도 확충해야 한다. 피해자가 기관 변경과 관계없이 필요한 안내와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통합 지원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제도 개편을 주도한 정부와 법률을 만든 국회는 준비 부족과 시행상 문제에 책임을 져야 한다. 사건 처리 기간과 보완수사 이행 실적, 증거 누락, 피해자 보호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공개해야 한다. 제도 설계의 잘못으로 국민 피해가 발생했다면 정책 결정자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목적이 아니라 공정한 형사사법 절차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다. 권한을 나눈 뒤 범죄를 밝히고 처벌하는 기능이 약해진다면 개혁의 명분도 사라진다. 정부와 국회는 권한 배분의 성과를 내세우기 전에 현장의 수사 공백부터 메워야 한다. 국민은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의 책임 공방을 지켜보려고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다. 범죄로부터 보호받고 억울한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받을 권리가 있다. 그 기본적인 권리조차 지키지 못하는 사법 개혁이라면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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