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550조원짜리 청사진과 지금 고객이 쓸 수 있는 AI 연산 자원 사이에는 얼마나 거리가 있을까. 정부는 지난 7월 SK·GS·네이버 등의 민간투자 구상을 묶어 한국을 기가와트(GW)급 AI 데이터센터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기업들은 자금조달과 건설, 장비 확보에 나섰다. 현재 확인되는 사업 단계는 투자자 모집부터 건축허가, 공사, 상용 서비스까지 폭이 넓다.
2일 정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대규모 신축 사업의 주요 가동 시점은 2027년 이후에 몰려 있다. 반면 SK텔레콤과 삼성SDS 등은 기존 시설에 GPU를 설치해 연산 자원을 제공하고 있다. 장기 개발계획과 건설 중인 시설, 이미 판매하는 서비스를 나눠 봐야 국내 AI 인프라가 어디까지 왔는지 드러난다.
◆ 15GW 목표 앞에 놓인 첫 41MW
SK텔레콤이 제시한 AI 데이터센터 확장 목표는 최대 15GW다. 2029년부터 5GW를 단계적으로 공급하고 이후 수요에 맞춰 확대하는 구상이다. 부지·전력 확보와 함께 전략적 투자자, 장기 고객 계약, 프로젝트금융을 활용해 사업비를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업개발 전문회사 SK하이퍼는 글로벌 투자자와 빅테크를 상대로 자금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정석근 대표가 지난달 공개한 1단계 5GW의 예상 사업비는 장비 비용을 포함해 3500억달러다. 투자 규모를 실행으로 옮기려면 자금을 댈 주체와 시설을 사용할 고객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구체적인 건설 일정이 나온 사업은 SK그룹과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추진하는 울산 AI 데이터센터다. SK텔레콤은 2027년 11월 41MW 규모로 첫 가동을 시작하고, 2029년 2월 총 103MW 규모로 완공할 계획이다. 울산의 초기 시설을 기반으로 GW급 클러스터를 확대하는 순서다.
LG유플러스의 파주 AI 데이터센터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회사는 전체 사업에 필요한 200MW의 전력 공급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전산 1동은 2027년 6월 준공을 목표로 하며, 지난 6월 발표 당시 임대 계약을 모두 마쳤다는 설명이다.
전력과 초기 고객을 확보한 점은 구체적인 진척이다. 다만 1동 준공과 전체 200MW 시설의 완성은 일정이 다르다. 고객이 실제로 장비를 반입하고 전산실을 사용하는 시점도 임대 매출을 판단할 때 확인할 항목이다. 지난 6월 공개된 약 20%의 공정률을 현재 진행률로 읽어서도 안 된다.
◆ 90억달러 계약, 네이버의 부담은 어떻게 남나
네이버는 지난달 27일 브룩필드와 90억달러 규모의 컴퓨팅 인프라 확보 계약을 체결했다. 브룩필드가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GPU와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확보하고, 네이버클라우드가 연산 자원을 사용하는 구조다.
이 계약은 초기 투자비를 분담하는 방식뿐 아니라 이후의 지급 의무도 함께 봐야 한다. 네이버는 사업 매출과 연계해 사용료를 지급하며, 네이버클라우드의 사용료 지급 의무에 최대 8년간 지급보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인프라 법인은 브룩필드가 100% 출자하지만 회계기준상 네이버의 지배력이 인정돼 연결 종속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외부 자본 유치는 초기 자금 부담을 낮추는 수단이다. 수요가 충분히 붙는지, 연산 서비스 매출이 사용료를 감당하는지는 운영 단계에서 확인된다. 지급보증 한도와 계약 조건도 사업의 재무 부담을 가늠하는 자료가 된다.
가동 목표는 2027년 상반기 55MW, 2028년 200MW다. ‘각 세종’을 핵심 거점으로 해외로 확장하고, 최종적으로 1GW급 글로벌 AI 팩토리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공개자료에는 국내외 확장 계획이 함께 담겨 있어 200MW 전체를 국내 신규 공급량으로 잡으려면 시설별 위치와 용량을 추가 확인해야 한다.
◆ 건축허가·착공·준공에 놓인 서로 다른 사업
KT클라우드는 2031년까지 전국 20여개 사이트에 1GW 이상의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공급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수도권에서는 전력과 부지를 확보하고, 비수도권에서는 고객 수요를 토대로 대규모 시설을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운영하는 가산 AI 데이터센터는 수전 용량 40MW, IT 용량 26MW로 소개된다. 수전 용량은 시설 전체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이고, IT 용량은 서버 등 정보기술 장비에 배정하는 전력이다. 냉각·전력설비에도 전기가 쓰이므로 두 수치는 다르다. 어느 쪽도 그 자체로 현재 고객이 사용하는 연산량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삼성SDS가 대표사로 참여하는 국가 AI컴퓨팅센터는 지난 8월 전남 해남에서 착공식을 열었다. 사업법인 코아크가 구축·운영하며,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총 2조5000억원을 투입해 AI 반도체 1만5000장 규모의 인프라를 마련할 계획이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학계·연구기관 등에 연산 자원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GS그룹의 동해 AI 데이터센터 캠퍼스는 첫 100MW급 시설의 건축허가를 지난달 1일 받았다. 전체 1.2GW 구상의 첫 사업으로, 동해시는 지난달 20일 발표에서 12월 착공을 목표로 전력·용수 등 후속 사항을 점검한다고 밝혔다. 첫 시설의 준공 목표는 2028년 하반기다.
지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신축센터가 완공될 때까지 AI 연산 시장이 비어 있는 것은 아니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가산 AI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 B200 GPU 1000장 이상을 묶은 ‘해인’ 클러스터를 구축해 GPU 서비스형 인프라(GPUaaS)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SDS도 올해 3월 B300 기반 GPUaaS를 출시했다고 밝혔으며, 7월 20일부터 국가 AI 연구용 컴퓨팅 지원사업의 GPU 자원 공급을 시작했다. 해남 신축센터와 별도로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서비스가 운영되는 것이다.
이들 사업의 다음 평가지표는 설치 대수에 더해 유료 사용량과 계약 기간, 전력·장비 비용을 뺀 수익이다. 데이터센터 임대사업은 계약된 전산실의 인도와 전력 사용이, GPU 서비스는 고객이 구매한 연산 시간이 매출로 이어진다. 같은 AI 데이터센터 사업이라도 돈을 버는 경로가 다르다.
550조원 구상의 실행 여부는 사업별로 확인할 수 있다. 울산은 첫 41MW 가동, 파주는 1동 준공과 고객 입주, 네이버는 초기 55MW 서비스 개시가 예정된 확인 지점이다. 이 일정이 실제 고객 이용과 매출로 이어질 때 대규모 투자계획은 운영 실적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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