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기사와 그림을 만들고 음악까지 작곡하는 시대다. 몇 초면 완성되는 결과물 뒤에는 오랜 시간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작품을 만들어 온 창작자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AI 기업들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서비스를 개발하고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창작자들은 자신의 저작물이 어디에 사용됐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렵다.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저작권 보호 제도가 창작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저작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본격화됐다.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는 네이버가 자사 뉴스 기사를 생성형 AI 학습에 무단 활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네이버는 기존 계약과 이용약관에 근거한 적법한 이용이라고 맞서고 있다. 지난 9월까지 이어진 재판의 핵심은 뉴스 제공을 위해 체결한 계약이 AI 학습까지 허용하는지에 있다. 콘텐츠 유통을 위해 허락받은 권한을 새로운 수익사업에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저작권법 제35조의5는 공정이용을 인정하면서도 이용 목적과 성격, 저작물의 종류, 이용 비중, 기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터넷에 공개된 저작물이라고 해서 누구나 상업적 목적으로 가져다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AI 학습 역시 이용 방식과 목적에 따라 공정이용에 해당할 수 있지만, 저작권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한다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도 제도 정비에 나섰다. 지난 8일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생성형 AI 관련 저작권 가이드라인 3종을 점검하고 학습 목적의 저작물 양도·이용허락 표준계약서를 연내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법원의 판단을 대신할 수 없고, 표준계약서만으로 창작자의 협상력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데이터 이용 사실을 확인할 방법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계약의 자유만 강조한다면 대형 AI 기업과 개별 창작자 사이의 힘의 차이는 그대로 남는다.
유럽연합(EU)은 한발 앞서 범용 AI 모델 제공자에게 학습에 사용된 콘텐츠의 요약정보를 공개하고 저작권자의 권리유보 의사를 존중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학습데이터 전체를 공개하는 제도는 아니지만, 기업에 데이터 이용에 관한 설명 책임을 지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도 영업비밀 보호와 저작권자의 권리 행사가 조화를 이루도록 학습자료의 출처와 이용 범위를 확인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보상 문제 역시 더 미룰 수 없다. 해외에서는 주요 언론사와 AI 기업이 뉴스 콘텐츠 이용허락 계약을 체결하고, 음반사들도 AI 기업과 저작권 분쟁을 해결하며 새로운 거래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 작가와 사진기자, 일러스트레이터 등은 거대 기업을 상대로 이용대가를 협상하기조차 쉽지 않다. 저작물의 이용 범위와 대가 산정 기준을 구체화하고, 권리자 단체를 통한 공동 협상과 합리적인 수익 배분 방안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AI 생성물의 표시 기준도 손봐야 한다. 올해 시행된 인공지능기본법은 AI 사업자에게 생성형 AI 이용 사실의 고지와 결과물 표시 의무를 부과했다. 다만 일반 이용자가 제작한 콘텐츠까지 같은 의무가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촬영한 사진과 AI가 만들어 낸 이미지가 구별되지 않은 채 유통된다면 독자는 사실과 허구를 혼동할 수 있다. 특히 언론과 광고처럼 신뢰가 중요한 분야에서는 합성 이미지와 영상, 음성에 대한 표시 기준과 제작자의 책임을 보다 엄격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국회가 풀어야 할 과제는 구체적이다. 학습데이터의 적법한 확보와 이용내역 확인, 저작권자의 협상권과 보상 절차, AI 생성물의 출처 표시를 각각 법률로 뒷받침해야 한다. 침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창작자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기는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 권리 침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필요한 자료에 접근할 수 없다면 법률에 적힌 권리는 실제 분쟁에서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AI 산업의 성장은 양질의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생산될 때 가능하다.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일은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아니라 정당한 거래질서를 세우는 과정이다. 정부가 AI 산업의 경쟁력과 투자 규모를 성과로 내세우면서 정작 학습데이터를 제공한 창작자들의 권리를 외면한다면 그 비용은 결국 콘텐츠산업 전체가 떠안게 된다. 기술이 만들어 낸 이익만큼 그 바탕이 된 창작의 가치도 존중받아야 한다. 이제 그 원칙을 법과 제도로 뒷받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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