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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물가 안정과 내수 회복, 정부 정책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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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물가 안정과 내수 회복, 정부 정책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경제일보
2026-11-06 13:30:00

금리 인하 압박으로 정책 실패 가릴 수 없어

부동산·가계부채·민생 대책에 정부 책임 물어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한국은행의 11월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동결 기조를 이어갈지, 추가 인상이나 인하에 나설지를 놓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물가와 금융 안정을 위해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민간소비 위축과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경영난을 들어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해법을 찾기는 어렵다. 정작 따져야 할 것은 우리 경제가 왜 금리 결정 하나에도 크게 흔들리는 구조에 놓였느냐는 점이다. 통화 당국에 경기 부양의 부담을 떠넘기기에 앞서 정부가 주택·금융·재정·산업정책을 제대로 운용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물가와 금융시장 불안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웃돌았다.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하거나 변동성이 커지면 수입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을 통해 생활물가와 기업 원가를 밀어 올릴 수 있다. 

서울 일부 지역과 경기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세가 다시 확대되고 주택 관련 대출도 증가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성급한 금리 인하는 부동산 수요와 가계부채를 자극할 위험이 있다.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금리 부담을 국민과 기업에만 떠넘길 수도 없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1.0% 성장했지만 민간소비는 오히려 0.2% 감소했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동안 가계가 체감하는 소비 회복은 뒤따르지 못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매출 부진과 금융비용 부담에 시달리고, 가계는 이자 상환과 생활비 지출 사이에서 소비를 줄이고 있다. 민간소비가 더 위축되면 내수 기업의 매출과 고용 여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물가 안정만을 내세워 민생의 어려움을 방치하는 것 역시 경제정책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문제는 정부가 이런 복합 위기에 얼마나 일관되고 선제적으로 대응했느냐는 점이다. 부동산 공급과 대출 관리 원칙을 예측 가능하게 제시했는지, 주택가격과 가계부채가 불안해질 때마다 정책 방향을 흔들어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지는 않았는지 따져봐야 한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동안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투자 촉진, 자영업자의 경쟁력 회복과 업종 전환을 뒷받침할 대책을 충분히 마련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재정 지원이 단기적인 소비 진작에 그치고 생산·투자·고용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면 정책의 설계와 집행을 책임진 정부가 그 원인을 밝혀야 한다. 민생의 어려움을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로 해결하려는 것은 정부의 정책 책임을 통화 당국에 떠넘기는 일이다.

정부는 금리 인하를 경기 회복의 만능 처방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 기준금리는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다. 한국은행의 독립적인 판단을 존중해야 하며, 금리 결정에 정치적 압력을 가하거나 정책 실패를 가리는 방패로 삼아서도 안 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부동산 공급 계획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주택 관련 대출이 과도하게 늘지 않도록 관리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 재정 지원은 무차별적인 현금 지급보다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의 투자와 고용 유지, 취약 소상공인의 회생과 업종 전환에 집중해야 한다. 

상환 능력이 부족한 한계 차주에게는 채무조정과 재기를 지원하되, 상환 능력을 넘어서는 대출 관행은 차단해야 한다. 에너지 공급 안정과 유통 구조 개선, 서비스업 생산성 향상 등으로 생활물가와 기업 비용을 낮추는 공급 측면의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정책 목표와 성과를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물가와 환율, 주택가격과 가계대출, 자영업자 연체율, 고용과 소비 지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정책의 효과를 정기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거나 부작용이 발생했다면 원인을 공개하고 책임 있게 보완해야 한다. 정책 발표만 반복하고 이행 여부와 성과를 확인하지 않는다면 같은 실패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물가와 금융 안정, 경기 흐름을 종합적으로 살펴 독립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정부는 그 결정에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재정·산업·주택·금융정책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물가 안정과 내수 회복은 어느 하나를 희생해 달성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국민에게 고통을 감내하라고 요구하기 전에 정부가 정책의 결과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경제정책의 신뢰는 금리 인하 요구나 구호가 아니라 일관된 정책과 실질적인 성과, 그에 상응하는 책임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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