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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수입 줄어도 생산 지킨 中 석화…韓 업계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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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원유 수입 줄어도 생산 지킨 中 석화…韓 업계 부담 가중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태휘 수습 기자
2026-11-07 08:00:00

中 에틸렌 생산능력 5년 새 80% 증가…원료 비축으로 공급 차질 대응

롯데케미칼 "수년째 이어진 어려움 심화"…LG화학, 고부가 소재 확대

사진ChatGPT
[사진=ChatGPT]

[경제일보] 중국 석유화학업계가 중동발 원유 공급 차질에도 에틸렌 생산량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원료 비축과 다양한 생산 방식이 뒷받침된 결과다. 중국이 석유화학 제품의 자체 생산까지 늘리면서 주요 수출 시장을 잃어가는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경제·정책 분석기관 로디움그룹은 지난 2일 발표한 '중국 화학산업 생산설비 확충이 세계 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중국이 원유 수입을 하루 400만~500만배럴 줄이면서도 에틸렌 생산량을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에틸렌은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용기, 각종 포장재 등을 만드는 기초 화학원료다.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나프타 등을 고온으로 분해해 생산한다.

중국이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규모 원료 비축과 생산 방식의 다양화가 있다. 중국은 미리 확보한 원유와 나프타를 활용하는 동시에 천연가스와 석탄을 기반으로 생산한 원료의 비중을 늘려 공급 차질에 대응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중동산 원유와 나프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로디움그룹은 두 나라의 석유화학업체들이 이번 공급 차질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에 속한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석유화학 생산능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에틸렌 연간 생산능력은 2020년 3490만t에서 지난해 6290만t으로 80% 증가했다. 같은 기간 폴리에틸렌(PE) 생산능력도 2340만t에서 4110만t으로 75% 늘었다.

PE는 식품 포장용 비닐과 플라스틱 용기, 파이프 등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플라스틱 원료다. 중국의 PE 생산량 대비 수입량 비율은 2020년 63%에서 올해 상반기 21%로 낮아졌다. 자국 생산이 늘어나면서 해외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든 것이다.

중국의 변화는 국내 석유화학업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국내 기업들은 생산한 석유화학 제품의 상당량을 중국에 수출했지만 현지 생산시설이 늘면서 기존 시장이 축소됐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중국이 자체 생산을 늘리면서 한국에서 수입하는 물량이 줄어든 것이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수년째 어려움을 겪는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새롭게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최소 3~4년 이상 이어진 상황"이라며 "중국의 자체 생산이 더욱 확대되면 국내 업계에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중국의 생산 확대는 국내 기업들이 추진하는 사업 재편의 배경이기도 하다.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개선하기 위해 생산설비 조정과 사업 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은 범용 석유화학 제품에만 그치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생산 기술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화학소재를 개발하는 데도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일반 플라스틱보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특수 화학 제품까지 자체 생산하려는 움직임이다.

국내 기업들은 반도체 소재 등 첨단 화학 소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중국의 범용 제품 공급이 늘고 기술력까지 높아지면 국내 기업에는 당연히 부담이 된다"며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고부가 제품 확대를 통해 기술 격차를 벌리는 것이 대응 방안"이라고 했다.

LG화학은 반도체 소재 등 첨단 소재 분야에 대한 연구 개발과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고대역폭 메모리(HBM)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화학 소재 시장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중국 역시 무리한 생산 확대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로디움그룹은 중국 화학업체 약 3분의 1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과 재고 증가도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중국이 생산 능력을 크게 줄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보고서의 전망이다. 로디움그룹은 이번 중동 사태가 에너지 안보와 원료 자립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해 중국 정부의 자체 생산 확대 기조를 강화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수입 감소와 고부가 소재 추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은 사업 재편과 기술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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