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임금 3.2% 인상에 합의하면서 예고됐던 파업은 철회됐다. 다만 임금 인상 폭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은 합의 대상에서 빠졌다. 노조는 176시간을, 사측과 서울시는 209시간 또는 230시간을 주장하고 있어 핵심 갈등은 연말 이후로 넘어가게 됐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16일 오전 1시50분께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노동쟁의 관련 2차 조정 회의에서 임단협 조정안에 합의했다. 전날 오후 2시부터 12시간 가까이 협상을 이어간 끝에 나온 결과다. 노조는 오전 4시 첫차부터 예고했던 파업을 철회했고 서울 시내버스 전 노선은 평소대로 운행됐다.
노사는 올해 임금을 3.2% 올리기로 했다. 지난해 인상률 2.9%보다 0.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정기상여금 등을 포함한 통상임금을 시간당 얼마로 계산할지는 이번 합의에서 결정하지 않았다. 노사는 연말 예정된 운수회사 통상임금 관련 판결 이후 산정 기준을 다시 정하기로 했다.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은 월급 형태로 지급되는 임금을 시간당 금액으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시간이다. 같은 임금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나누는 시간이 짧을수록 시간당 임금과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는 각종 수당이 커진다.
노조는 서울 시내버스 단체협약에 적힌 월 만근일수 22일과 하루 8시간 근로를 근거로 176시간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단체협약상 하루 약정근로시간 9시간에 유급 주휴시간 35시간을 더한 230시간을 주장했다. 협상 막판에는 다른 지역 사례 등을 고려해 209시간을 우선 적용하는 방안도 제시했지만 노조가 논의 자체를 거부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서울시와 사측은 기준시간에 따라 임금 인상 효과가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176시간을 적용하면 약 16%의 인상 효과가 발생하고 209시간은 10% 안팎 230시간은 7%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노조 요구대로 추가 임금과 수당 인상까지 반영할 경우 서울시와 사측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매년 5000억원가량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도 나왔다.
노조가 176시간을 고수하는 근거는 동아운수 통상임금 소송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재직 조건이 붙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는 법리를 제시했다.
이어 올해 4월 동아운수 사건에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한 원심 판단을 유지하면서 일부 쟁점만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노조는 이를 근거로 월 176시간이 사실상 확정됐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는 대법원 판결이 통상임금에 적용할 시간수를 176시간으로 확정한 것은 아니라며 맞서고 있다. 판결이 노사가 합의한 약정근로시간을 수당 산정에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박점곤 서울시버스노조 위원장은 합의 직후 “통상임금은 법에 따라 판결을 받으면 된다”며 이번 회의에서는 해당 사안을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정환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노력을 많이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노사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로 당장 시민들이 겪을 교통 불편은 피했다. 그러나 통상임금 산정 기준을 둘러싼 법원 판결 해석과 비용 부담 문제는 그대로 남았다. 연말 관련 판결이 나오면 176시간과 209시간·230시간 가운데 어느 기준이 서울 시내버스 임금체계에 적용될지를 놓고 노사가 다시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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